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관세 후폭풍➋] 서플라이체인 · 소싱 근간 ‘흔들’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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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트럼프 관세’로 패션기업들은 미국에서 판매 및 가격 정책을 재고했다. 약 85%의 패션 브랜드들은 관세의 영향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올릴 계획으로 알려지는 등 관세로 오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됐다(Joor). 럭셔리 브랜드들은 4월에 미국 내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인상 폭은 LVMH 소유의 ‘디올’ 4%, ‘루이비통’ 5%, 리치몬트그룹의 ‘반클리프엔아펠’ 5% 선으로 올렸다(Citi). ‘아디다스’도 미국에서 삼바와 캠퍼스 등 주요 인기 스타일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영국 브랜드인 ‘오폴리(Oh Polly)’는 다른 시장 대비 미국 내 가격을 20% 상향 조정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 미국의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인 ‘킨(Keen)’은 가격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2025년에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은 없다고 발표했다. ‘컬럼비아(Columbia)’와 ‘크록스(Crocs)’도 현재 관세 비용을 유지하며 하반기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패션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꺼리는 이유는 가격이 오르면 마진이 높아지고 홀세일 리테일러의 오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지출을 자제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中 위주 소싱에서 탈피, 상품 비축 경향


중국에 대한 관세가 최고 145%까지 치솟으면서 패션산업에서 생산처는 최고의 이슈로 떠올랐다. 물론 한 달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가 하향 조정됐지만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은 중국 생산에 대한 폭풍 관세의 트라우마로 인해 생산처를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생산 전략은 ‘차이나플러스원(China plus One)’으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에 생산 용량을 유지하면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한두 개의 생산지를 추가하는 것으로 주로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의 리테일러 ‘타겟’은 2017년 중국 생산 비중이 60%였으나 2026년까지 이를 25% 이하로 내릴 계획이다. 특히 베트남은 신발 생산의 주요 기지로 떠오르면서 현재 나이키의 50%, 온의 90%, 아디다스의 39%는 여기서 이뤄진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발표 전인 2월과 3월부터 재고를 늘리는 전략을 통해서 비용상승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3월의 미국 무역수지는 199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트럼프 관세 발표 전에 미국 내 사업체들이 필요한 소재와 용품, 소비자 상품을 비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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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린스, 페어몹 등 재고 물량 확보 서둘러 


스킨케어 브랜드인 ‘클라란스(Clarins)’는 미국 시장을 위해 3개월 판매 분량 284억원어치를 확보했으며, 미국 매출 비중이 10%인 프랑스 가구제조사 페어몹(Fermob)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소식이 나오자 1월과 2월에 생산을 늘려서 미국에 30%의 추가 재고 물량을 미리 선적했다. 아마존의 판매자들도 관세 부과 전에 재고를 미리 확보해서 5월 중에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판매했다.


문제는 재고를 비축하는 것이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접근으로 쌓아놓은 상품은 언젠가 모두 소진되고, 특히 소비자 취향이 변화하는 것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재정이 재고관리에 묶이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관세 정책이 빠르게 변할 때는 기존의 상품과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고객들에게 일관성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의 일부 D2C 브랜드들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베이스(Beis)’ ‘패션노바(Fashion Nova)’ ‘닉스(Knix)’ 등은 소비자들에게 관세로 가격이 올라가거나 상품이 부족해지기 전 ‘지금 사야 할 때’라며 관세 부과 전 판매 및 세일을 진행했다.


베이스 등 구매 적기 등 관세 마케팅 전략 가동  


 러기지 브랜드인 베이스는 고객에게 상품의 가격이 올라갈지 올라간다면 얼마나 올릴지 알 수 없다면서 향후 안내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에는 현재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 뭔가 맘에 들면 구매할 좋은 시점이라는 것을 내포했다. 또한 ‘베어네세시티즈(Bare Necessities)’는 30% 할인하는 관세 전 세일(pre-tariff sale)을 운영했다. 이러한 전략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요즘 같은 상황에 최대한 빨리 매출을 늘리고자 하는 방법이다.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 니즈가 내려가면서 점점 더 많은 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이 관심을 미국에서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돌리고 있다. 관세가 없는 시장을 개발해 매출을 만들면 미국에서 본 손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리테일러와 브랜드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브랜드들의 유럽 시장 내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유럽은 더욱 붐비는 시장이 되고 새로운 고객을 획득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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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 리테일러, 유럽 · 인니 등 신시장 찾기 사활 


중국 제조사도 미국 외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그 대상은 유럽을 넘어 인도네시아까지 포함한다. 4월 중순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섬유 및 가먼트 전시회(Indo Intertex)에는 인도네시아 기업보다도 많은 400개의 중국 전시사가 참여하는 등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관세 등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은 패션산업이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해 온 가장 효율적인 서플라이체인과 생산 전략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은 관세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느라 분주한 가운데 많은 기업은 당분간 미국 시장에는 최소한의 공급만 유지하면서 사태의 진전을 두고 보자는 입장으로 다른 사업체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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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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