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텍스그룹 ➋] 승부수는 고객경험 · 운영효율 · 브랜딩
쉬인의 등장과 인디텍스의 대응 전략
쉬인(SHEIN)은 2008년 중국 난징에서 크리스 쉬(Chris Xu)라는 창업자가 만든 온라인 전용 패스트 패션 브랜드다. 2015년부터 브랜드 이름을 쉬인사이트(SHEINSIDE)에서 쉬인(SHEIN)으로 바꾸고 생산은 중국에서, 판매는 중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 및 글로벌 마켓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글로벌 마켓 공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쉬인은 파격적인 가격, 트렌디한 디자인, 빠른 상품 회전율을 강점으로 Gen Z세대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 급성장했다.
쉬인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폭발적인 성장을 한 이후 2023년까지 3년간 연평균 49%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계속한 결과 2023년 325억달러(약 4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부터는 순이익이 나기 시작해서 2023년 매출 대비 6.2%인 20억달러(약 2조7000억)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쉬인이 무서운 것은 이러한 성장 속도가 지속되면 1~2년 후에 자라나 유니클로의 매출을 넘어서서 세계 최대의 패스트 패션 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쉬인은 미국 패스트 패션 시장의 40%를 점유하면서 자라, H&M 같은 전통적인 SPA 브랜드를 압도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쉬인이 최대 패스트 패션 회사인 셈이다. 쉬인의 주력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60%이고 나머지는 중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가 차지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나 동남아시아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쉬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성공에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 환경의 기반을 활용한 온라인 전용 패스트 패션이라는 사업 모델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기반이기에 단기간 내에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쉬인의 등장이 미래 SPA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디텍스는 쉬인의 시장 공략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왔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1) 인디텍스는 사업의 핵심이 고객 경험 제공으로 보고 유럽 중심의 오프라인 SPA라는 강점에 집중해 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디텍스는 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매장 면적을 넓히고 새로운 공간 운영으로 점당 매출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집중해 왔다. 매장 수는 줄이고 매장당 매출을 올리는 전략에 집중한 결과 만족스러운 성과를 만들어 냈다.
2) 인디텍스는 온라인에서도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브랜드별로 브랜드 온라인 쇼핑몰 운영과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12조7000억원 수준의 온라인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쉬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이키에 이어 3위를 할 만큼 의미 있는 성과다. 2023년 기준 자라의 SNS 팔로워 수는 1억5800만명이고 1년간 누적 사이트 방문자 수는 47억7700만명으로 이는 매일 1300만명이 방문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디텍스의 온라인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브랜딩을 강화해 오프라인 점포당 매출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3) 인디텍스는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데 집중해 왔다. 쉬인이 내세운 초저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라는 가격 경쟁이 아닌 지속가능한 품질 경영과 브랜딩 전략에 집중했다. 이는 유니클로의 전략과 유사하다. 좋은 소재의 멋진 디자인을 대량 생산의 규모의 효과로 높은 가성비에 제공한다는 철학에 충실한 것이다. 따라서 자라를 비롯한 인디텍스는 소재를 고급화하고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한 디자인 품질로 충성 고객을 확보해 쉬인 등 초저가 브랜드에 대응하고자 했다. 그 결과 인디텍스는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다.
쉬인과 같은 초저가 및 초스피드 전략은 오히려 자충수에 빠져서 처음의 반응만큼 고객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디텍스가 초저가로 맞대응해 가격 경쟁으로 대응하지 않고 품질 기반의 브랜딩 구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매우 옳은 선택이다.
ESG 경영에 대한 도전과 인디텍스 대응 전략
지구 온난화와 기후 문제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패션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문제는 초저가 대량 생산으로 한 번 입고 버리는 의류 소비 패턴을 만들어온 SPA 사업방식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의류 쓰레기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SPA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인디텍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2011년 ESG 경영을 선언하고 ‘지속가능 보고서’를 매년 발간해 ESG 경영에 대한 KPI를 설정하고 목표를 정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실행해 왔다. 인디텍스는 2019년 ‘2020년 지속가능 전략’을 발표하면서 ESG 전략 목표를 구체화했는데 2025년까지 100% 지속가능한 면과 리넨 사용, 2040년까지 넷제로(Net Zero /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순배출을 제로로 만든다는 것) 달성 등 야심 찬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환경 문제에 대해 ①Join Life : 유기농 면,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텐셀 등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Join Life’ 라벨을 부착해 소비자의 의식 있는 소비를 유도한다. ②Green to Pack : 온라인 주문을 포함해 모든 쇼핑백에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 포장재와 재사용 가능한 면 소재 쇼핑백을 사용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 ③Closing the Loop : 2023년까지 모든 매장에 의류 수거함을 비치해 의류 폐기물을 수거하고 이를 재활용하거나 신제품 생산에 활용한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①공급망 노동 환경 개선 ②공급망 노동자를 위한 교육 지원 ③여성과 소녀들의 교육, 건강, 정의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 전개 ④장애인의 직업훈련과 고용촉진 등을 지원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①Code of Conduct(행동 강령) : 임직원들의 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교육해 투명하고 깨끗한 직장이 되도록 노력한다. ②Whistleblower Channel : 내부고발 채널을 운영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한다. ③이사회 다양성 확보 :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이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유지한다.
최근에 자라는 중고의류 플랫폼인 ‘Zara Pre-Owned’ 플랫폼을 론칭해 순환경제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영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 유럽 14개국에서 실행하고 있다. 아직 성과를 평가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언론에서 혁신적인 순환경제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수선 서비스 : 옷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고객의 의류를 수선하는 서비스 제공
2) 개인 간 판매 : 고객이 입지 않는 옷을 다른 고객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제공
3) 기부 :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기부하도록 돕고, 기부한 의류는 자선단체에 전달하는 프로그램
맺는말
인디텍스를 통해 기업이 새로운 환경 변화로 도전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1) 비즈니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가 오면 위기만 크게 보고 고객을 간과하기가 쉽다. 그러나 위기가 올수록 사업의 본질인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인디텍스는 그것이 ‘고객의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 경험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했다. 그 결과 환경의 변화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2) 플랫폼 비즈니스 경영의 핵심은 ‘운영 효율(Operational Efficiency)’이다.
플랫폼은 큰 규모의 자산을 투자한 사업 모델이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레버지리가 큰데 그 레버리지의 핵심은 운영 효율이다. 플랫폼이 망하는 것은 결국 운영 효율에 실패했을 때다. 유사한 SPA 사업 모델 기업 간에도 성과 차이가 큰 것은 운영 효율의 문제 때문이다. 운영 효율이란 기획부터 소싱, 판매, 판매 후 고객관리까지 전체 벨류체인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가장 효과적이고 단순하고 빠르게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 효율을 위해서는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이 핵심이다.
3) 결국은 브랜딩이 답이다.
브랜딩이란 고객에게 지속가능한 혁신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다. 브랜딩은 단순히 마케팅이나 홍보의 문제가 아니다. 브랜딩은 사업의 핵심인 지속적인 상품 혁신, 공간 혁신, 서비스 혁신 등을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냄으로써 고객의 인정을 받을 때 생겨나는 자산이다. 인디텍스는 쉬인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브랜딩을 강화하는 전략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고객들의 마음을 지킬 수 있었고 더 강화할 수 있었다.
한국의 SPA 브랜드들도 외형 매출 증대 이전에 비즈니스 본질에 집중한다면 쉬인과 같은 위협적인 경쟁자가 등장해도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필요를 객관적으로 듣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영자의 의지와 내부 시스템이 준비돼야 한다.
이전 기사
[인디텍스그룹 ➊] ESG와 쉬인 두 가지 도전에 정면 대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