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자이언트 나이키➊] 마켓셰어 회복이냐? 빼앗길 것이냐?
지난 6월 28일 ‘나이키’ 주가는 하루 만에 19.98% 폭락했다. 1980년 상장한 이후 역사상 최대 하락폭으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 39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당시 주가 71달러는 코로나 쇼크 때의 67달러 이후 최저치로 연중 최고치 123달러 대비 -42%였다. 나이키 주가 폭락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왜냐하면 반세기 동안 나이키는 스포츠 시장의 기둥 같은 브랜드로 부침 없이 시장을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논란이 많았다. 나이키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키는 지난 5년 동안 유통 구조 혁신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DTC(Direct To Customer : 소비자 직접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그 결과 초기에 잠시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이내 영업이익이 과거보다 악화되는 결과를 경험했다. 결국 DTC 혁신을 주도한 존 도나우 CEO가 지난 9월 전격 교체됐다.
과연 나이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온, 호카, 아식스, 뉴발란스 등의 경쟁자를 누르고 다시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자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것인가?
스포츠 자이언트 나이키가 유통 채널 혁신을 시도한 지난 5년간의 공과를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 환경의 변화와 AI 등 차세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사업 모델이 절실한 상황에서 초우량 초거대 글로벌 기업이 사업모델을 새로운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한 것은 소중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나이키 창업 스토리
나이키는 1964년 오리건 대학교 육상 선수였던 필 나이트(Phil Knight)와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 신발은 독일의 아디다스와 푸마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필 나이트는 일본 브랜드 아식스의 전신인 오니츠카 타이거(Onitsuka Tiger)를 발견하고 미국에 독점 수입 사업을 빌 바우어만과 함께 시작했다. 창업 당시 회사 이름은 블루리본스포츠(Blue Ribbon Sports)였다.
빌 바우어만은 육상 코치로서 선수들의 성과를 올리기에 가장 좋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오니츠카 타이거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직접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서 사업을 확장하기로 하고 나이키를 론칭했다. 1971년 회사명을 나이키(NIKE)로 개명하고 직접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스포츠 브랜드로 새롭게 시작해 현재의 스포츠 자이언트 기업을 일궈냈다. 창업 이후 60년, 브랜드 론칭 이후 53년 된 기업이다.
엄청난 가치의 나이키 심벌인 스우시(Swoosh)는 캐롤린 데이비스라는 포틀랜드대 대학원생이었던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들었는데, 당시 디자인한 대가로 지불한 돈은 35달러였다고 한다.
나이키 주요 역사
나이키 성공의 두 기둥은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다. 기술력은 주로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에 의해 개발됐다. 최초의 독자적인 기술은 와플 기계에서 착안한 와플솔(Waffle Sole)로 고무 스파이크를 와플기계처럼 찍어내서 신발 밑창에 부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나이키 최초의 운동화인 ‘코르테즈’를 만들었다. 두 번째 기술은 197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직원이었던 프랭크 루디가 낸 아이디어로 단단한 주머니에 압축 공기를 주입해 외부 압력에도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나이키의 핵심 기술인 ‘에어쿠셔닝 기술’이다.
나이키는 와플솔 기술과 에어쿠셔닝 기술로 최초의 마라톤화 ‘테일윈드(Tailwind)’를 만들었다. 1970년대 미국에 조깅 열풍이 불 때 아디다스는 ‘조깅은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반면 나이키는 마라톤화 테일윈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어 급성장하면서 아디다스를 앞지르고 스포츠 브랜드 선두 주자가 됐다.
1982년에는 에어쿠셔닝 기술이 담긴 최초의 농구화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에어포스 원’이다. 에어포스 원은 기능성 농구화로 시작했지만 이후 힙합으로 대표되는 스트리트 패션을 상징하는 운동화가 된다. 이후 전설적인 농구선수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을 후원하면서 조던을 위한 신발을 개발하게 되는데, 그것이 ‘에어 조던 원’이다.
나이키의 마케팅은 주로 스탠퍼드 MBA 출신인 필 나이트가 주도했다. 브랜드 네이밍으로 그리스신화 속 ‘승리의 여신’의 영어식 발음인 ‘나이키(NIKE)’를 만들었는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리를 추구하는 스포츠 브랜드로서 더할 나위 없는 네이밍이다. 심벌인 스우시는 육상 트랙의 모퉁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것으로, ‘러닝(Running)’을 상징하는 심플하고 강력한 심벌이다. 네이밍과 심벌 모두 스포츠와 러닝을 위한 운동화 제품에 매우 적합한 연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나이키 마케팅 전략의 화룡점정은 슬로건인 ‘JUST DO IT’이다. 필 나이트가 1988년 ‘위든엔케네디(Wieden+Kennedy)라는 광고회사에 의뢰해서 만든 이 슬로건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지 말지 결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운동을 시작하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는 카피로 35년 이상 나이키의 핵심 가치로 정착하게 된다.
나이키는 세계적 스타 스포츠 선수들과의 전략적인 후원 계약으로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 · 코비 브라이언트 · 르브론 제임스, 골프의 타이거 우즈,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 축구의 호나우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당대 세계 최고 선수를 최고의 대우로 후원 했다.
1999년 빌 바우어만 사망으로, 필 나이트가 단독으로 경영하다가 2006년 전설적인 운동화 디자이너인 마크 파커(Mark Parker)를 CEO로 임명하고 필 나이트는 경영에서 물러난다.
2019년 마크 파커를 대신해서 나이키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고자 베인앤컴퍼니와 이베이에서 일했던 존 도나우(John Donahoe)를 CEO로 영입했다. 존 도나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미래 유통 전략으로 DT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추진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와의 직접 판매 비중을 높여서 나이키 멤버십 제도를 통해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고 유통 마진을 영업이익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실행해 왔다.
나이키 지배 구조
필 나이트와 빌 바우어만의 공동 창업으로 시작한 나이키는 1999년 빌 바우어만이 88세로 사망하면서 필 나이트의 단독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빌 바우어만의 지분은 1980년 IPO 직전 일부 지분을 직원들에게 넘기고 비중을 축소하다가 아내와 세 명의 자녀에게 상속된 후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의 주식은 크게 Class A 주식과 Class B 주식으로 구분돼 차등 의결권을 갖고 있다. Class A 주식은 창업자 가족이 소유하고 있어 공개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Class A 주식은 두 가지 권한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총 12명인 이사 중 4분의 3인 9명의 이사를 지명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동일한 수량의 Class B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Class B 주식은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개된 주식이다. 나이키 기업의 주식 가치는 Class B 주식의 가치를 의미한다. Class B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총 3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이키의 경영권은 Class A 주식을 소유한 창업자 가족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분 가치나 배당 등은 Class B 주식 지분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5월 말 현재 Class A 주식은 필 나이트가 승계를 위해 만든 지주회사격인 Swoosh LLC가 77.5%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필 나이트의 아들인 트래비스 나이트(Travis Knight)가 소유하고 있어서 현재 실질적인 회사의 경영권은 필의 아들인 트래비스에게 이전됐다고 볼 수 있다.
필 나이트 가족의 재산상 지분율은 전체 Class B 주식의 21.5%다. 필 나이트 가족 이외의 주요 주주는 뱅가드그룹 9%, 블랙록그룹 7.3%이며, 2980명이나 되는 나머지 기관이나 개인들이 61.1%를 갖고 있어서 매우 많은 주주들로 분산돼 있다. 이러한 차등 의결권이 있는 주식 구조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 미국의 법체계에서 가능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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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자이언트 나이키➋] DTC 도전 5년이 낳은 교훈은?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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