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아 l 스페이스눌 대표 '라틴 아메리카의 보석 콜롬비아'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
24.12.06 ∙ 조회수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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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아 l 스페이스눌 대표 '라틴 아메리카의 보석 콜롬비아' 27-Image


모칠라에서 시작된 나의 사랑은 그 후 콜롬비아 전체로 확대됐다. 2016년에 발간된 <모칠라 스토리>를 쓰던 당시 자료를 뒤적이다가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콜롬비아의 슬픔과 아픔이 많은 역사는 수난이 많았던 우리나라와 닮았고, 한번 알면 금방 절친이 되는 콜롬비아인의 다정다감한 성격도 어린 시절 내 주위 경상도 사람들의 정서와 비슷했다. 알면 알수록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다.


<모칠라 스토리>를 쓰면서 가까워진 콜롬비아 대사관 직원들과 콜롬비아 비즈니스 섹터의 프로콜롬비아(ProColombia) 직원들은 2016년부터 그들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콜롬비아 국경일 파티(7월 20일)에 나를 초대했다. 또한 콜롬비아의 액세서리나 의류 브랜드에서 한국에 진출 의사를 보낼 때마다 언제나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레 프로콜롬비아의 패션 컨설턴트가 됐다.


2019년 어느 날, 프로콜롬비아에서 항공권 · 숙박비 · 체류비 일체를 제공하며 나를 보고타 패션위크에 초대했다. 돈이 많은 이탈리아 대사관에서는 나를 로마 · 나폴리 · 피렌체 등으로 초청하는 일이 왕왕 있었지만, 콜롬비아는 그리 부유한 나라도 아니고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은 매우 빠듯한 예산으로 팍팍한 살림살이를 하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초대는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와 닿았다.


그런데 이런 감동은 시작에 불과했다. <모칠라 스토리>에 멋진 추천사를 써 준 당시 주한 콜롬비아 대사였던 나의 절친 티토 사울 피니야(Tito Saul Pinilla P.)는 임기를 마치고 콜롬비아로 돌아가 있었다. 보고타 국제공항에 내리자 그가 보낸 ‘보디가드’가 양쪽에 그려진 콜롬비아 국기와 대한민국 국기 사이에 ‘Welcome, Anya Kim!’이라고 쓴 커다란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보디가드와 함께 나가자 운전기사가 딸린 방탄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토는 내가 보고타에 머무는 일정 내내 성심성의껏 도와줬다. ‘오후 12시 런치, 오후 2시 소금성당, 오후 4시 보테로 박물관….’ 이런 식으로 알차게 보내고, 심지어 예약하지 않고는 가기 힘들다는 대통령궁도 티토 덕분에 다녀왔다. 운전기사는 나를 매번 목적지 바로 앞에서 세워줬고, 입장료 등 일체의 비용은 나와 동행한 보디가드가 지불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는 보고타와 메데진의 유명하고 아름답다는 곳은 다 돌아봤다. 특히 소금성당은 색채와 형태가 다양한 거대한 십자가들이 기억에 남았고 실제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성스러운 장면이 내 가슴속에 큰 감동으로 남았다.


이 여행 이후 아름답고 마법 같은 공간과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사람들이 있는 나라이자 6·25전쟁 때 남미에서 유일하게 파병해 준 형제국인 콜롬비아가 나는 더 좋아졌다. 내 친구 티토의 나라 콜롬비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고, 주변에도 많이 알리고 싶어졌다. 이들이 내게 보여준 우정에 꼭 답하고 싶었다.


귀국하고 서점에 갔는데, 실망스럽게도 콜롬비아 전반에 관한 책은 서점 전체를 통틀어 한 권도 없었다. 그나마 콜롬비아 커피에 관한 책 두어 권이 다였고, 심지어 여행 섹션에서도 콜롬비아는 남아메리카 전체를 소개하는 책 속에 두어 쪽 실린 것이 다였다. 이럴 수가…. 이건 형제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서점에서 충격을 받은 나는 콜롬비아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여러 자료를 보며 어떤 식으로 책을 엮어 내는 것이 좋을지 오랫동안 궁리했다. 원래 2020년에 쓰려던 책은 여러 상황으로 밀리다, 2023년 주한 콜롬비아 대사로 새로 부임한 ‘알레한드로 펠라에즈 로드리구에즈(Alejandro Peláez Rodriguez)’와의 만남으로 최우선 순위로 올라가게 됐다. 프로콜롬비아 출신의 젊은 대사 알레한드로는 나의 이 ‘콜롬비아 프로젝트’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작가인 나보다도 더 큰 열과 성의를 보였다.


나는 수년간 열심히 모아둔 자료들을 바탕으로 차례를 정하고, 5개월간 열심히 글을 쓰면서 콜롬비아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콜롬비아 하면 이전에는 커피밖에 떠오르지 않았는데, 가장 비싼 꽃을 수출하는 나라라는 것도 알게 됐다. 우리나라 백화점에 입점한 고급 꽃집에서 취급하는 꽃은 거의 다 콜롬비아 꽃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에 5달러짜리 장미와 15달러짜리 장미가 있다면, 5달러짜리는 브라질산이고 15달러짜리는 콜롬비아산이다.


‘엘도라도(El Dorado)의 전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콜롬비아는 금의 양과 질에 있어서도 유명한 금 수출국이고, 에메랄드는 세계 최고의 퀄리티로 유명하다. 또한 콜롬비아에서 서식하는 나비의 종류는 전 세계 어느 지역의 나비의 종류를 다 합한 것보다도 많다고 한다. 콜롬비아에만 서식하는 나비 종류만 해도 200종이 넘는다.


콜롬비아가 낳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마법적 리얼리즘의 창조자인 가브리엘 마르케스(García Márquez)가 2014년 4월 사망했을 당시 추도식에 참석한 콜롬비아 사람들은 종이로 만든 노란 나비를 하늘로 날려 보내며 그의 작품과 삶에 조의를 표했다. 생물학자들은 “200여 종에 달하는 토종 나비가 콜롬비아에서 사라진다면 그건 나비의 지구적 멸종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생물 다양성의 보호를 위해서도,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가 콜롬비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는 이제 평평하게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조사를 통해 나는 명실공히 콜롬비아 전문가가 됐다. 2016년 ‘모칠라 전문가’에서 2024년 ‘콜롬비아 전문가’로 등극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보석, 콜롬비아> 커버 사진은 아름다운 카르타헤나의 구시가지다. 노랗고 파랗고 빨간 콜롬비아 국기를 닮은 카르타헤나를 찍은 사진이 커버로 낙찰됐다.


집필은 예상보다 일찍 끝나 올해 2024년 7월 중순경 책이 출간됐다. 실물로 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모칠라 스토리>와 같은 판형으로 제작돼 함께 꽂아두면 세트처럼 보였다. 몹시 감동한 알레한드로 대사는 대사관저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파티를 열어 출간 파티 겸 시상식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9월 9일 콜롬비아 대사관저는 온전히 나를 위해 꾸며진 공간이었다. 전에도 파티나 점심 초대를 받아 여러 차례 방문했던 관저였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꾸민 것은 처음이었다. 알레한드로 대사의 감사의 말로 식이 시작됐다. 판에 박힌 말이 아니라, 다섯 페이지를 빼곡하게 쓴 성의 있고 아름다운 감사의 말이었다.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놓지 않는 친절한 콜롬비아인들을 통해 ‘아름다운 우정’이란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된다. 콜롬비아에 대한 나의 사랑이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다.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친구처럼 다정한 콜롬비아의 매력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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