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스포츠 마켓 ➌] 마니아 · 팬심 겨냥 ‘콘텐츠’ 강화
주중 · 주말 할 것 없이 스포츠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즐기는 스포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강 · 경복궁 주변에서 시티런을 즐기는 러너부터 천변 및 공원에서 파크골프를 치는 4060세대, 트랙을 따라 줄지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야구를 관람하기 위해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갖춰 입고 잠실종합운동장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등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작년 첫 1000만 관중을 넘어섰고 올해 전반기 역대 최소인 405경기 만에 700만명 관중을 돌파하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국내 마라톤 대회 소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마라톤온라인’에는 7월 기준 300개가 넘는 러닝 대회가 등록돼 있으며, 매달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러닝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티케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러닝의 뜨거운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HDC그룹(회장 정몽규) 계열사 유통 전문 기업 ‘HDC아이파크몰’ 용산점에 선보인 라켓스포츠 ‘빠델’ 구장 ‘엠무브 빠델 라운지’는 오픈 1년 만에 누적 체험 고객 2만명을 돌파하는 등 소비자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러닝부터 e-스포츠까지, 스포츠 다변화 시대
이러한 열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및 K-스포츠 브랜드들은 스포츠 진정성과 전문성을 살려 메가 트렌드가 된 러닝을 비롯해 트레일 러닝과 축구 · 야구 · 농구 · 테니스 · 피트니스 · 요가 · e-스포츠 · F1 등 세분화된 스포츠 분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제품은 물론 다양한 참여 및 체험형 콘텐츠를 내세워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포츠 신(Scene)에서는 역시 러닝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러닝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신제품 개발은 물론 러너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 러닝 커뮤니티, 다양한 러닝 대회 후원 및 개최, 러닝 관련 팝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코리아(대표 킴벌리린창멘데스)의 ‘나이키’와 아디다스코리아(대표 마커스 모렌트)의 ‘아디다스’는 각각 ‘나이키 런 클럽(NRC)’과 ‘아디다스 러너스(AR)’라는 러닝 커뮤니티를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이키는 글로벌 약 160개국에서 러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코칭이나 기록 관리와 더불어 개개인의 러닝 루틴을 설계하고 전 세계 러너들과 연결되는 글로벌 네트워크형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참여 · 체험 콘텐츠’로 소비자 공략
아디다스도 커뮤니티가 러너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파악하고 2017년부터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이라는 명칭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코치진의 퍼포먼스 트레이닝과 정기 그룹 러닝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팀’이라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안에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푸마코리아(대표 이나영)의 ‘푸마’도 참여 기반 브랜드 커뮤니티 ‘런푸마팸’을 현재 4기째 운영하고 있다. 4기는 기록 향상을 목표로 하는 ‘브레이크 더 베스트(Break the best)’라는 콘셉트로 운영하며 러닝 전문 코치들과 함께 클래스를 진행한다. 2025년부터 3년간 서울레이스 스폰서십을 체결했으며 ‘쉐이크아웃런’, 푸마 퍼포먼스 앰배서더 홍범석과 함께하는 ‘최강러너’ 콘텐츠 등 러닝 관련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뉴발란스(NBRC)’ ‘아식스(A-RACER)’ ‘데상트(DRC)’ ‘호카(Hoka Run Club)’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일제히 커뮤니티 기반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의 뉴발란스는 러닝 트라이얼 서비스 전문 매장 뉴발란스 북촌점과 NBRC가 함께 다양한 러닝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아식스코리아(대표 김원무)의 아식스는 마스터스 러너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그룹인 ‘A-RACER’를 통해 러너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맴버들의 피드백을 제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 팬덤 만드는 ‘러닝 커뮤니티’
데상트코리아(대표 시미즈 모토나리)의 DRC(DESCENTE Running Community)는 일상에서 즐겁게 운동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커뮤니티로 매주 목요일 새벽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5~20명이 모여 달리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씻고 출근하는 루틴으로 구성해 인기리에 운영 중이다.
이처럼 각 브랜드는 저마다의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커뮤니티의 방향성을 조정하며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브랜드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활동하면서 브랜드 팬덤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러닝 퍼포먼스에 강점을 가진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자체 브랜드 커뮤니티를 키우는 것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커뮤니티 외에도 나이키 ‘애프터 다크 투어 서울 10K’, 뉴발란스 ‘런유어웨이 하프레이스 인천’, 르꼬끄스포르티브 ‘비바런’, 데상트 ‘고양특례시 하프마라톤’ ‘JTBC 서울 마라톤(11월 예정)’ 등 러너들이 모이는 다양한 러닝 대회를 후원 또는 개최하고, 부스를 운영하는 등 스포츠 현장에서 스킨십을 강화하는 활동들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1000만 관중 프로야구, 스파이더 등 파트너십 속속
현시점에서 러닝만큼 핫한 스포츠를 꼽자면 바로 프로야구다. 작년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넘어선 프로야구는 올해 상반기 누적 700만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이 기세라면 작년 수치를 뛰어넘는 약 1200만 관중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10개 프로야구 구단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야구 관객을 브랜드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야구 종목에서 작년부터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는 곳은 바로 브랜드유니버스(대표 김지환)의 ‘스파이더’다.
스파이더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화 이글스의 공식 용품 스폰서 계약을 했다.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류현진 효과로 유니폼 품절 대란, 몬스터 컬렉션 선주문 완판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기존 어센틱 의류에 패션성을 가미한 ‘어센틱 플러스 라인’을 론칭하고 올해에만 압구정 직영점, 롯데백화점 대전점,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등에 새롭게 오픈하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스파이더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입지를 강화하며 올해 1분기 전년 동기대비 매출 10% 증가한 156억원을 기록했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야구 · 축구 등 ‘팬덤 마케팅’ 활발
스포츠 브랜드는 아니지만 산산기어(대표 이상엽)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산산기어’의 올해 야구 카테고리에서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프로야구팀 삼성라이온즈와 협업해 올해 2월 첫 컬렉션으로 유니폼과 바람막이 재킷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며 야구팬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감각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호평 또한 이어졌다.
첫 컬렉션이 흥행하며 지난 5월에 두 번째로 컬렉션을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예약 판매로 진행했는데 거래량과 거래액이 각각 134%와 67% 증가했다. 2차 컬렉션 발매 전후 1시간 동안 약 17만명이 크림에 접속했고 대기 인원도 최대 8만8000명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며 기존 소비자뿐만 아니라 야구팬들을 브랜드로 흡수하는 계기가 됐다.
아디다스는 올해 초 두산베어스와 공식 후원 계약하고 지난 3월 29일 잠실 야구경기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널 믿어’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인 이벤트와 유니폼 커스텀 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야구 팬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아머스포츠코리아(대표 김훈도)의 ‘윌슨’도 리얼 야구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며 야구에 진심인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스케쳐스 등 스포츠 마케팅 포트폴리오 다변화
축구에서는 한국미즈노(대표 다나카 데쓰야)의 ‘미즈노’와 스케쳐스코리아(지사장 강병존)의 ‘스케쳐스’ 등이 다양한 콘텐츠 및 제품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미즈노는 작년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 2년간 의류 및 용품 후원을 협약하고 지난 6월에는 브랜드 대표 축구화 ‘모렐리아’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팝업 및 아카이브 전시를 열고, 아트스트와 협업하며 국내 축구 팬들과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축구의 기본기와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고객참여형 프로그램인 ‘축구화 트라이얼’ 이벤트를 전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육상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엘리트 선수와 생활체육 마스터스가 함께하는 중장거리 트랙 육상대회 ‘트랙레이스’에 메인 후원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스케쳐스는 2023년 글로벌 축구 스타 해리 케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축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최근에는 스케쳐스만의 기술력을 더한 새 축구화 ‘SKX 2’와 ‘RAZOR 1.5’를 출시하며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스케쳐스는 기존 러닝 분야에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지만 3~4년 전부터 ‘우리은행 여자 프로농구단’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배구단’ 등 스포츠팀 후원도 활발하게 이어오면서 타 스포츠 카테고리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통 → e-스포츠로 지평 넓힌다
LS네트웍스(대표 문성준)의 ‘프로스펙스’는 스케쳐스와 비슷하게 다양한 프로스포츠팀을 공식 후원하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스포츠에 이식하고 있다. FC 서울(축구), LG 트윈스(야구), LG 세이커스(농구), KB 스타즈(여자농구)를 비롯해 BMX 레이싱, 서핑, 테니스,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팀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회사 크래프톤과 함께 글로벌 e-스포츠 국가대항전 ‘펍지 네이션스 컵(PUBG Nations Cup) 2025’를 공식 후원하며 마케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룩소티카코리아(대표 테이시앙림)의 ‘오클리’도 야구, 스노 스포츠, 골프 등 기존 전통적인 스포츠 종목 외에도 e-스포츠팀 ‘피어엑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게이머를 위한 전용 안경과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아직 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진출하지 않은 F1에 푸마(2023년)와 아디다스(2025년) 등이 진입해 모터스포츠 분야와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맺으며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의 지평을 열고 있다.
과거 스포츠 브랜드들은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품을 강조해 왔지만 최근에는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단순 제품을 넘어 각 스포츠의 중심이 되는 팬과 실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마켓 기사 보기>
[2025 스포츠 마켓 ➊] 10조3300억 스포츠 마켓, 로컬화 · 세분화 · 전문성 key
[2025 스포츠 마켓 ➋] ‘스포츠 = 퍼포먼스’ 전문성 니즈 ↑
[2025 스포츠 마켓 ➌] 마니아 · 팬심 겨냥 ‘콘텐츠’ 강화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