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태림·동우 등... 주춤했던 K-모피 시장 ‘영 & 프리미엄’ 리부팅
주춤했던 K-모피 시장이 프리미엄 패딩 시장 둔화 이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이엔드 퍼에 대한 선호도 회복과 2030세대 유입이 맞물리며 위상이 다시 강화되는 모습이다. 초고가 ‘세이블’ 역시 서울 강남권을 넘어 지방 상권으로 소비 기반이 확장되며 회복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요 모피 브랜드들의 라인업과 유통 전략을 살펴봤다.

주춤했던 K-모피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예측 불가능한 기후, 윤리적 소비 인식 확산 등으로 2010년대 이후 침체 국면에 머물렀던 모피 업계가 최근 영 소비층과 프리미엄 시장을 축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월까지 반팔을 입을 정도로 이상 고온이 이어졌던 2024년에는 주요 모피 브랜드 매출이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하며 시장이 위축됐다. 분위기는 2025년 들어 달라졌다. 프리미엄 패딩 시장의 둔화와 함께 ‘세이블 · 친칠라’ 등 하이엔드 퍼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2030세대 유입까지 맞물리며 모피가 방한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김복용 진도 패션사업본부 이사는 “2024년은 침체기였으나, 2025년에는 백화점 채널에서도 모피 매출이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을 보였다”라며 “매출 반등에 힘입어 백화점에서도 모피 시즌을 예년보다 앞당겨 9월 초부터 팝업과 행사를 적극적으로 전개한 점이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프리미엄 패딩 시장의 정체를 지목한다. 300만~5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 패딩은 가격 대비 디자인과 실루엣 차별화가 약해졌고, 수요는 헤비 패딩에서 경량 패딩으로 이동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교체 수요가 크지 않은 구조 속에서 브랜드들이 물량과 가격을 동시에 확대해 온 점도 소비 피로를 키웠고, 그 결과 방한 아우터 수요가 자연스럽게 대체 아이템으로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패딩 시장 둔화 → 방한 수요 모피로
이 과정에서 모피가 다시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운 대비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상품이 확대되고, 캐주얼한 디자인이 늘어나면서 2030 소비자 유입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모피가 더 이상 부모 세대 사모님 외투가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한 유통 구조도 시장 회복에 힘을 보탰다. 과거에는 백화점에 입점한 내셔널 브랜드 중심으로 매출이 형성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온라인 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해 매출 구조가 다변화됐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신규 브랜드와 소매 중심 브랜드가 늘어났고, 젊은 소비자층이 온라인을 통해 모피를 좀 더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구매 비중도 함께 높아졌다.
페이크 퍼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윤리적 소비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페이크 퍼가 가격 대비 보온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오래 입고 따뜻한 리얼 퍼를 선택하겠다”라는 소비 판단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모피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며, 여성 아이템 중심인 시장이 남성 아이템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1억대 세이블, 강남 넘어 지방 상권 확장
한편 최상급 소재인 세이블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퍼 시장은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이블 재킷 · 코트 · 베스트는 3000만원에서 1억원대에 이르는 초고가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2~3년 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요가 현재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 점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밍크 제품을 보유한 고객들이 차별화된 소재를 찾기 시작하면서 세이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라며 “과거에는 일부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었으나, 최근에는 디자인과 아이템 구성이 다양해지며 수요층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침체와 반등을 반복해 온 모피 시장은 현재 소비 세대와 유통 구조, 가격 스펙트럼이 동시에 재편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요 모피 브랜드들은 시장 변화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진도(대표 임병남)는 캐주얼 라인 ‘진도에센셜’과 하이엔드 라인 ‘소브린’을 투트랙으로 강화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영 소비자부터 프리미엄 고객까지 타깃을 세분화한 전략이 맞물리며 매출 도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투트랙 전략 통했다” 진도모피 20% 성장
두 라인을 살펴보면, 2023년 첫선을 보인 진도에센셜은 젊은 소비자 흡수를 목표로 한 라인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와 캐주얼·트렌디한 감성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적은 수의 모델로 시작했으나 3040세대를 중심으로 반응이 빠르게 확산돼 기존 진도 고객들이 오리지널 라인과 에센셜 라인을 믹스해 구매하며 매출 저변을 넓혔다. 이러한 반응을 바탕으로 2024년 30개 모델에서 2025년에는 모델 수를 두 배 이상 확대했고, 매출도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이엔드 라인인 소브린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2025년 매출은 전년대비 약 50% 가까이 성장하며 브랜드 전개 이래 최대치로 성장했다. 3000만원대에서 1억원대에 이르는 초고가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 내 세이블 수요가 꾸준히 확대된 점이 주효했다. 희소성과 차별화에 초점을 둔 하이엔드 전략을 통해 VIP 고객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도 성장을 견인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진도는 에센셜 라인의 경우 기존 밍크 중심 소재에서 벗어나 우븐 소재를 믹스한 콤비네이션 제품 등으로 상품 구성을 다각화하며 소비층 확장을 꾀하고 있다. 소브린은 세이블 중심의 구성 비중을 유지하되, 친칠라 등 하이엔드 소재 적용과 핸드메이드 요소를 강화한 프리미엄 아이템을 확대해 브랜드 볼륨을 키울 계획이다. 기존 오리지널 라인은 엘레강스 중심에서 컨템퍼러리 모피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한다.
100억대 태림모피, 소재 믹스매치 전략 주효
계절성 극복을 위한 전략도 병행된다. 진도는 F/W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뉴욕 프리미엄 액세서리 브랜드 ‘에릭자비츠’를 앞세워 S/S 시즌 매출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에릭자비츠를 포함한 복합 매장을 확대해 연중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태림모피(대표 이재영)는 소재 믹스매치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 전략으로 또 다른 성장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24년 매출 7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1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5 F/W 시즌에는 링스 · 친칠라 · 세이블 등 럭셔리 퍼 30%, 풀스킨 밍크 가먼트 40%, 퍼 컴비네이션 아이템 30%로 상품 구성을 재편했다. 캐주얼 무드가 강세를 보이며 크롭 기장의 세이블 재킷과 풀스킨 재킷이 시즌을 주도했고 밍크와 패딩, 세이블과 캐시미어 등 소재 믹스매치 아이템은 자주 구매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중가 입문형 · 데일리 라인 확대, 신규 속속
구매 연령층이 낮아진 만큼 SNS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노출을 강화하고, 중가 입문형 럭셔리 상품과 데일리 상품 비중을 확대해 신규 고객 유입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유통 측면에서는 국내 주요 유통 3사를 비롯해 AK플라자 입점을 확대하고, 시즌 팝업을 병행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태림모피는 2026년 자체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검토 중이다. 또한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는 남성 모피가 성수동 팝업과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만큼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15년 이상 홍콩모피쇼에 꾸준히 참가하며 프리미엄 세이블 컬렉션을 선보인 만큼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유럽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도 지속 추진한다.
한편 태림모피는 클래식한 전통 모피 브랜드 ‘태림모피’를 비롯해 컨템퍼러리 감성의 ‘마리엘렌’, 하이엔드 퍼 브랜드 ‘마리엘렌 프리미에르’ 등 3개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성장세 ‘동우모피’ 하이엔드 & 컨템 균형있게
동우모피(대표 장동찬)는 하이엔드 세이블 라인과 경량 · 컨템퍼러리 라인을 균형 있게 운영하며 기존 VIP와 신규 고객을 동시에 확보했다. 전국 주요 백화점 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전통적으로 강점인 밍크 · 세이블 라인을 고급화하는 동시에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스타일링 클래스와 컨설팅 기반 판매 방식을 도입해 객단가와 재구매율을 끌어올렸다.
2030 소비자 공략을 위해서는 하프 기장, 스트레이트 실루엣, 미니멀 디테일을 중심으로 한 데일리 착용형 디자인을 강화했다. 파스텔 · 뉴트럴 · 딥톤 등 트렌드 컬러를 반영한 모피 제품과 가볍고 세련된 MD 구성도 젊은 고객층 유입에 효과를 냈다. 올해는 이 기조를 이어 하이엔드 라인 확장과 함께 경량 · 모던 모피를 중심으로 유니섹스 스타일을 강화해 2026년에는 영한 감성의 신규 브랜드 ‘라피에라스튜디오(LAFIERA STUDIO)’를 론칭할 예정이다.
성진에프엔씨(대표 조경호)는 정통 모피 브랜드 ‘성진모피’와 프리미엄 편집숍 ‘트레에쎄’를 중심으로 전개하며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2025년 11월 기준 전년대비 28.17%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으로 소비자 가격 저항이 커진 상황에서 캐시미어 램 · 코듀로이 폭스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부담을 낮춘 제품을 제안하며 반응을 얻었다.
성진에프엔씨, 트레에쎄로 사계절 정체성 강화
4050 핵심 고객층을 위한 안정적인 상품 구성과 함께 2030세대를 겨냥해 전시 · 와인 등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최상급 ‘블랙라인’과 수입 라인을 강화하고, 트레에쎄는 S/S 리조트 컬렉션을 보강해 사계절 프리미엄 편집숍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볼륨원(대표 최재영)의 ‘사바티에’는 온 · 오프라인 유통과 온라인 채널 강화를 병행하며 신규 고객층을 확대했다. 2024년 매출 90억원대에서 2025년 110억원으로 약 20% 성장했다. 하이엔드 아우터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인플루언서 · 셀럽 노출을 확대해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을 동시에 확보했다.
트렌드에 의존하기보다 내추럴 소재와 가공 소재를 믹스한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제안하고,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팬층을 형성했다. 후디형 베스트와 리버서블 밍크 코트가 매출을 견인했으며, 올해는 클래식 ‘뉴트로 라인’과 ‘럭셔리 캐주얼 라인’을 중심으로 타깃 세분화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재영 볼륨원 대표는 “한국이 글로벌 패션 시장의 중심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풀어낸 클래식하고 럭셔리한 모피로 또 한 번의 흐름을 만들어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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