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떡잎 키운다” 무신사 등 패션 플랫폼 신진 인큐베이팅 확대
‘K-브랜드’ 전성시대다. 소비자들의 개성과 취향이 점차 다변화되면서 대형 브랜드보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소비 트렌드 주축인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최근 수십, 수백억 매출을 올리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중심에서 스몰 브랜드를 선호하는 트렌드로 패션 업계가 변화하면서 무신사와 W컨셉 등 국내 패션플랫폼 기업들은 소위 뜨는 브랜드를 초창기부터 발굴하거나 성장이 기대되는 될성부른 브랜드와 함께하기 위해 투자 및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전개하며 신진 브랜드를 자신의 영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K-브랜드’가 국내외 패션시장에서 각광받자 빠르게 움직인 곳은 바로 무신사(대표 조만호 박준모)다. 지난 2018년부터 벤처캐피털(VC) 자회사인 무신사파트너스(대표 김채현)를 통해 현재까지 75개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을 확대하기 위해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신생 입점 브랜드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무신사는 이번 가을 시즌 첫 번째 인큐베이팅 그룹으로 60개 브랜드를 선발했다. 이들 그룹에 속한 브랜드의 올해 3분기(7~9월) 전체 거래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3배(223%) 이상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겨울 시즌에는 대상 브랜드를 70여 개로 늘렸는데, 이들의 올 10월 한 달간 일 평균 거래액은 올해 일 평균과 비교해 약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신사가 지향하는 인큐베이팅의 핵심은 브랜드가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들의 성장으로 브랜드와 무신사 모두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케팅, 브랜딩, 세일즈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지원하고 있다.
글로니 등 무신사 지원받고 훨훨
온라인 기획전 및 무신사 라이브 진행, 무신사 에디션 발매를 통해 해당 브랜드가 돋보일 수 있게 도와주거나 신규 브랜드의 경우 아이템 기획에 동참하거나, 단독으로 협업하기 어려운 인플루언서 섭외 등 브랜드 운영에 크고 작은 부분을 돕는다. 여기에 무신사글로벌을 통해 일본과 대만 등 해외 진출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 및 현지화된 마케팅 강화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무신사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대표적 브랜드로는 △글로니 △레스트앤레크레이션 △미세키서울 △아이돈워너셀 △에이이에이이 △오헤시오 등이 있다. 블랙핑크 제니, 아이브 장원영이 착용한 브랜드로 유명한 여성복 글로니는 2023년 매출이 89억으로 전년대비 3배가 넘게 증가했으며 일본 내 무신사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이 같은 기간 40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레스트앤레크레이션의 경우 2023년 매출이 전년대비 4.5배 증가했다. 일본 조조타운 온라인 팝업에서 인플루언서 협업으로 단독 및 특가 상품을 선보인 기획전에서 매출 상위 5개 제품 중 2개가 자사 아이템이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2022년 무신사가 마케팅 일환으로 공개한 뉴진스 민지와의 화보가 큰 호응을 얻으며 일명 민지 ‘핑크 패딩’으로 화제를 모은 것이 판매 및 매출 성장에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큐베이팅 70개 브랜드, 거래액 46% 증가
기존에 잘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도 여러 방면으로 지원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을 담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미세키서울’은 올해 일 평균 매출 대비 10월 한 달간 일 평균 매출 성장률이 272% 성장하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브랜드 가운데에서 1위를 달성했다.
무신사 라이브 참여와 코디숍 연계 특별 기획전에 참여한 ‘아이돈워너셀’은 66%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이 외에도 무신사 에디션으로 일주일 만에 억대 거래액을 달성한 ‘에이이에이이’와 라이브커머스·기획전 등 세일즈 프로모션에 참여한 ‘오헤시오’는 론칭 1년 만에 두 자릿수 억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무신사 마케팅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브랜드의 지속적인 노출과 전반적인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통해 브랜드 유입을 늘리고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모션을 촘촘하게 구성해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무신사는 이와 같은 육성프로그램을 사계절 시즌에 맞춰 연간 4회 운영할 예정이다.
높은 성장세 기록, 육성 프로그램 사계절 확대
이 외에도 무신사는 2015년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대규모의 생산 자금이 필요한 패션업계 특유의 ‘선(先) 생산 후(後) 판매’ 구조를 고려해 무이자로 최대 3억원의 생산 자금을 빌려주는 ‘동반성장 자금 지원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더블유컨셉코리아(대표 이주철)에서 전개하는 패션 플랫폼 ‘W컨셉’도 K-디자이너 브랜드의 국내외 팬덤이 커지는 점에 집중했다.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서 브랜드 팬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스몰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고 이들이 높은 매출과 좋은 성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브랜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W컨셉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대응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 · 육성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조직에서는 패션 트렌드를 분석해 입점사에 신상품 출시 및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제안한다.
W컨셉, 신진 브랜드 발굴 · 육성 전담조직 운영
2024년 1~10월 기준으로 W컨셉이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는 약 200개다.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성장가능성 등 자체 기준을 두고 선정하는데 인큐베이팅 그룹에 속한 브랜드 중 글로벌 매출 상위 30개 브랜드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2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마르디메크르디, 마지셔우드, 닐바이피, 비에이유 바이 브라이드 앤유, 모노로우 등이 있다. 의류에서는 닐바이피(63%)와 비에이유 바이 브라이드 앤유(18%)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으며 가방 브랜드 중에서는 마지셔우드(245%), 모노로우(4436%), 레크프로젝트, 아틀리에 드 루멘 등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가방 브랜드 ‘모노로우’는 플랫폼 내 단독 할인과 인플루언서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활용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의류 브랜드 마지셔우드의 경우 지난 9월 뉴욕에서 팝업을 진행했을 때, 온라인 글로벌 독점 기획전을 진행해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올해 1~10월 누적 판매된 베스트셀러 아이템 30개 중 4개가 마지셔우드 아이템이며 ‘소프트 보스톤백’은 가장 많이 팔린 아이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 ~ 파이낸셜 서포트 등 다방면 지원
이들 브랜드의 성장 뒤에는 W컨셉의 지원이 있었다. W컨셉은 콘텐츠 · 기획전 제작 지원, 상품기획 · 개발, 오프라인 · 글로벌 판로 확대 지원, 파이낸셜 서포트 등 다양한 방면에서 브랜드를 지원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브랜드가 쓱데이, 더블유위크 등 메가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쿠폰과 광고 등을 지원한다.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나 인플루언서 활용 마케팅 지원, 한정판 컬래버 개발, 단독 상품 기획 및 판매 등을 통해 신진 및 중소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다. 이 외에도 브랜드 공통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앱 내 프로모션 및 디지털 광고를 포함한 브랜디드 마케팅 패키지 지원 △자체 구축한 인플루언서 관리 솔루션을 통해 해외 인플루언서와 협업 기회 제공 △W컨셉 판매 데이터 기반 고객 트렌드와 선호도 등 개별 피드백을 진행해 브랜드 제품 개발 지원 등이 있다.
W컨셉은 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국내 우수한 브랜드를 발굴해 패션 산업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브랜드와 동반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2016년 미국 법인 설립, 2017년 글로벌 사이트 오픈을 통해 지난 8년간 한국의 우수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마련해 왔다.
커지는 신진 브랜드 위상, 플랫폼 · 패션기업 눈독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브랜드사의 글로벌 진출과 판매를 돕고,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주며 K-패션에 열광하는 해외 고객에게는 한국의 우수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창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하고하우스는 많은 패션 기업들에서 신진 브랜드에 대한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전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고하우스는 2020년 초 대명화학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은 후 브랜드 지분 투자를 통해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 투자 브랜드인 ‘마뗑킴’의 경우, 올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65% 증가한 매출 700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세로 봤을 때, 올해 안에 전년도 매출인 100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마뗑킴은 2021년 매출 50억원대의 작은 온라인 패션 브랜드였으나 하고하우스의 투자와 지원을 통해 매출이 약 14배 늘어났다. 마뗑킴 외에도 지난해 300억 매출을 올리고 올해 500억을 목표로 성장 중인 ‘드파운드’를 비롯해 ‘보카바카’ ‘메종마레’ 등은 하고하우스의 투자를 받고 이를 발판 삼아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중장기적 시각으로 브랜드 생태계 구축이 핵심
패션플랫폼들은 투자 브랜드가 고속 성장해 플랫폼 내에서 거래액이 늘어나면 이득을 볼 수 있다. 신진 · 중소 브랜드의 경우에도 브랜드 운영을 위한 넉넉한 자금과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지원받으며 스스로 자생 능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투자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에 안착해 좋은 결과를 내는 성공적인 사례도 많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실패 사례도 많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회사와 피투자 브랜드 간 의견 조율의 불일치, 그로 인한 오너 및 디렉터의 이탈, 투자 및 인큐베이팅 지원으로 브랜드 외형은 커지는데 기존에 발견할 수 없었던 관리 허술과 경영 전반에 대해서 알게 될 수도 있다.
떡잎 때부터 잘하는 브랜드가 있을 순 있지만 이를 성공적인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것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하는 기업과 피투자 브랜드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단발성이 아닌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패션계에서 더욱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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