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관세 후폭풍➌] 쉬인과 테무, 좋은 날은 갔다?
중국의 방대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초저가 상품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면서 글로벌 고객을 사로잡고 있는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미국의 ‘소액면세제도(De Minimis Exemption)’ 폐지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에 소액면세를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후, 5월 2일 자로 중국과 홍콩 수입품에 대해서 면세를 중단했다. 백악관은 중국에서 펜타닐 같은 불법 약물이 소액면세를 악용해서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 소액면세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소액면세는 가치가 114만원 이하일 경우 미국으로 들어오는 소포에 대해서 무통관 및 무관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쉬인,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은 이를 활용해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엄청나게 낮은 가격으로 직배송하면서 경쟁력으로 삼았다. 소액면세 폐지는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면서 글로벌 이커머스의 지각을 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의 경우 서플라이어들이 공장에서 직접 구매자에게 송부하는 시스템을 통해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면서 미국 고객층을 빠르게 넓힐 수 있었다. 이 조항이 더 이상 중국과 홍콩 수입품에 적용되지 않으면서 관세(5월 2~13일 120% → 5월 14일 이후 54%)는 물론 통관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로 인한 추가 서류는 물론 통관 과정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 저가 수입 명분이었던 소액면세 금지
1938년 시작된 소액면세는 2016년에 한도가 114만원으로 올라갔다. 소액면세는 많은 양의 소형 소포를 통관하는 운영비용과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운영하다, 최근 중국의 패스트패션 셀러들로 인해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6억3700만개의 소액면세 소포는 2024년 13억6000만개로 늘어났으며, 이 중 60%는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소액면세가 중단되기 전날인 5월 1일, 테무는 더 이상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배송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등 기존 운영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였으나, 미국 내 셀러 등 로컬 배송에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테무는 소액면세 중단에 대비해서 미국의 중국 상품 판매자(셀러)를 활용하고 있는데 비중은 30% 이상이나 된다. 또 미국 내 약 10개의 창고를 두고 로컬 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는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이점은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테무,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배송 전면 중단
그동안 테무는 아마존과 월마트 등 경쟁사 대비 가격이 20~30% 저렴했으나 로컬 배송으로 전환하면서 비용이 올라가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직접 배송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에게 관세의 부담은 없어졌지만 판매 상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미국은 쉬인의 71조1000억원(2024) 매출 중 3분의 1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소액면세제도의 폐지와 트럼프 관세로 미국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쉬인은 소액면세 중단을 앞두고 4월 25일부터 조정된 가격을 적용하고 있는데 인상 폭은 평균 30~51% 정도이지만 377%까지 오른 아이템도 있다고 한다(Bloomberg).
쉬인은 이러한 관세에 따른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생산지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전략을 고려하면서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가진 회사와 접촉했으나 지금은 이를 중단한 상태다. 이유는 생산을 위한 서플라이체인 다각화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쉬인 · 테무, 유럽에 올인… 광고 지출 확대
쉬인이 생산처를 옮기면 중국 실직률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다. C커머스 기업은 생산비용을 낮추고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공장을 원하는 데 비해 중국은 중국 내 제조업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관세 부과와 소액면세 조항이 폐지되면서 미국에서 입지가 약해진 쉬인과 테무는 유럽 시장 개발에 집중하면서 4월에 디지털 광고를 전격 확대했다. 쉬인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광고 지출을 전월대비 35% 늘렸으며 테무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40%와 20%씩 광고비를 늘렸다(Sensor Tower/Reuters). 이는 미국 시장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으로 시장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고는 앱다운로드 수를 올리는 것에 도움이 되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광고 지출을 줄이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관세로 글로벌 무역 기준이 달라지면서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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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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