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br> 불의에는 참고, 불이익에만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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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불의에는 참고, 불이익에만 분노(?)

Wednesday, July 14, 2021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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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회사에 다닐지라도 한두 번쯤은 인사제도나 평가를 위한 고과 제도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인사나 평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사와의 친밀한 관계 덕분에 능력보다 좋은 고과를 받거나 또는 성장하는 시장을 대응하는 부서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이웃 부서보에 더 많이 받아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래전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일이다.

초등학교에서 선행학습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예체능 학습에 더 투자를 한 결과, 학교에서 실시한 영어 우열반 레벨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쁜 마음으로 입학한 중학교에서 뜻하지 않게 좌절을 겪고는 속상해하는 아이의 얘기를 듣고서 우리 부부는 비교육적인 처사에 매우 격분해 당장 학교를 찾아가 항의할 태세였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큰아이가 말했다.  “만약에 동생이 우반에 배치됐더라도 지금처럼 학교의 비교육적인 처사에 분노하고 차별을 없애 달라고 항의하러 가려고 했을지 생각해 보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어때요?” 그때 큰아이의 말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공정과 불의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큰아이는 그 일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에게 큰 깨달음을 줬고 아직도 어떤 행동의 기준이 될 때가 있다.

일찌감치 좌절을 경험한 둘째 아이는 노력한 결과 대학교에 들어갈 때는 영어가 큰 기여를 했다. 지금도 청년들은 시대정신인 공정과 정의에 반하는 사회 현상에 분기탱천하고 집단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가끔은 선택적 공정과 선택적 정의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사회의 불의에 분노하기보다는 자신의 불이익에 더 많이 분노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그렇다. 부동산 문제, 주식투자, 가상화폐 등등.  경제적인 불평등과 차별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자칫 공정과 정의의 시대정신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생계를 걱정하던 후진국 시절의 시대정신은 근면과 성실이었다. 개발독재 시절에는 불안정한 정치·사회로 인해 자유와 민주가 시대정신이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살고 있는 요즘은 정치·사회적 불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방해하는 불이익에 더욱 분노를 표출하는 것 같다.  세상은 원래가 불공평 불공정한 곳이므로 언감생심, 우리 사회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꿈꾸지는 않는다.

다만 당대의 시대정신이 공정과 정의라고 하니, 그 가치가 나만, 우리만을 위한 선택적 공정과 선택적 정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사회적 불의는 잘 참아내면서 자신의 불이익에만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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