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명선 l 기빙플러스 ESG위원장 '재고 폐기 방지법은 언제?'
‘선선한 가을’이라는 단어가 무색한 폭염으로 몇 년 후에는 11월에도 반팔을 입을 것이라고 한다. 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를 고려해 117년 만에 사계절 재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9월 7일에는 3만여 명이 참여한 기후정의행진이 서울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펼쳐졌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지속가능을 위한 ESG 포럼 및 세미나들이 넘쳐나고 있다. 섬유패션 기업들이 실제로 적용하는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 방안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일 비영리단체 패션레볼루션은 최근 ‘무엇이 패션을 이끄는가(What Fuels Fashion)’를 발표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2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DKNY와 막스마라·뉴요커·톰포드·리복 등 32개 브랜드는 70개에 달하는 평가항목을 단 하나도 충족하지 못해 ‘0점’이 나왔다. 이 보고서는 250개 브랜드들의 기후목표와 활동에 대해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탄소저감 목표, 공급망에 대한 투명성,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 등 70개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이들 중 58%는 ‘지속가능한’ 의류 생산으로 재생폴리에스테르 소재를 강조했지만 이 가운데 공급망 에너지원까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업은 11%에 불과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섬유의류 생산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4~8%를 차지했다. 수자원 오염도는 20%에 달했다. 무엇보다 폴리에스테르 합성섬유는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의 8%를 차지했다. 또 폐의류 90% 이상은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폐기물 금지법’을 마련하고, 벨기에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자원 선순환을 독려하고 있다. 국내 역시 ‘재고 폐기 금지법’을 입법화해 자원 선순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8월 29일 아시아 최초로 의미 있는 기후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국내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단체 등이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관련법에 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제기한 헌번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가 발휘됨에 따라 해당 조항의 효력은 2026년 2월 28일에 만료되며, 정부와 국회는 14개월 안에 헌재 취지를 반영해 보다 강화된 기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의류산업도 당장 매년 생산되는 의류의 약 70%가 재고로 남아 폐기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패션 재고 폐기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에는 ‘디지털 서비스법’과 연계해 적용토록 했으며, 미판매 재고 폐기 금지 시행과 함께 제품을 의도적으로 손상시키거나 폐기물로 폐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판매 상품 수량과 이에 대한 처리 내용(기부, 재제조, 재활용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고 폐기 방지법’을 입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소비자 등 모든 주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재활용 및 재사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재고관리 시스템의 개선과 자원 선순환 활동에 기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정부는 법적 규제 및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환경 보호와 자원 낭비 방지, 소비자 보호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재고 폐기 방지법’은 의류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다.
profile
· 현 기빙플러스 ESG위원장
· 현 지속가능패션이니셔티브(SFI) 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SG전문가과정 수료
· 전 성남장애인복합사업 ‘더드림스토어’ 마케팅 이사
· 전 서울시립대 총동창회보 편집국장
· 전 패션비즈 취재부장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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