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디자이너 105명 지원'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패션 새내기 인큐베이터로

김현수 기자 (laceup@fashionbiz.co.kr)
26.01.06 ∙ 조회수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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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패션 시장은 신진 브랜드들에게 빠른 결과를 요구한다. 데뷔와 동시에 성과를 증명해야 하고, 반응이 없으면 곧바로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GFCS)’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지다. 브랜드가 방향을 수정하고 밀도를 높일 시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곳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신진 브랜드 생태계의 가장 현실적인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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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0 · 보더 · 일류…’ 최근 패션 편집숍, 패션코드 현장, 각종 인스타그램 매거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들 신진 브랜드들은 모두 경기창작패션스튜디오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간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이 공간은 지난 10년간 신진 디자이너가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총 105명의 디자이너가 이곳을 거쳤으며, 매년 기수별로 신진 브랜드를 선발해 3년간 밀착 인큐베이팅을 진행했다. 1년 차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2년 차에는 컬렉션과 시장 반응 테스트, 3년 차에는 유통과 비즈니스 확장을 중심으로 구조를 설계한다. 임동환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부장은 “디자이너들이 1년 차에는 라면을, 2년 차에는 라면에 삼각김밥을, 3년 차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라며 성장 과정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시제품 제작비, 룩북 촬영, 섬유 기업 1 : 1 매칭, 비즈니스 컨설팅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간 브랜드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 왔다. 1기 ‘데일리미러’는 서울패션위크를 시작으로 해외 세일즈까지 이어졌고, ‘비건타이거’는 비건 소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한지 가죽으로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했다. ‘므아므’는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오르며 K-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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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0(사일육공), 균형과 불균형 공존 키워드로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는 4160 · 보더 · 일류도 이 구조 안에서 성장한 브랜드다. 신진 브랜드 사일육공(대표 이희진 · 조성우)의 ‘4160(fouronesixzero)’은 균형과 불균형의 공존을 키워드로 구조적인 실루엣을 전개하는 브랜드다. 기본적인 균형 위에 과장된 불균형을 더해 착용자가 선택과 조합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두 대표는 오랜 친구 사이로 조성우 대표는 세일즈와 운영을, 이희진 대표는 디자인을 맡아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2024년 12월 첫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연간 네 차례 드롭을 목표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점검하며 전개 중이다. 초기에는 천연 염색과 전통 기법에 대한 실험도 병행했지만, 현재는 소재보다 실루엣과 구조에 집중한다. 인기 아이템인 판넬 칼라 재킷은 착용 방식에 따라 다른 인상을 연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두 번째 컬렉션의 데님 셋업은 패턴의 구조적 특이성으로 주목받았다.


4160은 빠른 확장보다 지속가능한 전개를 선택했다. 조성우 대표는 “브랜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오래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욕심보다는 밀도를 쌓아가는 방식이 4160이 선택한 성장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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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 보더, 트러커 재킷 등 후가공 핵심 경쟁력


보더(대표 김유천)의 남성복 브랜드 ‘보더(bordr)’는 디자이너 김유천이 혼자 운영하는 브랜드다. 과거 생산 담당자로 일하며 워싱 · 코팅 등 후가공을 직접 다뤄 온 그는 패턴과 가봉을 익히며 디자인에 대한 욕망을 키웠다. 보더는 일상복에 개인적 취향을 최소한으로 섞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김유천 보더 대표는 “일상에서 입기 좋은 옷 99%에 내가 하고 싶은 옷 1%를 더한다”라고 말한다. 집업과 트라우저 같은 스테디 아이템을 중심에 두되, 트러커 재킷처럼 가공 효과를 살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낸다.


보더의 핵심 경쟁력은 ‘후가공’이다. 워싱 공장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염료 배합과 코팅, 왁스 처리 등을 직접 테스트하며 질감을 설계한다. 염료 레시피를 바꿔 가며 만든 샘플들은 모두 아카이브로 남긴다. 이 같은 접근은 트러커 재킷의 반응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도 리오더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는 다크웨어 · 아티잔 브랜드로 인식되지만, 향후에는 후가공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인 남성 캐주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유통으로는 온라인 판매를 최소화하고 홍대 ‘라이커샵’ 등 오프라인 중심으로 유통망을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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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론칭 일류, 패턴으로 정체성 만든다


일류(대표 김성목)의 남성복 브랜드 ‘일류(IL RYU)’는 2024년 론칭했다. 브랜드는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일류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해 브랜드명을 지었다. 성장의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을 옷의 구조와 디테일로 풀어낸다. 시즌제로 운영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김성목 대표는 ‘뉴웨이브보이즈’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군 복무 후에는 쇼핑몰을 약 1년간 운영하며 시장을 직접 경험했다. 일류의 가장 큰 강점은 패턴 중심의 설계다. 김 대표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약 2년간 패턴사로 근무하며 패턴 메이킹을 직접 맡아 왔다.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실무를 정리하고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이력은 옷의 구조와 착용감, 디테일의 완성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현재 가장 반응이 좋은 아이템은 바이커 재킷이다. 이 아이템을 중심으로 디테일을 계속 개발하며 유사한 무드의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통 전략은 보수적이다. 온라인 확장은 최소화하고 자사몰 고객을 중심으로 관계를 쌓는 구조를 택했다. 향후에는 오프라인 편집숍 입점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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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성과 넘어 장기 육성 시스템 안착시켜야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대해 입주 브랜드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곳이 없었다면 브랜드를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실제로 작업 공간과 생산 인프라, 각종 지원 사업은 창업 초기 브랜드가 가장 크게 체감하는 실질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는 출발선에 선 신진 브랜드들에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해왔다.


물론 한계도 있다. 패션 산업의 중심지인 동대문종합시장과의 물리적 거리, 일정 기간 필수로 요구되는 상주 조건, 지역 특성상 인력 채용의 어려움 등은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문제다. 컬렉션 경험이 있는 브랜드와 막 출발한 신생 브랜드 간의 사업적 간극으로 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의의 실효성도 생각해 봐야 하는 지점이다.


신생 브랜드들이 보여준 성장 경로는 ‘하나의 정답’보다 각자의 속도로 브랜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단기 성과 중심의 지원을 넘어 브랜드가 실패와 실험을 반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별로 정책 지원금의 방향이 다른 구조를 최소화하고 장기 육성 체계를 유지해야 K-패션을 이끌 신진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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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laceup@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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