[2024 마켓나우 : 아웃도어] 5조3000억 규모, 역대급 난항
올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15~2016년 ‘아웃도어 암흑기’에 비견될 정도로 난항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높은 성장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하반기 들어 하락 폭이 더욱 크게 나타나며 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아웃도어 시장의 규모는 5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감이 감돌던 2020년 -3% 성빠진 것과 비교해 축소된 규모는 더욱 크다.
위기의 이유로는 기후 변화를 들 수 있다. 올여름 역대급으로 긴 더위를 이어가면서 아웃도어 시장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하반기 판매 시작 시기가 상당히 뒤로 밀리며 타격이 커졌다. 실제로 9월 매출은 ‘컬럼비아스포츠웨어’ ‘아크테릭스’ ‘스노우피크어패럴’ 등을 제외하고, ‘노스페이스’나 ‘코오롱스포츠’처럼 지속 성장세를 유지하던 브랜드까지 마이너스를 찍으며 ‘역대 최악’이라는 자평이 이어졌다.
이미 올해 시장 난항을 예상하고 전년대비 하반기 아우터류의 물량을 대부분 줄인 상태이지만, 만반의 준비를 마친 ‘프리미엄 아우터’로 고가 전략을 펼치기에 애매한 상황이 돼 버렸다. 10월 들어 조금씩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올해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간절기 아우터의 판매 수량이 점차 늘고 있으나, 이미 매기를 놓친 상황이어서 올해 말까지 매출 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5개월짜리 여름’ 하반기 판매기 크게 미뤄져
유통가에서는 가을 세일 시즌에 아웃도어 판매가 전년대비 10~20% 올랐다고 하지만, 브랜드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좋지도 않다. 정상 상품 판매가 원활하지 않아, 백화점의 성적표 기준에 맞추려면 F/W 신상품을 내놓자마자 할인 판매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한 브랜드들은 올해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블랙야크’ ‘밀레’ ‘K2’ 같은 정통 브랜드의 매출이 9월까지 누적 기준 8~11%까지 떨어져 올 하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웃도어 시장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오랫동안 노련미를 쌓아온 브랜드들이어서 손 놓고 마냥 기다리지는 않는다. 올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여느 때보다 △기후에 맞는 기능성 업그레이드 △주요 등산로 플래그십스토어 및 체험 공간 오픈 △젊은 신규 소비층에 걸맞은 마케팅 등 다양한 변화에 도전했다.
지난해까지는 꾸준히 유입되는 젊은 소비층에 맞춰 스타일을 다양하게 벌이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기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신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확인했으니, 그 아이템에 브랜드별 특유의 기능성을 적용해 고정 소비층으로 안착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는 날씨에 대응하기 수월하도록 방수는 기본이고 방풍과 투습, 통기성과 신축성을 강화한 아이템이 대거 등장했다.
기능성 · 유통 및 마케팅 차별화로 지속 변신
장원영 · 김수현 · 변우석 · 전종서 · 수지 · 안유진 등 핫한 스타기용이 눈에 뛴다. 이들은 상반기에는 우븐 셋업과 냉감 아이템을, 하반기에는 간절기 아우터, 레이어드 상품, 프리미엄 다운을 입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저 착장만으로 화제성을 가져가기보다는 해당 상품을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떤 때 편하고 무엇이 탁월한지 영상이나 TV 광고를 활용해 적극 전달한다.
또 올해는 다시 등산 초입 상권으로 브랜드 주요 점포가 집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핫했던 북한산성 초입과 청계산 초입 등 서울의 유명한 등산로 입구에 주요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블랙야크가 ‘베이스캠프’ 북한산점, 지리산 성삼재점, 청계산점을 차례로 오픈했고 밀레가 청계산 초입에 글로벌 상품을 집결한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올해 신규 론칭한 ‘마무트’도 곧 도봉산 입구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연다.
로고 숨기기? NO! 세련되게 드러내기
아웃도어 상품은 매끈하고 심심한 원단 위에 강렬한 로고를 포인트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로고에 변화를 주는 사례가 눈에 띄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수입 프리미엄 아웃도어처럼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심플하고 세련된 로고를 선보인 것. 이는 2022년 코오롱스포츠가 ‘솟솟’ 로고를 사용해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낸 것과 블랙야크가 ‘bcc’ 라인 로고를 분리해 운영하며 젊은 소비자 유입에 성공한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밀레’는 올해 ‘피크에이’ 로고를 새롭게 선보였다. A자 형태 봉우리를 금속 양각 파츠 형태로 제작한 것인데, 아르테 등 프리미엄 라인에 적용해 고급스러운 무드를 더한다. ‘K2’도 9월부터 트레킹 전문 라인 ‘트레커스’를 론칭하며 자연 암벽의 크랙과 ‘K’ 레터를 응용한 역삼각형 로고를 선보였다.
한편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스노우피크어패럴’과 ‘아크테릭스’ 등은 빠른 성장세만큼 증가하는 소비자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기획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스노우피크어패럴은 올 하반기 니트와 새로운 기능성 원단 등 신규 소재를 사용해 아이템 범위를 확장하고 있고, 아크테릭스는 백팩과 바람막이로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콘텐츠나 체험 등으로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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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올해 패션 시장 규모 54조, 스포츠 · SPA↑, 골프웨어↓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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