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IP 비즈니스 ➋] 유통가 장악한 콘텐츠 IP 파워
한 달 동안 열린 ‘닌텐도’ 팝업스토어 매출 40억원, 2주간 열린 ‘헬로키티 50주년’ 팝업 매출 11억원, 두산베어스와 협업한 ‘망곰이의 베어스 탐방기’ 팝업 일주일 매출 7억3000만원. 네이버웹툰 ‘가비지타임’ 팝업 1인 최대 결제 금액 153만원, GS25 X 넷플릭스 협업 상품 매출액 총 500억원!
내놨다 하면 ‘매출 보장’.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캐릭터,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IP 파워가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콘텐츠 IP의 경우 사전 정보 없이도 이미 팬들과 세계관이 공유돼 있어 출시만 하면 화제성과 매출 파워에서 단연 높은 성과를 거두는 편이다. 좋은 예는 아니지만 품질이나 디자인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공식이 내는 건 무조건 산다’라는 것이 팬들의 성향이라고 한다.
패션에서도 이 공식은 유효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의 ‘스파오’가 있다. 스파오는 아티스트, 캐릭터, 식음료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IP와 협업을 이어오면서 ‘컬래버 맛집’ ‘캐릭터 파자마’로 유명해졌다. 특히 협업 대표 상품인 파자마는 1년에 100만장 이상 판매될 정도로 매번 화제성을 띠고 있다.
스파오, IP 컬래버 상품 누적 매출 약 3000억대!
스파오는 2015년부터 선보인 컬래버 상품으로 2022년 기준 누적 매출 2200억원을 달성했다. 물량으로는 1000만장이 훌쩍 넘는 수준이다. 2023년 컬래버 라인 목표 매출이었던 700억원을 더하면 협업 아이템으로만 30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한 것이다. 망곰이(망그러진 곰) 오픈 10분 만에 1억원 달성, 최고심 론칭 하루 만에 4억원 판매라는 역대급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그 어떤 라이선스 파트너보다도 판매력과 기획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둬 ‘해리포터’ ‘위베어베어스’ ‘프렌즈’ 등 다수의 IP를 보유하고 있는 워너브라더스에서는 스파오를 최우수 패션 라이선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MZ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는 셀럽 및 럭셔리 브랜드와 영 브랜드도 캐릭터와의 협업을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이 셀럽 키링 브랜드 ‘모남희’의 오리지널 캐릭터 ‘블핑이’와 협업해 화제를 모았다. 지드래곤이 직접 이름 붙인 ‘데희’와 ‘지희’라는 이름과 지디의 손글씨를 더한 패키지 디자인이 특별함을 더했다.
명품 · 셀럽 브랜드도 캐릭터 IP 협업 ‘포기 못해’
아카이브코(대표 김현지․서균석)의 캐주얼 브랜드 ‘해칭룸’은 보안 서비스 브랜드 ‘알약’과 협업을 진행했다. 알약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활용해 대형 알약 인형을 만들어 매장에 배치하고 모자, 후드, 키체인, 인형키링 등 굿즈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불가리코리아(대표 이정학)는 IPX의 캐릭터 ‘조구만’과 협업해 ‘불가리×조구만: 뱀의 해 에디션’을 선보였다.
‘아크네스튜디오’는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과 만났다. 스칸디나비아 문화권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토대로 두 브랜드가 만나 무민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협업을 진행했다. 무민트롤 · 무민파파 · 스노크 메이든 · 리틀 미 등 다양한 캐릭터로 꾸민 셔츠, 후드 집업, 비니, 팬츠로 구성한 컬렉션이 인기를 모았다.
콘텐츠 IP의 영향력은 개별 브랜드보다 유통에서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패션을 메인 콘텐츠로 다루던 대형 유통사들이 신규 소비자 유입과 단기 매출 상승 효과가 탁월한 콘텐츠 IP 비즈니스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각적으로 인상적이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주변 매장의 매출 증가 효과도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출시하면 ‘매출 보장’ 유통가 자체 캐릭터 IP 수익화
실제로 지난해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 스타필드는 패션과 F&B 팝업스토어보다 IP 팝업을 더 많이 운영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이 부각되면서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사들은 팝업이나 단기 이벤트를 넘어 직접 자체 캐릭터를 활용해 ‘팬덤’을 공략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대표 김재겸)의 ‘벨리곰’, 현대백화점(대표 정지선․정지영)의 ‘흰디’, 신세계백화점(대표 박주형)의 ‘푸빌라’, GS리테일(대표 허연수) GS25의 ‘무무씨’가 대표적이고 작년 롯데백화점(대표 정준호)의 ‘킨더유니버스’가 새롭게 추가됐다.
킨더유니버스는 작년 오픈한 동명의 키즈관 브랜드 킨더유니버스와 함께 탄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4년 초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활용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라는 특명을 내리자마자 탄생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관 속 9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데 불안과 걱정을 먹는 이끼인 ‘모가나’, 척척박사 덩굴 ‘더스틴’, 미래형 로봇 ‘스티븐’, 무계획의 귀여운 요정 ‘루카’ 등이 등장한다. 탄생하자마자 작년 4월 ‘명동 페스티벌’ 현장과 백화점 내외부 곳곳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콘텐츠 IP 적극 활용’ 특명 화제
현대백화점이 2019년 선보인 자체 캐릭터 흰디는 작년 상반기 외부 유통채널 진출에 성공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잡고 ‘흰디 젤리’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것. 흰색 강아지 캐릭터인 흰디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만들었는데 흰디가 젤리 모양의 젤핑, 젤뽀, 젤봉 3명의 친구를 만나 행복을 수집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위해 개발한 캐릭터 푸빌라를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있다. 푸빌라는 귀여운 백곰 캐릭터로 네덜란드의 유명 일러스트 작가 리케 반 데어 포어스트와 협업해 만들었다. 여름·겨울 시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으며 패션·뷰티 브랜드와도 IP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피규어 굿즈로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GS25가 2022년 5월 티베트 여우를 의인화해 탄생시킨 무무씨는 2만명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캐릭터다. 첫 론칭 후 1년여 만에 무무씨 굿즈 누적 판매량은 100만개, 매출액은 16억원을 돌파하며 GS25의 ‘영업 상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에 GS25는 작년 1월 플래그십스토어 ‘도어투성수’에 무무씨 팝업스토어를 열고 MZ세대 고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2주 동안 약 3만5000명이 방문했다.
K-패션 IP 비즈니스 연관기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