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K-뷰티 마켓, 무신사 등 패션 플랫폼 입성... 올리브영 독주 막을까?
* 18조 K-뷰티 마켓? 오는 2027년 글로벌 시장 내 K-뷰티 매출 규모가 약 18조5630억원(약 139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2019년 13조6220억원(약 102억달러)과 비교하면 연평균 9% 성장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 자료 참조>
무신사, W컨셉,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 패션 플랫폼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뷰티’에 힘을 주고 있다. K-패션 이후 K-뷰티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이들이 랄라블라 · 롭스는 물론 글로벌 대형 코스메틱 편집숍 세포라도 한 수 접게 만든 ‘뷰티 강자’ 올리브영의 독주에 과연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신사, W컨셉,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주요 패션 전문 플랫폼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K-뷰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각자 경쟁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브랜드를 발굴해 함께 성장하며 쌓은 노하우와 캐릭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파트너가 될 뷰티 브랜드 확보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컬리, 다이소,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뷰티 부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1300개가 넘는 매장과 사용하기 쉬운 온라인몰, 빠른 배송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는, 올리브영이라는 막강한 존재가 군림하고 있는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패션 플랫폼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신사(대표 조만호․박준모)는 기존에 운영 중이던 ‘무신사 뷰티’ 카테고리의 모델로 에스파 카리나를 선정하고 9월 대대적인 오프라인 ‘뷰티 페스타’를 열면서 뷰티 시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8월 19일부터 3주간 진행한 온·오프라인 뷰티 페스타 기간 무신사뷰티 총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5.8배 성장했고, 행사 후 9월 10일부터 22일까지는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무신사뷰티페스타, 중소 K-뷰티 브랜드 80% 비중
9월 6~8일 사흘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66만㎡(약 20만평)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행사에는 약 1만8000명이 방문했다. 뷰티에 관심이 많은 여성뿐 아니라 멘스 뷰티 상품을 찾는 남성 소비자의 방문 비중도 높아 기존 무신사의 소비층으로 새로운 카테고리 공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행사 후 올 하반기에 무신사뷰티에서 선발매를 추진하는 브랜드가 상반기 대비 5배 늘어날 정도로 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유통으로도 주목받게 됐다.
패션에 집중돼 있던 무신사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오프라인 뷰티 행사로 확실히 증명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지난 10월 18~20일 서울 성동구 무신사 성수스퀘어4에서 ‘뷰티 페스타’를 추가로 진행했다. 지난 행사 참여 브랜드의 80%가 국내 중소기업의 K-뷰티 브랜드였다는 점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무신사는 2023년 자체 뷰티 브랜드 ‘오드타입’을 론칭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 8~9월 21일간 진행한 뷰티 페스타 행사에서 틴트 한 품목으로 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드타입은 지난 4월 일본 도쿄 앳코스메 팝업 행사에 이어 10월 초에는 본격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의 ‘로프트’와 ‘프라자’ 200여 개 매장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에이블리, ‘온리에이블리’로 판매 품목 차별화
에이블리코퍼레이션(대표 강석훈)의 스타일 커머스 에이블리도 지난 5월 뷰티 단독 라인 ‘온리에이블리’를 론칭하며 뷰티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에이블리는 론칭 초부터 패션과 뷰티 두 가지 카테고리를 모두 다뤘기 때문에 10~20대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에이블리를 통해 유명해진 뷰티 브랜드가 많았다. 이 점을 강화해 경쟁력으로 삼기 위해 단독 상품 카테고리를 신설하게 된 것.
온리에이블리는 말 그대로 에이블리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세트 상품, 단독 최저 가격, 단독 개발 상품을 다룬다. 에이블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뷰티 상품으로 모바일 뷰티 시장의 강자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부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투쿨포스쿨’ ‘롬앤’ ‘아이빔’ ‘마녀공장’ ‘코링코’ ‘피카소라운지’ 등의 브랜드가 단독 세트 상품을 선보였고, ‘바닐라코’ ‘릴리바이레드’는 협업을 통해 단독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10~20대 여성 소비자를 메인으로 한 에이블리는 상품찜, 구매전환, 리뷰 등 유저 반응을 빠르게 관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파트너사들은 고객 접점 확대와 매출 증진 효과가 확실한 편이라는 평이다. 타깃 특성에 맞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효과적으로 노출하고 구매 전환율을 높일 수 있어서 빠른 시간 안에 반응을 얻기 좋다는 것이다.
기존 고객을 ‘뷰티’로 흡수 … 매출 확장 탁월
에이블리를 주 소비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존 패션과 뷰티 소비자들에게도 단독 상품과 최저가 제안은 꽤 매력적이었는지, 지난 5월 온리에이블리 론칭 직후 한 달간 뷰티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155% 증가하고, 주문 고객 수도 160% 늘었다. 5월 15일부터 20일까지 5일 만에 온리에이블리 거래액만 1억원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AI 추천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와 상품의 연결 정확도를 높이고 쇼핑 편의성을 더욱 강화했다. 이를 통해 패션 카테고리에서 긍정적인 구매 경험을 쌓은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뷰티관과 온리에이블리로 유입돼 연계 구매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에이블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8월 기준)는 842만명에 달한다. 에이블리에서 패션만 구매하던 이들을 뷰티로 끌어온다면 성장은 맡아둔 셈이다.
K-뷰티 브랜드의 일본 판로 지원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에이블리의 첫 번째 글로벌 서비스인 일본판 여성 쇼핑 플랫폼 ‘아무드’ 내에 뷰티 카테고리를 론칭해 국내 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 포인트, 베이스, 스킨케어, 보디케어, 뷰티 소품으로 구성해 ‘스킨푸드’ ‘오디드’ ‘와이츄’ ‘코링코’ 등을 일본에 소개하고 있다. 직접 진출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브랜드들과의 상생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K-뷰티를 알릴 계획이다.
직잭뷰티 ‘엠디 픽’, 공동 개발 · 선론칭 기획 굿
카카오스타일(대표 서정훈)의 스타일 커머스 지그재그도 뷰티 단독 구성 상품에 힘을 주고 있다. 2022년 4월부터 뷰티 카테고리 ‘직잭뷰티’를 운영 중인 지그재그는 작년 9월 단독 구성 상품만 선보이는 ‘직잭뷰티 엠디 픽(MD Pick)’을 신설했다. 단순한 단독 상품이 아니라 제이미포유 같은 뷰티 유튜버와 공동 개발한 상품, ‘퓌’ ‘삐아’ ‘VT’ 등 국내 브랜드와 공동 개발하거나 단독 선론칭하면서 차별점을 더욱 강화했다.
엠디 픽 코너 신설 후 직잭뷰티의 월평균 거래액은 8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의 주 소비층인 2030세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뷰티 유튜버나 브랜드, 관심 있는 기능의 상품을 직잭뷰티만의 단독 상품으로 개발하는 꾸준한 협업이 특히 경쟁력이다. 지그재그의 강점 중 하나인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뷰티 카테고리에 적용해 접근성도 높이고 있다.
지그재그도 2030 여성들이 플랫폼에 모여 있어 여기서 공개하는 신상품에 대한 반응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뷰티 브랜드들은 지그재그에 신상품을 먼저 출시해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베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나 라이브방송 등 콘텐츠 개발도 활발히 진행해 직잭뷰티 내에서만도 성과가 꽤 오르는 편이다.
W컨셉, 인디 및 중소부터 럭셔리까지 확장
지난 7월 ‘에그핏 쿠션’을 직잭뷰티에서 단독 론칭하고 프로모션까지 진행한 퓌의 거래액은 전월대비 1628%나 뛰었다. 대중은 잘 모를 수 있는 인디 뷰티 브랜드 ‘하밍’과 ‘투크’ ‘세르잔느’의 거래액은 지난 8월 매출은 전월 동기대비 각각 2692%, 109%, 578% 증가했다.
입점 브랜드의 성공 사례가 플랫폼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아주고, 플랫폼 협업으로 1년 만에도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신규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어 뷰티분야에서도 플랫폼과 중소 브랜드의 동반성장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패션 플랫폼의 강자인 더블유컨셉코리아(대표 이주철)의 W컨셉은 여성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 노하우를 뷰티 브랜드에도 적용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9년 5월부터 뷰티 카테고리를 운영 중인 W컨셉은 최근 신규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신규 브랜드의 성공적인 론칭과 함께 독보적인 뷰티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베이지크⋅텐스⋅아도르 등 인디 브랜드 주목
기존 W컨셉의 뷰티 카테고리는 2022년 10월 모기업인 SSG닷컴과의 협업을 통해 조성한 ‘SSG뷰티’와 시코르 입점으로 럭셔리 뷰티 이미지가 강했다. SSG닷컴에서 검증된 ‘바비브라운’ ‘맥’ ‘메이크업포에버’ 등의 럭셔리 브랜드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허스텔러’ 같은 비건 뷰티 PB 브랜드를 운영해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여성 소비층을 직접 공략하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단독 상품 혹은 단독 브랜드로 W컨셉의 콘텐츠 경쟁력은 높이고, 브랜드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얻어가는 공생 관계를 뷰티에도 적용한다. 최근에는 ‘텐스’ ‘아도르’ ‘파인다이브’ ‘테’ 등 낯선 이름의 신진 뷰티 브랜드를 입점시켜 10배씩 성장시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9월 말 오픈한 ‘베이지크’ 완판 사례가 있다.
W컨셉은 2018년 론칭한 베이지크가 스킨케어에서 색조 메이크업 라인을 확장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품 가격대와 판매 구성, 고객 선호 컬러 등 론칭 준비 전반을 지원했다. 신규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아 탐색하듯 뷰티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도 높은 W컨셉 고객들의 성향에 맞춰 론칭 스케줄을 준비한 것. 실제로 베이지크가 내놓은 신상품 ‘플러쉬 립 앤 치크 밤’은 1+1, 전 호수(3색) 구성으로 판매를 시작해 첫날 W컨셉 전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달성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배로 뛰었다.
기능과 색조, 글로벌 K- 뷰티 선호도도 변화
패션 전문 플랫폼들이 뷰티 카테고리에 몰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래 소비층인 1020세대가 화장품 소비에 적극적이어서 지속 성장 곡선을 그리는 사업군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패션 대비 수월한 재고와 물류 운용 같은 취향과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카테고리 다각화로 기존 소비층의 니즈에 맞는 뷰티 콘텐츠가 유입돼도 ‘겹치기’ 문제없이 추가 매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본과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을 노리고 있는 패션 플랫폼에 K-뷰티 브랜드는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다. 과거 ‘한국산 마스크팩 쟁이기’가 한창이던 기능성 위주의 K-뷰티 붐 초창기와 달리 현재는 아이돌이나 배우의 모습을 완성한 K-메이크업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K-팝과 K-드라마 등 K-콘텐츠 속 다양한 패션과 연계해 하나의 룩으로 접근하기 좋아진 것이다.
선크림 맛집 ‘조선미녀’나 흑인 유튜버를 감동하게 한 K-파운데이션 ‘티르티르’처럼 국내보다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먼저 알려진 후 틱톡이나 쇼츠를 통해 한국에 역바이럴된 브랜드도 많다. 기능과 색조 모든 면에서 글로벌 호감도가 높은 뷰티 콘텐츠 확보 여부가 플랫폼의 세계적 인지도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생 위한 독점’ 등 플랫폼 - 브랜드 간 문제 대두
다만 패션 전문 플랫폼뿐 아니라 최근 컬리, 다이소,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은 물론 편의점 브랜드들까지 뷰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여러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브랜드를 모색하면서 ‘상생하기 위한 독점 콘텐츠 확보’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대두되고 있다.
‘백화점 아니면 올리브영’, 두 가지 선택지로 양분된 뷰티 시장에서 화장품 제조사들은 색다른 유통처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두 가지 선택지만 봐도 뷰티는 결국 오프라인 경험이 핵심인 영역이기 때문에 두 업계의 새로운 니즈가 만나 패션 및 이커머스 플랫폼과 뷰티 시장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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