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믿었던 노스페이스까지... 다운 혼용률 오표기 해결법 없나?
2025년 초 온라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터져나오던 다운 충전재 혼용률 오표기 문제가 결국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일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그 브랜드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대표하고 있는 영원아웃도어(대표 성기학)의 ‘노스페이스’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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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다운 충전재 혼용률 오표기 발단은 무신사에서 판매된 ‘1996 레트로 눕시 재킷’ 일부 색상 상품이었다. 구매한 소비자가 직접 의문을 제기해 확인해보니 판매 상세 페이지에 기재된 ‘구스다운 80, 깃털 20’이라는 설명과 달리 리사이클 다운 충전재를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노스페이스 측은 곧바로 전 상품군 전수조사를 진행해 13개 품목 28개에서 동일한 오류를 발견했고, 공식 사과와 함께 환불 절차를 안내했다.
이번 논란은 노스페이스의 온라인 판매 대행사에서 혼용률이 달라진 올해 신상품들의 판매 상세 페이지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서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무신사 측도 논란 이후 노스페이스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노스페이스 오기재는 함량을 속인 것이 아니라 일부 컬러 상품에 대한 표기 업데이트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오기재 업체(판매 대행사)에는 벌점 부과 등 안전거래 정책에 따라 제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브랜드’에서 소비자 기망? 신뢰도 악영향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노스페이스 13개 품목 케어라벨(품질표시)에는 혼용률이 제대로 표기돼 있다. 신상품 홍보자료에도 ‘리마스터’ 다운은 리사이클 다운을 사용한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 활동을 벌여왔다. 덕다운을 구스다운으로 속이거나 함량을 일부러 다르게 표기한 사안과는 논점이 조금 다르다고 ‘흐린 눈’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노스페이스라는 대형 브랜드에서도 혼용률 오표기 문제가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공정위 신고와 더불어 집단분쟁조정신청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한다고 강경하게 나섰고, 참여연대 역시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은 무신사·W컨셉·에이블리·지그재그에서 판매 중인 구스 다운 패딩 제품 24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조사를 진행한 24개 중 총 7개가 거위털 기준(8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아예 오리털을 사용한 제품으로 나타난 것(30만원 미만 구스다운 상품 추천순 정렬 기준).
패션 플랫폼 내 ‘온라인 브랜드’ 품질표시 확인 필수
거위털 사용 비중은 최대 57%에서 6.6%였다. ‘클릭앤퍼니’ ‘프롬유즈’ ‘라벨르핏’ ‘레미’의 상품이 57~53.4% 수준이었고, ‘힙플리’는 거위털 6.6%대인 ‘트윙클폭스퍼벨트롱패딩’을 구스 다운으로 소개했다. ‘벨리아’와 ‘젠아흐레’는 상세 페이지에는 구스 다운으로 표시했지만, 실제 제품 품질표시에는 ‘덕 다운’으로 적혀있었다. 거위털 비중은 각각 4.7%, 1.9%에 불과했다.
플랫폼별로 살펴보면 에이블리 판매 제품 5개 중 4개, 지그재그 5개 중 2개, 더블유컨셉은 6개 중 1개가 부적합 상품이었다. 무신사 판매 상품 8개는 거위털 비율 문제가 없었다. 해당 브랜드들의 상품은 함유량도 문제였지만, 솜털과 깃털 구성 비율(조성혼합률)도 표시보다 낮거나, 아예 표시 누락한 경우가 있었다.
소비자원은 “다운 제품은 충전재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표시 정보가 더욱 중요하다. 온라인 정보와 실물 표기가 다를 수 있어 수령 후 품질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적받은 7개 업체는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정보를 수정하고 교환 및 환불 조치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소비자원은 다운을 표함해 생활 의류 관련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관련 정보를 지속 공개할 계획이다.
다운 구입시엔 ‘진짜’ 생산 후 확인하니 ‘가짜’
그런데 혼용률 문제는 꼭 소비자 단에서 직접 나서서 확인해야만 밝힐 수 있는 사안일까. 해결 방법은 논란 사후에 환불이나 교환, 유통사의 제재나 철저한 관리밖에 없는 것일까. 제조사와 브랜드 측에서 철저히 관리해 상품을 출고한 뒤에도 대행사의 판매 상세 페이지 관리 소홀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까지 발생하니 사전 예방 및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 국내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의 아우터 일부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한 OEM 전문기업은 4억원에 달하는 완제품을 폐기 처분하는 손해를 봤다. 담당자는 “오더를 받고 브랜드 측에서 요청한 등급의 구스 다운을 중국 업체로부터 구매했다. 당시 직접 혼용률 검사를 신청해 통과한 것을 확인한 후 생산용 물량을 주문해 아우터 생산에 들어갔다. 그런데 생산 완료 후 완제품을 찢어서 다시 혼용률 검사를 신청하니 구스 다운 함량이 형편없이 적은 것을 발견했다. 구스 다운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런 경우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국내 아웃도어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원부자재 구매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생산 단계별로 모든 원부자재를 다시 확인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고가 상품의 경우는 아예 국가에서 인증 받는 헝가리산이나 국내 대형 충전재 업체에서 공인한 것을 이용한다. 관리 인증 단계를 늘려 문제 발생률을 줄이는 것이다. 생산 담당자들의 노고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리사이클인데 구스와 동일한 가격, 논란 가중
다운 충전재의 진위 여부와 함께 상품 가격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기존 구스 다운 모델이었던 것을 새 시즌에 리사이클 다운 모델로 변경하면서 표기 수정 문제가 생긴 것인데, 문제 상품들의 가격이 그대로이거나 기존 대비 5~7% 높아진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리사이클 다운은 신품 대비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구스 다운 원료와 가격이 같은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사안을 단순 표기 실수 이상의 논란으로 키운 지점이다.
경쟁사 리사이클 다운 품목의 경우, 같은 디자인이라도 리얼 구스 다운 사용 상품 대비 10~20% 정도 가격이 저렴하다. 이 때문에 동일 가격에 충전재만 리사이클 다운으로 변경된 것에 더 실망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경쟁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사실 2024년 다운 및 충전재 가격이 급등해서 2025년 신상품의 경우 20~30%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기존 가격 유지와 지속가능성 가치 실현을 위해 리사이클 다운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저렴한 온라인 브랜드 패딩을 중심으로 다운 혼용률 오표기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에는 일부 가격 경쟁을 위해 브랜드 측에서 눈 감고 지나간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무신사 내 입점 브랜드를 시작으로 제도권 브랜드들도 혼용률 오표기 논란이 이어졌으며, 작년 말에는 신뢰도 높았던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번지면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브랜드 사이클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운 공급 업체 검증부터 유통까지 조치 마련
생산 단계에서부터 꼼꼼히 관리해도 벌어지는 일이라 일부 브랜드 전개사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일부러 소비자를 기망해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생산처, 브랜드사, 유통 벤더, 유통사마다 각 담당사의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대한의 예방 및 해결 방법으로 보인다. 다운 공급 업체에 대한 검증과 생산 단계별 품질 관리, 유통 단계에서의 검증과 제재와 더불어 법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5년부터 롯데백화점은 패딩 등 다운 상품을 취급하는 입점 브랜드에 혼용률 시험 통과서 제출을 요구하고,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상품 검수 조직 ‘상품과학연구소’를 통해 구스와 덕 다운이 들어가는 품목(패딩, 침구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품질 관리 담당부서에서 브랜드 표시 의무 사항을 점검하고, 입점사에도 상품 점검을 요청한다.
네이버는 2025년 네이버쇼핑 입점사 중 오표기 패딩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업자를 즉시 퇴점 조치했다. 충전재뿐 아니라 캐시미어, 울, 실크 등 주요 소재 함유량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노스페이스 다운의 경우는 판매 대행처가 많아, 문제 인지 즉시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선조치 하고, 혼용률 정정 표기가 완료된 곳은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가 반복될 시 입점 제한이라는 강수를 둘 계획이다.
무신사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큰 비용을 들여 덕다운 및 캐시미어 포함 상품 7968개에 대한 전수 조사를 단행했다. 이후 관련 상품들의 시험성적서 의무화와 ‘삼진아웃’ 제도 등 고강도 제재를 이어오고 있다. 통신판매 중개업자의 경우 물리적으로 사전 검수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라 무신사는 물론 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적극적인 피해 구재와 사후 조치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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