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텍스그룹 ➊] ESG와 쉬인 두 가지 도전에 정면 대응
포브스지에 따르면 자라(ZARA)로 대표되는 스페인 인디텍스(INDITEX)그룹의 회장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는 2023년 기준 스페인 최고의 부자이며 세계 13번째 부자라고 한다. 인디텍스는 마드리드 증권시장에서 2024년 7월 현재 시가총액이 1400억유로(약 210조원)로 1위다. 스페인에서 시작한 작은 패션기업이 한 국가의 최고 기업이 되고 세계 13위의 부자가 된 사실은 많은 패션 기업들에 자부심과 희망을 준다.
인디텍스의 SPA라는 패스트패션 사업 모델은 두 가지의 심각한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하나는 ESG 경영 트렌드이고, 다른 하나는 쉬인(SHEIN)으로 대표되는 중국발 온라인 기반 초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도전이다. 전자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관점에서 SPA 사업 모델이 불필요한 소비를 자극해 의류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대한 도전이고, 후자는 최근 단기간 내에 온라인 의류 시장을 휩쓸고 있는 쉬인으로 대표되는 파괴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공격에서 전통적인 SPA가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도전이다. 이에 대해 최근의 인디텍스의 경영 성과를 분석해 보고 그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인디텍스 역사 소개
인디텍스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 1963년 창업한 스페인 패션 회사다. 오르테가 회장은 13세에 봉제 공장에 취직해서 의류 제조를 배운 후 그 기술로 누나 집에서 당시 가장 유행하는 기본적인 스타일의 옷을 만들어서 팔아 자본을 축적한 후 1963년 공장을 세워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1975년 39세 되던 해에 본인이 생산한 물건을 ‘Zara’라는 매장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업자가 소매까지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84년 ‘조세 마리아 카스텔라노’라는 IT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기존의 6개월 납기를 2주로 줄인 현재의 SPA 패션 사업 모델을 만들게 된다.
새로운 사업 모델로 성공을 확신한 오르테가 회장은 1985년 회사를 인디텍스로 모두 통폐합하고 본격적으로 사업확장을 시작한다. 자라 단일 브랜드로 스페인에서 단숨에 80개 매장을 오픈하고 포르투갈, 미국, 프랑스로 진출해 글로벌 성공 모델을 만든다. 이후 1991년부터 신규 브랜드 발굴에 나선다. 시장을 세분해 캐주얼 시장의 풀앤베어(Pull&Bear), 고급 브랜드 마시모두띠(Massimo Dutti),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버시카(Bershka),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란제리의 오이소(Oysho) 등을 연달아 오픈하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현재 인디텍스는 7개 브랜드로, 약 90개국에 57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2023년 매출 359억유로(약 54조원), 순이익 54억유로(약 8조원)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직원은 16만명이 넘는다.
인디텍스의 지배구조
인디텍스는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가 2001년 기업 공개 후 지분 26%를 매각했고, 2023년 말 현재 오르테가 가족회사가 64.35%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1997년부터 전문가를 CEO로 임명해서 경영해 왔다. 1997년에는 전산 전문가인 호세 마리아 카스테야노(Jose Maria Castellano)를 CEO로 임명해 SPA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고 2011년에는 외부 경영 전문가인 파블로 이슬라(Pablo Isla)를 영입해 2년 동안 세계 최대의 패션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기간에 파블로 이슬라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면서 현재의 2주 공급 시스템, 스페인 주변의 생산 생태계 구축, 물류 인프라 구축, 매장 반응 생산 시스템 구축 등 극도의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그 결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서 세계 최고 CEO로 선정되기도 했다.
2대 회장인 파블로 이슬라가 2021년 말 그만두면서 15년 동안 회사 직원으로 근무해 왔던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딸인 마르타 오르테가(Marta Ortega)가 2022년 4월 3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가업 승계가 이뤄졌다. 세계 최대 패션 기업이 가업 승계되는 것을 주식시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게 평가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본 시장의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르타 오르테가 회장은 기존의 전문가 중심의 지배구조 모델을 약속하고 전문 CEO로 오스카 가르시아 마세이라스(Oscar Garcia Maceiras)를 임명했으며 경험이 많은 임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경영 위원회를 만들어서 실제적인 중요 의사 결정기구 역할을 맡겼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수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의한 것임을 감안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인디텍스의 경영 성과 분석
인디텍스는 2023년 약 54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2020년 30조원으로 하락한 이후 다음 해 바로 매출을 회복해서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 오고 있다. 외형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2023년 10조원이 넘는 이익으로 매년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안정적인 성과는 실제로 외부 변수가 많은 패션시장에서 쉽지 않은 실적이다. 최근 온라인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라고 하는 쉬인 등의 등장에도 거의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성과다.
인디텍스의 영업이익률도 2020년 7.4%를 제외하면 15~19%로 우상향의 안정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수익구조 관리가 매우 철저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매출 성장 부문에서 인디텍스는 8개 사업부를 세팅한 이후 신규 브랜드 론칭이나 인수를 하지 않고 기존의 8개 브랜드의 글로벌화와 점당 효율 증가만으로 성장해 온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즉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데 세상이 매우 넓다는 점을 보여줬다.
브랜드별 매출 구성을 보면 성장의 가장 주도적인 역할은 ‘자라(자라홈 포함)’ 브랜드였다. 2023년 자라 매출만으로 39조원을 달성했다. 자라는 2020년부터 3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22.6%를 이룩했다. 인디텍스 내 비중도 2018년 69%에서 2023년 73%로 증가했다. 강력한 브랜드가 더욱더 강력해진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브랜드 간 부침 없이 모든 브랜드가 성장한 것은 브랜드 관리 시스템과 역량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성과가 가능할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은 사업 모델과 시스템의 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채널별 매출을 살펴보면 온라인과 매장 매출 모두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온라인의 경우에는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급성장해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22% 성장했다. 다만 최근 3년간은 연평균 9% 성장했다. 반대로 매장 매출은 2020년 큰 폭으로 하락했기에 5년간 3.6% 성장한 셈이지만 최근 3년간은 무려 25.6%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즉 최근의 매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부문은 온라인도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매장 수는 감소하고 점당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7490개인 매장을 2023년 5692개로 1798개나 줄였다. 무려 24%나 줄인 셈이다. 5년 동안 매년 5.3%씩 줄여가고 있다. 반대로 매장당 연매출은 2018년 46억원 이던 매장이 2023년 72억원으로 무려 56.5%나 증가했다. 5년간 매년 연평균 9.5% 성장한 것이고 최근 3년간은 매년 33.5% 성장한 것이다. 점당 매출 33.5% 성장은 경이로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점당 매출이 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매장 평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8년 201평이었던 평균 매장 평수는 2023년 243평으로 21%나 늘어났다. 매년 연평균 3.9% 늘어난 셈이다. 종합하면 부진한 매장을 줄이고 매장을 대형화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전략은 온라인으로 고객이 옮아가고 있는 미래에 패션 기업의 영업전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매우 좋은 사례다.
인디텍스는 온라인 매출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해서 2023년 온라인에서만 약 12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23.5%에 육박한다. 2023년 자라 브랜드의 SNS 팔로워 수는 1억5800만명이다. 비교되는 쉬인의 앱 다운로드 수인 2억3800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규모의 온라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인디텍스의 2023년 기준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모국인 스페인이 14.8%, 기타 유럽이 48.7%로 유럽이 63.5%를 차지한다. 글로벌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역 내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이 19.6%, 아시아 대륙이 16.9%를 차지한다. 유니클로의 지역별 매출은 일본이 32.2%, 중국이 22.4%, 기타 아시아가 16.3%로 아시아가 70.9%를 차지한다. 글로벌 브랜드일지라도 지역 내 시장부터 우선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디텍스의 수익구조 분석
2023년과 2022년 인디텍스의 수익구조틀은 아래와 같다. 매출 원가율은 42.2%로 보통 우리나라 브랜드들과 유사한 마진 구조다. 그러나 우리나라 브랜드와 판관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판관비 중 공간비용(임차료 + 감가상각)이 11~12% 내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백화점 등 수수료 25~35%와 비교하면 10% 이상 차이가 난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이 18.9%라는 엄청난 수익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공간 비용 11~12%는 온라인의 오픈마켓 입점 수수료 10~15%, 종합몰 입점 수수료 15~25%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으며 물류비 등은 무신사 같은 온라인 패션 전문몰 입점 수수료인 28~35%와 비교하면 오히려 압도적인 경쟁력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자라와 같은 SPA 브랜드의 경쟁력이 온라인 플랫폼이나 온라인 전문 브랜드와 비교해도 여전히 경쟁우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디텍스의 브랜드별 손익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모든 브랜드의 이익률이 유사하다. 2022년 성과를 보면 브랜드별 차이가 있지만 대표 브랜드 자라의 수익구조와 유사한 수익구조를 갖도록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이 곧 시스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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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텍스그룹 ➋] 승부수는 고객경험 · 운영효율 · 브랜딩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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