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원규 l 썬더그린 대표 '관세 전쟁, 본질에 대한 이해'
그야말로 ‘경제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부여한 관세 대상 국가의 범위와 관세율에 대해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비록 90일 유예했지만 미래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역사 이래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라 할 만큼 예측불가다.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무모함에 대해 저항과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왜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최근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모든 변화의 근본 원인에는 최첨단 기술의 발전이 있다. 인공지능(AI)․통신․반도체․전기차․2차전지․에너지 등 이들 영역에서의 최첨단 기술의 발전은 결국 글로벌 플랫폼 독점 경쟁을 촉발해 왔는데, 그동안 미국의 기업들이 주도권을 갖고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에 중국이 개별 사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후원하는 국가 기업들로 글로벌 기술 경쟁에 뛰어들면서 미국 정부가 개입했다. 최첨단 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비밀에 속하는 각종 정보를 독점 보유할 수 있고, 또한 수많은 콘텐츠 기업을 지배할 수 있기에 중국 같은 독재국가가 지배할 경우 불공정 경쟁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간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기업 간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핵심 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독점 플랫폼 경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점점 깊어지면서 전 영역으로 확대됐고 몇 가지 변화를 만들어 냈다. 먼저 기술 경쟁에 대해 국가의 개입을 대폭 확대했다. 원천 기술 개발, 인재 양성, 대규모 기술 투자 등에 대해 국가가 막대한 자원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둘째, 국가 간 보안 문제로 첨단 기술 경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문제가 되면서 국가 간 장벽을 구축하게 됐다. 셋째, 글로벌 플랫폼 구축과 최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코로나19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해 발행한 막대한 국가 부채가 이슈가 되면서 재정 적자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화젯거리가 됐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트럼프식 해결책이 관세 부과를 통한 적자 축소다.
이제 경제 문제는 개별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문제가 됐다. 이 말은 국가의 리더와 정부의 리더십,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 그에 기초한 대외 협상력과 전략적인 교섭력이 국가 경제와 기업의 성과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기에는 국가의 규모나 배경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우리는 최첨단 기술에 기반을 둔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각종 콘텐츠 산업 등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거대 국가와도 동일한 조건을 갖추고 경쟁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조선업, 방위산업, 한류에 기반을 둔 문화산업, 식품산업, 화장품산업, 반도체와 2차전지산업 등은 이미 글로벌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패션산업도 얼마든지 글로벌 경영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산업이다. 출렁이는 환경 변화에서도 기민한 변신으로 모든 패션 기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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