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가존서 매출 훨훨” 샌드베이지·유지·로웨 옐로칩 브랜드로 급부상

패션시장에서도 ‘옐로칩’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블루칩으로 평가되는 대형 하이엔드 브랜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확실한 감도와 내실을 갖춘 중가 여성복 브랜드들이 급부상 중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름값보다 ‘실제 퀄리티와 감도’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고른다.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가 뒷받침되며 여성복 시장 내 옐로칩 브랜드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샌드베이지’ ‘유지’ ‘로웨’가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다. 세 브랜드 모두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제품력과 감도 높은 디자인을 앞세워 시장에서 신뢰를 얻었다. 각자의 색은 다르지만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는 절제된 디자인, 세밀한 소재 감각, ‘입는 사람 중심’의 철학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고가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에 프리미엄 감성을 담아내며, 실적과 이미지 양면에서 존재감을 넓혀 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신예 브랜드가 아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무게감은 덜하지만, 그만큼 탄력 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안정적인 제작 기반, 충성도 높은 고객층, 글로벌 확장 가능성까지 더해져 ‘여성복 옐로칩’으로 자리매김했다. 감도 높은 여성복 시장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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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베이지 ]
프로모션 10년 노하우 집약
파워풀 신예 등장
패션 업계 관계자들이 먼저 입소문 내는 브랜드, 상품력 하나로 주목받는 여성복. 그 중심에는 ‘샌드베이지’가 있다. 2023년 F/W 시즌 론칭과 동시에 더현대서울, 현대백화점 본점 · 무역점 · 판교점 등 주요 지점에서 팝업을 진행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무역점에서는 동기간 여성복 MD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단숨에 ‘실력파 신예’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국내 성과에 이어 2024년 F/W 시즌에는 첫 해외 수주를 단행했다. 파리와 뉴욕 세일즈 현장에서도 유수의 바이어와 부티크로부터 오더를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론칭 1년여 만에 이룬 성과치고는 이례적이다. 겉보기엔 빠른 성장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오랜 업력과 안정적인 시스템이 자리한다.
샌드베이지를 전개하는 에프엔엘(대표 김대영)은 이미 매출 300억원대의 탄탄한 기반을 가진 패션 프로모션 전문기업이다. 국내 주요 브랜드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해 온 10년 이상의 노하우가 브랜드 전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즉 샌드베이지는 단순한 신생 브랜드가 아니라 오랜 업력 위에서 구축된 결과물인 셈이다.
패션 프로모션 모기업 탄탄, 제품력 승부수
브랜드명처럼 샌드베이지는 뉴트럴 컬러를 중심으로 트렌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모던 클래식한 무드를 지향한다. 해외 원단사를 통해 직접 들여오는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화려한 장식 없이도 고급스러움을 전달하는 실루엣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바로 이 ‘담백한 세련미’가 샌드베이지의 시그니처가 됐다.
가격 경쟁력 또한 브랜드의 강점이다. 고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리한 마케팅 지양’에 있다. 김대영 대표는 “이제는 셀럽 마케팅이 브랜드의 본질을 대체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우리는 그 비용을 제품의 소재와 완성도에 투자하고 있다”라며 “그 결과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 소비자 신뢰를 높였고, 오히려 셀럽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브랜드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배우 효민과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실제로 효민은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샌드베이지의 단골 고객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업은 자연스러운 인연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로, 효민이 직접 스타일링과 기획 과정에 참여해 화보를 촬영했으며 출시 전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섬 출신 윤현주 부사장 합류, 맨파워 강화
2025년은 샌드베이지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해가 됐다. F&F, 코오롱, 한섬 등 대형 패션기업에서 1000억원대 브랜드를 성장시킨 윤현주 부사장을 영입하며 조직 역량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윤 부사장을 필두로 디자인 실장 등 핵심 인력을 새롭게 충원해 오프라인과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특히 윤 부사장이 잡화 분야에 강점을 가진 만큼 올 하반기에는 액세서리 라인 강화에도 집중한다. 이를 통해 의류 중심이었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고급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향후 샌드베이지는 해외 비즈니스와 더불어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이미 여러 차례 진행한 백화점 팝업과 본사 쇼룸 운영을 통해 오프라인 가능성을 검증했으며, 올해는 샌드베이지 · 더베이지스 · 플로우진 등 에프엔엘의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선보이는 복합 편집숍 형태로 오프라인 진출을 본격화한다. 현재 5개에서 10개까지 유통망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에프엔엘 브랜드만의 차분한 프리미엄 무드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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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 ]
슈즈 → 여성 컨템으로
리브랜딩 후 해외서 주목
F&B, 공간 디자인, 브랜딩 분야에서 활약해 온 전문가가 슈즈 브랜드를 출발점으로 삼아 토털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바로 아크레(대표 이설진)가 전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유지(YUJI)’다. 2017년 슈즈 브랜드로 첫선을 보인 유지는 독특한 실루엣과 구조적인 형태감으로 주목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브랜드였지만, 유지는 2024년 5월 과감하게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정체성 재정비와 제품 라인 확장을 통해 ‘슈즈 브랜드’에서 ‘토털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도약했다. 리론칭 직후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고 긍정적이었다.
그 결과, 리브랜딩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글로벌 계약을 성사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블루밍 쇼룸에서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았고, 곧바로 해외 백화점 14곳에 입점했다. 이어 아이디얼피플 파리 쇼룸과 상하이 패션위크에도 참여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했다.
중국 · 프랑스 등 바이어 호평, 해외 백화점 14곳 입점
이러한 성과는 보통 국내 브랜드가 론칭 4~5년 차에 도달하는 수준이다. 유지는 단기간에 글로벌 진출을 이뤄내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 내 유통망을 17개점으로 확대했으며, 내년에는 일본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브랜드의 중심에는 ‘타임리스’를 키워드로 한 아트 컨템퍼러리 감성이 자리한다. 이설진 대표는 예술적 오브제와 건축적 조형미에서 영감을 받아 절제된 실루엣 안에 예술적 디테일을 녹여낸다. 이러한 미학적 접근이 유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로 작용했다.
유지는 여성을 넘어 남성 소비자로 타깃을 확장했다. 2025 S/S 시즌부터 ‘멘스 라인’과 캐주얼한 무드의 ‘유니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니트 · 티셔츠 · 아우터 등 의류뿐 아니라 신발과 액세서리까지 폭넓게 전개하고 있다. 유니크한 감성과 실용적 구성으로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넓혔다.

젠더리스 디자인 멘스 라인도 인기, 매출 비중 40%↑
멘스 라인은 남성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젠더리스한 디자인을 기반으로 여성도 착용 가능한 제품이 많으며, 아우터의 경우 S / M / L 세분화된 사이즈 체계로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스타일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유연성이 유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론칭 첫 시즌임에도 멘스 라인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브랜드는 실제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디자인 완성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특히 브랜드의 시작점이었던 슈즈는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자리하고 있으며, 가방과 액세서리 등 잡화 카테고리로 확장도 병행한다.
패션 전공자가 아닌 공간 기획자 출신이라는 점은 오히려 브랜드의 폭을 넓히는 강점이 됐다. 이설진 대표는 “유지는 패션에 머물지 않고 공간, 예술,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로 발전하길 바란다”라며 “현재 글로벌 팀업을 구축하며 더 넓은 무대를 향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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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웨 ]
베테랑 디자이너 출신
“3040 워킹맘 꽉 잡아”
구조적인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소재, 여기에 유럽의 어느 도시의 커리어 우먼이 착용할 법한 세련미까지. 동시에 어딘가 ‘한국적인’ 미학이 느껴지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로웨인터내셔널(대표 박지영)의 여성 컨템퍼러리 브랜드 ‘로웨(ROWE)’다.
2018년 론칭한 로웨는 ‘컨템 클래식’을 지향하며, 화려한 마케팅 없이도 아티스트 · 건축가 · 워킹맘 등 다양한 직군의 팬층을 확보하며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넘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판교점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며 컨템퍼러리 여성복 시장의 새로운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셔츠는 20만~30만원대 초반, 아우터는 50만~60만원대로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로웨는 품질과 디자인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해 왔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만으로도 진성 소비자를 확보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박은영 디렉터, 데무 · 바바 · 시선 등 거친 실력파
로웨의 디자인 감각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축적된 기술’에서 비롯된다. 박은영 디렉터는 박춘무 등 1세대 디자이너 브랜드뿐만 아니라 바바패션과 시선인터내셔날 등 주요 내셔널 브랜드를 거친 베테랑 디자이너 출신이다. 결혼과 육아로 한때 경력이 단절됐지만, 디자인에 대한 갈증과 ‘오랜 시간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로웨의 첫 단추를 끼웠다.
또한 박 디렉터의 언니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 적이 있어, 두 자매의 협업으로 로웨가 탄생했다. 박지영 대표는 재무와 경영을, 박은영 디렉터는 디자인 · 기획 · 생산을 맡으며 경영과 창작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러한 시너지 덕분에 브랜드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꾸준히 성장 중이다.
그녀는 “로웨는 마케팅을 안 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자연스러운 고급스러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과도한 셀럽 중심 홍보를 지양한다는 뜻이다. 그는 “화려한 협찬보다는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무드와 맞는다”라고 설명했다.

‘균형감 + 한국적인 선’ 해외서도 뜨거운 관심
대신 실제 타깃층인 30~40대 여성과 주변 지인들의 만족도에 집중한 결과,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다. 그녀는 “우리 옷을 한 번 구매한 소비자는 재구매율이 높고, 별다른 광고 없이도 일부 상품이 빠르게 품절돼 리오더가 진행될 정도”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로웨는 포멀한 오피스룩에 유니크한 디테일을 더해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상품의 90% 이상은 일본 프리미엄 원단을 사용하며, 캐시미어는 단가가 높더라도 100% 함유해 제작한다. 그녀는 “좋은 소재를 사용하는 것 만큼 소재와 디자인의 조화가 중요하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옷도 오래 입지 못한다”라며 “로웨는 그 균형점을 지키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균형감 있는 컬렉션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론칭 1년 만인 2019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칭다오 등에서 홀세일 문의가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 디렉터는 “로웨의 곡선 실루엣이 주는 ‘한국적인 선’이 해외에서도 독특하게 인식되는 것 같다”라며 “장기적으로는 해외 쇼룸 오픈도 염두에 두고 지금처럼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VIP 고객이 ‘4년이 지나도 여전히 제일 잘 입는 옷은 로웨뿐’이라고 말했다”라며 “유명인이 입는 브랜드가 되는 것도 좋지만, 결국 같은 세대 여성들이 진심으로 만족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로웨의 진짜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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