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뮤지엄, 김수자 '호흡–선혜원' 개막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09.02 ∙ 조회수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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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뮤지엄이 9월 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삼청동 선혜원(鮮慧院)에서 첫 서울 전시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1.0’ 김수자 《호흡–선혜원》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바느질,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집과 정체성 그리고 인류 보편의 문제를 사유해 온 세계적인 작가 김수자(1957년생)가 10년 만에 열리는 서울 전시다. 그의 작품이 한국 전통 한옥 건물에 최초로 설치된다.
전시에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 〈호흡—선혜원〉(2025)을 비롯해 총 4개 작품 11점을 선보인다. 선혜원 곳곳에 설치된 작품은 전시의 맥락을 확장하고 관람객에게 명상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김수자의 〈호흡〉 연작이 최초로 한국의 전통 한옥 건물에 설치되는 사례로 경흥각이라는 장소와 작품의 만남 자체가 지니는 상징성이 크다. 작가가 ‘호흡’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하듯 이 작품은 한옥 고유의 정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미묘하게 떨리는 빛과 공기의 흐름을 포착하며, 관객의 호흡과 발걸음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호흡—선혜원〉(2025)은 전통 한옥 건축의 품격을 간직한 경흥각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전환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바닥을 거울로 채워 건축물과 빛, 관객을 반사시키며 구조와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형 공간을 만들어 낸다. 고요한 숨과 명상이 어우러진 독창적 공간은 과거와 현재, 존재와 공간이 교차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며, 실제와 허상이 뒤섞여 고정된 건축물조차 유동하는 존재로 탈바꿈한다.
로비에 설치된 〈연역적 오브제—보따리〉(2023)는 조선백자의 상징인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독일 마이센 도자기(Staatliche Porzellan-Manufaktur Meissen)와 협업해 제작되었다. 보따리를 연상케 하는 바늘구멍을 제외하고 어둠으로 비어 있는 내부 공간은 존재와 정체성을 환기하며, 논리적 개념이 형태로 귀결되는 ‘연역적 사고’를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반구형에 가까운 두 그릇을 정교하게 맞춘 비대칭 형태는 보름달 전후의 천체를 떠올리게 한다.
앞선 작품과 마주하는 〈땅에 바느질하기: 보이지 않는 바늘, 보이지 않는 실〉(2023)은 〈연역적 오브제—보따리〉와 같은 재료로 제작된 평면 작품으로, 〈연역적 오브제—보따리〉의 펼쳐진 형태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마르지 않은 백자토에 바늘로 수많은 구멍을 뚫어 다양한 빛의 리듬과 방향을 제시한다. 이렇게 표면에 불규칙한 질감을 표현하는데, 작품의 표면은 이 같은 행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바늘은 2차원의 평면을 관통하는 물리적 수단이자 자아와 타인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지하 1층 삼청원에는 〈보따리〉(2022)가 설치된다. <보따리>는 김수자의 대표 연작 중 하나로, 이동과 정체성, 기억과 관련한 시적 탐구를 담아낸다. 작가는 싸고 묶는 전통적 생활 도구를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역사를 포괄하는 조각적, 개념적 매체로 변모시켰다. 이를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보따리는 이주와 디아스포라의 상징이자 물질적·비물질적 삶의 흔적을 담는 이동식 보금자리로 재정의된다.
김수자 작가는 “1990년대 양동마을에서 시작한 보따리 작업 이후, 줄곧 전통 건축 속에서 새로운 설치를 꿈꿔왔다”며 “선혜원의 독특한 전통 건축 양식을 감싸며 펼쳐지는 거울 바닥 작업을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해외에서만 이어오던 거울의 오랜 여정을 이제 한국의 관객들과 나눌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한편 선혜원은 1968년 SK그룹 창업주 사저에서 출발해 인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었으며, 2025년 4월 그룹의 기업 연구소이자 컨벤션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SK는 그룹 구성원들을 위한 선혜원의 역사성을 매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선혜원 아트프로젝트’를 출범했다. 김수자 개인전은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제주 포도뮤지엄이 기획을 맡았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는 독립큐레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기획자 및 예술가와 협력하며 문화적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지역 연계 행사 ‘삼청나잇’과도 함께한다. 포도뮤지엄은 9월 4일에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선혜원을 개방해 한옥의 야간 정취를 만끽하며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행사를 기획했다(세부 시간과 동선은 추후 공지).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열리며, 네이버에서 ‘선혜원’을 검색해 예약하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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