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생존키워드 ➌] 무신사 등 플랫폼 활용 ‘코끼리 등에 올라타기’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신사, 이랜드월드, 신세계백화점, 한진 등 기업별 각각의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해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 효과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한 수출 지원을 넘어 유통·물류·마케팅·법무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K-패션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이들이 경쟁력 있는 K-브랜드의 발신 플랫폼을 자처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통사들은 점차 경쟁이 심해지는 국내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화제성이 높은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고, 현지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미래 먹거리와 시장을 찾고 있다. K-패션에 대한 호감이 큰 지금 마음껏 시도하고 조금 실패하면서 알찬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는 중이다.
K-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플랫폼들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와 차별화된 전략을 도입해 국내 브랜드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익숙하지 않은 해외 시장에서 리스크는 줄이고 성공률은 높이는 방식으로 글로벌 공략을 원하는 브랜드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신사, 조조타운과 협력… 2000개 브랜드 소개
무신사(대표 조만호 · 박준모)의 글로벌스토어는 일본,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 해외 주요국에서 2000여 개의 국내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24년 3분기에는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2년 하반기 스토어 오픈 이후 2년여 만에 달성한 첫 분기 흑자로, 해외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통해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2021년부터 일본 법인 무신사재팬을 설립하고 브랜드의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맞춤형 비즈니스를 펼치고 싶은 브랜드를 대상으로 마케팅, 유통, 물류, CS 등을 총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주요 지역에 있는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거나 일본 패션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등 현지화된 브랜딩과 마케팅 활동을 돕는다.
2024년 12월에는 일본 최대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조조(ZOZO)와 파트너십 MOU를 맺었다. 이번 MOU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통과 마케팅 등 판로 확대를 돕고 일본 현지에서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한 인력 지원에도 힘쓸 계획이다.
더현대글로벌, 日 파르코서 2차 팝업 성공
또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 ‘마뗑킴’과 일본 시장 총판을 위한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무신사는 마뗑킴의 일본 현지 파트너로서 일본 내 브랜드 마케팅과 홍보, 유통채널 운영 등 유통과 판매에 관한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상반기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에 마뗑킴의 첫 번째 일본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며, 5년 안에 일본 전역에 15호점까지 출점하는 것을 목표로 현지 시장 진출을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대표 정지영)의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글로벌’은 경쟁력 있는 국내의 중소·중견 브랜드의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며 K-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본의 파르코백화점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에서 국내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마뗑킴’ 팝업스토어의 경우 하루 동안 3000명이 넘는 고객이 몰리며 일본 내 국내 패션 팝업스토어 최다 방문 수를 기록했다. 1차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2개월 동안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기존 목표 매출의 150%를 달성했다. 12월에 진행한 2차 팝업도 목표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랜드 EIV, 현지 인프라 기반 온 · 오프 동시 지원
해당 팝업은 일본 온라인 패션 플랫폼 누구(NUGU)를 운영하는 메디케어랩스가 현지 마케팅과 운영 지원을 맡아 현대백화점 파르코 누구의 3자 협업 형태로 진행했다. 2차 팝업 기간에 운영한 ‘시스템’과 ‘앤더슨벨’의 경우 1차 팝업 당시 많은 호응을 얻어 기존 3층 공간이 아닌 1층의 메인 공간에서 행사를 선보였다. 올해에는 도쿄를 포함해 일본 내 타 지역에서도 행사를 진행하고, 태국 등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유수 쇼핑몰로도 판로를 넓힌다.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의 한 · 중 비즈니스 지원 플랫폼 E-이노베이션밸리(EIV)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돕는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EIV는 이랜드가 2012년 개발한 복합 산업단지로 스마트 자동화 물류센터, 연구개발(R&D) 센터,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브랜드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EIV를 거점으로 한 첫 번째 브랜드는 LF 자회사 씨티닷츠(대표 유재혁)의 ‘던스트(Dunst)’다. 던스트를 운영하는 씨티닷츠는 이랜드의 지원을 받아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비즈니스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던스트는 글로벌 홀세일 비즈니스를 확대해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EIV는 브랜드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행정․물류․법률․마케팅 등 전방위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누구(NUGU), 콘텐츠 반응 좋다 ‘거래액 700억 돌파’
최근에는 중국 알리바바그룹(CEO 우융밍)의 물류 서비스 자회사 ‘차이냐오’와 협력해 한국 브랜드의 중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 · 오프라인 물류 서비스의 운송 원가를 절감하고, 신속한 유통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또 테슬라 고객 서비스 센터 유치, 글로벌 기업 R&D 시설 확보 등 산업 클러스터로서의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K-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중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갈 계획이다.
메디쿼터스(대표 이두진)의 일본 패션 플랫폼 ‘누구’도 일본 현지에서 많은 호응을 받으며 론칭 후 빠르게 사세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약 7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온라인 회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앱 다운로드 수는 100만건을 넘었다. 공식 SNS 채널인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65만명에 달한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180만명이며, 전체 회원의 80%를 20대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누구는 2020년에 론칭한 일본 패션 플랫폼으로, 현지 인플루언서를 셀러(Seller)로 영입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MZ세대를 타깃으로 한국의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다채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이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K-패션 브랜드 특유의 감도 높은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셀러들의 재미있고 신선한 콘텐츠로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
신세계百 ‘K패션82’ → ‘하이퍼그라운드’로
일본 현지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하는 소비를 선호하는 만큼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더현대글로벌과 협업해 K-패션 브랜드의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커버낫’ ‘세터’ ‘더바넷’ 등 한국에서 인기 브랜드를 일본 소비자에게 소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5년 내 총거래액 1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대표 박주형)의 B2B 온라인 플랫폼 ‘신세계하이퍼그라운드(이하 하이퍼그라운드)’는 해외 공략을 희망하는 국내 브랜드와 해외 바이어를 연결해 주며 K-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현재 25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하이퍼그라운드는 지난 2023년 5월 ‘K패션82(KFashion82)’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태국과 일본 등 해외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B2B에서 B2C 영역까지 확대하며 활동을 이어 나가고자 지난해 9월 명칭을 신세계하이퍼그라운드로 변경했다. 국내 MZ세대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의 K-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와 동일한 명칭으로, 해외 현지 MZ세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명품 플랫폼 젠테, 20개국 공략 적극 지원
지난 2024년에는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수주회와 쇼룸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10월부터 12월까지 11주간 오사카 한큐백화점에서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칼린’ ‘다이애그널’ ‘레스트앤레크레이션’ ‘스탠드오일’ 등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실제 매장에는 브랜드의 현지 팬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에는 입점 브랜드를 늘림과 동시에 지난해 진행한 해외 수주회와 쇼룸, 팝업스토어 등을 꾸준하게 운영하며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다.
젠테(대표 정승탄)의 프리미엄 온라인 부티크 ‘젠테’도 지난해 11월 글로벌 플랫폼을 론칭하고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현지 언어 서비스를 추가하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동 번역, 지역별 브랜드 페이지 구축, 3D 제품 정보 제공 등 글로벌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젠테의 글로벌 플랫폼은 론칭한 지 3개월 만에 미국의 30여 개 주를 포함해 일본, 호주, 유럽 등 전 세계 20개국에 판매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월매출 1억원,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50만명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K-브랜드를 발굴해 해외 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K-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넘어 직접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준지’ 출신의 유철영 씨를 PB부문장으로 영입했다.
한진 ‘숲(SWOOP)’, 30년 노하우 살려 큐텐재팬과 협업
한진(대표 노삼석)의 K-패션 해외 진출 서비스 ‘숲’도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B2B 패션물류 30년 업력으로 쌓인 한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2년 론칭해 현재까지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패션기업과 중소 브랜드를 대상으로 해외 유수의 판매처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과 맞춤 물류 서비스 설계·제공을 통해 브랜드가 해외에 안착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국내 브랜드와 함께 숲 공동 브랜드관을 개설해 현지 법인이 없더라도 해외 바이어와 연결해 주는 ‘숲 쇼룸’ 서비스와 해외 진출을 진행하는 브랜드에 판매를 위한 물류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숲핑(SWOOPPING)’을 운영 중이다. 판매를 위한 중소형 화물부터 팝업 · 박람회 · 전시회 등 행사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성 화물까지 제공하는 것.
한진이 운영 중인 국내 이커머스 셀러들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국제 특송 서비스 ‘원클릭 글로벌’과의 연계를 통해 별도 계약 절차 없이 적은 수량의 화물도 빠르고 저렴하게 발송할 수 있어 중소 패션 브랜드의 호응이 높다. 올 초에는 일본의 ‘큐텐재팬’과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알렸다. 큐텐재팬의 공식 배송업체가 되며 국내 업체들의 일본 진출도 수월해졌다. 한진이 국내 집하부터 일본 배송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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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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