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명선 l 기빙플러스 ESG위원장 "기부는 순환경제 ‘전환의 기회’"
![[칼럼] 문명선 l 기빙플러스 ESG위원장](https://www.fashionbiz.co.kr/images/articleImg/textImg/1766552133435-문명선_칼럼헤드.jpg)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환경 정책의 중심에는 분명한 방향성이 생겼다. 선형 경제(만들고–팔고–버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순환을 통해 가치를 재창출하는 경제로의 이동이다. 특히 패션 산업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의류는 짧은 수명, 빠른 소비, 대량 폐기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패션비즈>가 주최한 ‘지속가능패션, 미래 생존 전략이 되다’ 콘퍼런스에서 제시됐다. ‘생존, 워싱, 전환, 기회, 협력, 패션, 모두’라는 7가지 키워드 중에서 ‘전환’이 가장 강조됐다. 전환은 단순히 친환경 소재나 재생 에너지 사용만이 아니다. 패션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변화다.
생산 중심 → 순환 중심
소유 가치 → 사용 · 회수 가치
판매 종료 → 협업 · 관계의 시작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EU의 ‘미판매재고 폐기금지법(ESPR)’에 따라 그동안 패션 산업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소각 · 파쇄 · 매립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 규제는 유럽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 브랜드와 거래하는 OEM · ODM 기업,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한 국내 패션사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기업은 단순히 ‘얼마나 팔았는가’가 아니라, ‘팔리지 않은 제품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 답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부는 더 이상 기업의 선의나 이미지 관리 수단이 아니다. 순환경제 전환 국면에서 기부는 패션 기업에 비용이 아닌 ‘전환의 기회’가 된다. 재고는 숨겨야 할 실책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책임이다. 패션 산업의 재고는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수요 예측의 한계, 시즌성과 트렌드 변화, 반품과 유통 지연까지 고려하면 ‘재고 제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는 재고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재고를 다루는 방식이다.
ESPR은 기업이 미판매재고의 처리 방식과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고 재고를 비용 항목이 아니라, 책임을 동반한 자산으로 재정의하라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설계된 기부는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소각 · 매립을 대체하며 재사용과 재유통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이는 단순한 손실 최소화가 아니라, 폐기를 순환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선택이다. 특히 재판매 역량을 갖춘 사회적 경제 조직과의 협업은 기부를 상시적인 순환 시스템으로 만든다.
ESPR 이후의 경쟁력은 단순히 규제를 ‘지켰는가’에 있지 않다. 누가 더 빠르게, 더 구조적으로 전환했는가에 달려 있다. 기부를 순환 전략으로 내재화한 기업은 폐기물 감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ESG 공시와 공급망 평가에서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그린워싱 논란에서 한 발 비켜설 수 있다. 기부는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브랜드와 조직의 운영 방식을 한 단계 진화하는 전환 장치가 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기부의 방식이다.
첫째, 생산 · 유통 · 회수와 연결된 상시 구조인가. 둘째, 단순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재유통 · 판매 · 재활용까지 설계한 전문 파트너와 함께하는가. 셋째, 기부수량만이 아니라 재사용률, 폐기 감축 효과,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 관리가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기부는 비용이 아니라 ESG 투자로 전환된다.
미판매재고는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가? 폐기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순환 경로는 무엇인가? 그 결과는 데이터로 설명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전환’의 시작이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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