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IP 비즈니스 ➊] IP 재해석한 ‘K- 패션’ 글로벌서 러브콜
글로벌 패션 명가나 인기 브랜드의 로고만 가져다 국내에 제안하는 라이선스 방식은 한국 패션 시장에 통하지 않는다. 야구 모자를 토털 패션으로 제안한 ‘MLB’, 다큐멘터리 채널을 패션으로 재해석한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과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 ‘BBC어스’ 등 생각하지 못한 ‘한국판 패치’ 를 제대로 장착한 브랜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경쟁 시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IP를 활용한 한국판 라이선스 브랜드들은 파워풀한 브랜드 네임 밸류와 헤리티지, 글로벌 트렌드를 토대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테일과 마케팅을 더해 지속적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는 한 패션 기업의 성공을 넘어 국내에는 없던 이미지로 새로운 시장을 여는가 하면, 글로벌 본사가 아시아 시장을 믿고 맡길 정도로 성장했다.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 ‘스노우피크어패럴’ ‘코닥어패럴’ ‘하이드로겐’ 등 비패션 IP에서 시작한 2세대 및 3세대 아웃도어 브랜드와 K-캐주얼 브랜드로 등극한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크곤잘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브랜드를 확장해 한국에서 성공한 후 해외 판권까지 확보한 ‘지포어’와 ‘할리데이비슨’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매출도 1조 찍은 ‘MLB’ 한국판 라이선스 롤 모델
먼저 F&F(대표 김창수)에서 지난 2012년 아웃도어 사업을 시작하며 선보인 디스커버리는 론칭과 동시에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2세대 아웃도어 시장의 서막을 연 주역이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디스커버리는 원래 ‘더도어’라는 F&F의 자체 브랜드로 첫선을 보였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디스커버리 본사의 로고 사용 제한 때문에 자체 브랜드로 론칭했는데, 초반에 반응을 얻지 못하자 빠르게 라이선스 브랜드로 전환했다.
결과는 대성공. 론칭한 지 5년 만인 2017년 매출 3000억원을 넘기고 작년부터는 자사 브랜드인 MLB의 뒤를 이어 미국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본사)로부터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모두 9개국의 브랜드 라이선스를 독점 계약했다. 지난해 말까지 상하이 1호점 포함 총 5개를 확보했고, 올해는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100개까지 빠르게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디스커버리의 성장에 아이디어를 얻어 더네이쳐홀딩스(대표 박영준)가 2016년 론칭한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도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패션 사업 경험이 없던 기업이어서 시행착오가 많았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피드백해 점차 상품력을 업그레이드하고, 본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든든한 마케팅 협조까지 받으며 2세대 아웃도어의 중심축으로 안착했다.
비패션 IP 라이선스 성공신화 ‘디스커버리’ 중국까지 섭렵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은 2019년 8월 중국(중화권) 판권까지 인수해 홍콩 침사추이에 단독 매장을 오픈했고, 2020년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현재 중국,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라이선스 확보 국가를 확대해 아시아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매 시즌 바이어를 초청해 글로벌 수주회를 개최하며, 브랜드 전개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2022년 원작자인 마크 곤잘레스와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23년 론칭한 마크곤잘레스는 계약 당시 해외 확장을 고려해 한국 및 중화권 등 아시아 지역 독점 라이선스를 따냈다. 국내에서 초기 인지도를 확 높이는 것과 동시에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홍콩을 첫 진출지로 삼고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공개된 더네이쳐홀딩스의 작년 3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누적 수출 및 해외부문 매출은 총 29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6.92% 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과 마크곤잘레스 모두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어 누적 해외 백화점 매출이 223억원으로 전년 동기 98억원 대비 127.55% 증가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 마크곤잘레스, 해외 진출 시너지
이들에 이어 ‘3세대 감성 아웃도어’ 시장을 활짝 연 감성코퍼레이션(대표 김호선)의 스노우피크어패럴은 고가 프리미엄 캠핑 용품 브랜드인 ‘스노우피크’와의 오랜 협업을 진행해 온 김호선 대표의 대담한 도전으로 시작된 브랜드다. 신뢰를 바탕으로 패션 부문 라이선스를 얻은 데 이어 한국 지사와의 연계 전략으로 빠르게 한국 지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대만과 중국 시장까지 입성할 수 있었다.
물론 기본은 상품력이다. 스노우피크 특유의 차분한 감각에 한국인이 선호하는 활동성(기능, 디자인)을 절묘하게 조합한 무드는 론칭 초반부터 빠르게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소비자 확장을 위한 연구 · 개발이 이어지며 매 시즌 신규 유입이 크게 늘었다. 캠핑 용품과 함께 토털 브랜드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초기 해외 진출에는 용품과 의류가 함께 진출했다.
현재는 주체적으로 일본, 대만, 중국 시장에서 활약 중이며 앞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대만은 13개점, 일본은 16개점, 중국은 1개점을 확보했다. 대만은 현지 유통 파트너인 스타라이크와 협력해 운영하고, 일본은 역수출 형태다. 올해는 중국 시장을 본격 확대하고, 2027년까지 동남아와 인도에 진출할 계획이다.
스노우피크어패럴, 본사와의 공조로 승승장구
특히 스노우피크어패럴은 국내 패션 시장에 투자 문화를 대중화하는 데도 많이 기여했다. 김 대표가 중심에서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행보를 보이고, 브랜드는 꾸준하고 독보적인 성장세로 이를 지원했다. 이 회사는 주주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선스 브랜드지만 본사와 협력하면서 IP를 최대한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 기반을 단단히 구축한 것이 인상적이다.
하이라이트브랜즈(대표 이준권)의 코닥어패럴은 필름과 카메라 관련 기술을 보유한 브랜드의 아카이브와 헤리티지를 패션으로 효과적으로 풀어내 식상하지 않은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로고 플레이에 집중하는 브랜드들과는 차별화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해 국내에 확보한 플래그십스토어 두 곳에서 해외 관광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가동한다.
크리스에프앤씨(대표 우진석․김한흠)의 ‘하이드로겐’은 골프 및 스포츠 브랜드로 국내 전개권을 갖고 있던 크리스에프앤씨에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선보인 첫 아웃도어 브랜드다. 패셔너블한 브랜드 특유의 감각을 살려 전종서 등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모델을 선택해 인지도 확장에 나섰고, 작년 말에는 ISPO 뮌헨에 직접 참가해 글로벌에 진출할 초석을 다졌다. 올해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움직일 예정이다.
마리떼프랑소와저버, 5년 만에 1500억 ‘폭풍 성장’
레이어(대표 신찬호)의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이하 마리떼)는 ‘데님 · 디자이너 브랜드’로 한정돼 있던 기존 IP의 한계를 넘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성 캐주얼, 유니섹스 라이프웨어, 애슬레저웨어, 키즈웨어 등으로 확장하며 어려운 국내 캐주얼 시장에서 5년 만에 1500억 매출이라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작년 5월 현대백화점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 팝업스토어를 열며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작년 말부터 준비를 시작해 올 상반기 내에 홍콩, 일본, 대만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중국의 1선 도시와 마카오·방콕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는 해당 상권에 위치한 유력 유통사와 함께 정식 매장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의 지포어는 코로나19 시기 혜성같이 등장해 심심했던 골프웨어 시장에 충격적인 반전을 안긴 브랜드다. 골프 글로브 수입에서 고기능성 골프웨어와 용품까지 확장해 ‘하이엔드 럭셔리 골프웨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하면서 론칭 2년 차에 매출 1000억원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코오롱FnC, 지포어 中 · 日 전개 주체 … 럭셔리로 안착
코오롱FnC는 지난해 말 지포어 미국 본사와 중국 및 일본 독점 전개에 대한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부터는 일본과 중국에서 주체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브랜딩과 상품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소비력이 큰 도시를 중심으로 3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고유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로 안착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난 몇 년간 많은 글로벌 IP 브랜드들이 한국 전개사의 손길을 탄 라이선스 상품으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에서는 한국 브랜드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 대비 트렌디하고 품질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고, 중국에서는 한국에서보다 20~30%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빠르고 역동적인 한국 시장에서 까다로운 소비자를 응대해 온 한국 패션 기업들의 노련함이 K-컬처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지지대 삼아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히 IP가 갖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유의 문화나 감성을 기반으로 컬러에 트렌드를 가미해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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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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