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타인의 시선은 가장 값싼 기준일 뿐"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
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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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최근 트위터를 둘러보면 유독 많이 올라오는 이야기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주인공인 50대 초반의 25년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김 부장(류승룡)에 대한 연민이 앞섰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사실 현실의 삶 속에서 적지 않게 목격하는 일이다. 국내에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그룹 공채, 공사,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나름 승승장구해 왔으며 회사생활이 곧 내 삶이라고 여기다 갑자기 퇴직하는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다. 


드라마 속의 김 부장은 누군가의 다정한 아버지이고, 누구보다 생계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삶의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트윗 글의 누군가는 “아버지가 회사에선 어떤 사람인지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을 해보게 됐다”라고 적었다. 또 누군가는 “진짜 실력도 없으면서 세상 살려고 버둥대는 게 불쌍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적어도 김 부장은 국내 주요 명문대학을 나왔고, 대기업 그룹의 공채로 입사해 관계사에서 일했다. 곧 임원을 바라보는 선임부장까지 올랐다. 남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서울에 자가인 아파트를 마련했고, 자녀 교육에 집중해 아들을 신촌에 있는 Y대학에 보낸 박하진(명세빈)같이 예쁜 아내와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을 조금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쉽게 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조롱하지 못한다. 임원이 되면 성공, 안 되면 실패인가. 삶의 과정일 뿐, 그렇지 않다. 타인의 시선은 늘 가장 값싼 기준일 뿐이다. 


그런 김 부장이 임원이 못 되고 명퇴했다는 이유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수는 없다. 단지 그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회사를 지나치게 믿었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IMF 구조조정을 겪고 난 후 회사와 회사원 사이의 상호 신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니까. 프로야구 선수처럼 실적과 성과로 보상받고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업계 내에서의 경쟁력뿐이다. 이는 내가 회사에 필요한 존재가 아닐 땐 언제든 방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와 늘 긴장을 유지하며 생활해야 할 뿐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Who moved my cheese?>가 있었다. 쥐 두 마리와 두 사람을 통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여차하면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매고 뛸 준비, 또는 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가끔 그 김 부장처럼 불현듯 명퇴를 통보받고 인사차 찾아오는 후배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된 말은 “내가 명퇴를 당할 줄 몰랐다”라는 것이다. 그런 자기 확신이 문제다. 자기 확신에 빠지면 드라마의 김 부장처럼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쉽게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 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의 열매가 맺힌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김 부장이 25년을 밖에서 싸우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버텨온 가장의 모습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명퇴 후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아내가 건넨 “고생했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그는 “미안해”로 받아낸다. 그런 아내와 사는 그 부장은 이미 성공한 인생이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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