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윤 l 브랜드워커파트너스 공동대표 "직원 움직이는 뇌과학적 지시 기술"
![[칼럼] 이윤 l 브랜드워커파트너스 공동대표](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66552662035-이윤_칼럼헤드.jpg)
패션 업계는 속도가 생명이다. 어제의 트렌드가 오늘은 구식이 되는 긴박한 환경 속에서 리더들은 종종 ‘설명’을 생략하고 ‘지시’만 내리는 함정에 빠진다. 1분 1초가 급해 결론만 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과학적 관점에서 배경 없는 지시는 조직의 실행력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버튼과 같다. 리더의 지시 방식이 구성원의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 어떤 지시가 성과를 극대화하는지 설명하겠다.
1. ‘지시’만 던질 때 : 뇌는 ‘생존 모드’로 돌변한다
연구에 따르면 배경 설명 없이 “이렇게 해”라는 단호한 지시를 받으면 인간의 뇌는 이를 위협 신호로 받아들여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된다.
디자인 실장이 팀원에게 이유 없이 “지난주 픽스한 니트 다 드롭하고 새로 해”라고 지시했다고 가정하겠다. 팀원의 뇌는 이를 강압으로 인식해 방어 본능을 켠다. ‘또 엎어졌네’, ‘시키는 대로만 하자’라는 식의 불안과 책임 회피가 지배하게 되며, 결국 혁신 대신 욕 먹지 않을 정도의 평범한 결과물만 나오게 된다. 빠른 전환을 의도했으나 결과물의 질은 처참히 낮아진 것이다.
2. ‘배경’이 더해질 때 : 뇌는 ‘전략 모드’로 전환된다
반면 지시에 ‘배경’과 ‘이유’를 더하면 상황은 반전된다. SCARF 모델에 따르면 배경 정보는 뇌에 안전 신호를 보내 편도체를 끄고, 이성적 판단과 창의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을 활성화한다.
“원사 가격 급등과 소비자 트렌드 변화로 인해 이번 시즌은 우븐 라인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해.”
이 설명을 들은 팀원은 통제당한다는 느낌 대신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낀다. 전전두엽이 켜지면 인지적 자원은 ‘방어’가 아닌 ‘해결’에 쓰인다. 직원은 단순 수행자가 아닌, 가성비와 트렌드를 동시에 고민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변모한다.
3. 도파민의 마법 :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배경 설명은 뇌의 보상 중추를 자극해 도파민을 분비하게 한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납득될 때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로 바뀐다.
VMD팀에 단순히 교체를 지시하는 대신 “이번 주간은 시즌 매출을 결정할 골든타임이니, 주력 상품을 부각해 고객 발길을 잡아 보자”라고 설명하면 일에 ‘매출을 견인하는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부여되고 도파민이 분비돼 직원은 더 매력적인 디스플레이를 고민하게 된다.
4. 자율성 : 주인의식은 설명에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배경 설명은 ‘자율성’을 깨운다. 사람은 스스로가 선택했다고 느낄 때 가장 강력한 실행력을 보인다. 리더가 ‘이유(Why)’를 충분히 설명하면, ‘방법(How)’은 직원이 스스로 고민하고 제안하게 된다. 주인의식은 강요가 아닌, 정보 공유와 배경 이해를 통해 뇌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감각이다.
우리는 늘 바쁘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설명을 생략하는 건 최고급 스포츠카에 저질 연료를 넣는 것과 같다. 배경을 설명하는 3분의 시간은 팀원의 뇌를 공포에 질린 편도체에서 ‘전략적인 전전두엽’으로 바꾸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내일 회의부터는 지시 전에 딱 한마디만 덧붙이면 어떨까. “우리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느냐면” 그 작은 변화가 팀의 성과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jpg&w=1080&q=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