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하우스 세정] 레거시 기업의 화려한 변신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4.08.01 ∙ 조회수 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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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닛이 세정에서 하는 거야?’ 박이라 · 김다인 대표가 공동대표로 론칭한 다이닛은 패션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의외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세정 인하우스 브랜드는 아니지만, 박 사장이 직접 나서서 론칭했다는 사실은 세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획을 그었다. 


이 브랜드는 세정 50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소개됐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전한 박이라 사장의 야심찬 한 방이었다. 박 사장은 “세정 안에서는 할 수 없는 브랜드지만, 세정 밖에서 독립적으로 키우면서 세정이 혁신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정의 50주년은 히스토리보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나는 나의 혼을 제품에 심는다’라는 창립 이념으로 줄곧 성장해 온 박순호 회장의 철학과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박이라 사장의 비전은 신구의 조합으로서 ‘NEW 세정’의 개막을 알렸다. 


新舊의 조합, ‘NEW 세정’의 시작 알렸다


지난 1974년 ‘동춘섬유공업사’로 문을 연 세정은 첫 브랜드인 ‘인디안’을 론칭한 이후 국내 패션 산업을 이끌어 온 1세대 토종 패션 기업이다. 50년이 지난 현재는 8개 계열사 및 관계사에서 85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12개 브랜드를 전개하는 명실상부 국내 대표 패션 전문 유통 &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순호 회장은 “50년 전 부산시 거제리시장 내 132㎡(약 40평)짜리 상가에 사무실 겸 공장을 연 날이 기억에 생생한데, 어느덧 50주년을 맞아 감회가 새롭다”라며 “IMF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위기를 도전의 기회로 삼아 현재의 세정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 세계의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난 50년 동안 ‘혼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 온 그 정신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강조했다. 1946년생인 박 회장은 1962년 마산 부림시장 내 작은 옷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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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섬유 모태, ‘인디안’ 티셔츠 인기 여전 


1974년 설립한 세정의 모태인 동춘섬유공업사는 첫 브랜드로 ‘인디안’을 만들었다. 박 회장이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인디안 추장이 말을 타고 광야를 바라보는 책 표지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명으로 정했다. 인디안에서 출시한 티셔츠는 견고하고 이음매가 없어 뒤틀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박 회장은 계속해서 소재와 제품 개발에 매진했고 1985년 국내 최초의 니트용 실켓사를 개발해 이를 적용한 실켓 티셔츠가 스테디셀러로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인디안은 재래시장 톱 브랜드에 올랐고, 아이템을 늘려 바지 · 점퍼 · 스웨터 등으로 확대하면서 남성복의 구색을 갖추게 됐다. 


이후 도매상에서 소매상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1988년 가두 대리점 영업을 본격화하면서 세정이 패션기업으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인디안 대리점은 1년 만에 전국 140개점을 열었고, 매년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어가며 전성기를 열었다. 


가두 대리점 성공 신화, 현재도 점유율 1위


박 회장은 1991년 세정으로 사명을 바꾸고 패션·유통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했으며, 1995년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전문 대리점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 30여년간 유지하며 가두 대리점 1위 기업, 가장 많은 알짜 매장을 보유한 회사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세정은 2010년 이후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몰려오고, 대리점의 변화가 요구되던 시점인 2013년 인디안에서 새로운 유통 브랜드인 ‘웰메이드’로 혁신을 시도해 주목받았다. ‘국민의 옷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남성 타운 캐주얼 ‘인디안’과 이탈리안 슈트 & 캐주얼 ‘브루노바피’, 여성복 ‘데일리스트’. 패션잡화 ‘두아니’, 남성 라이프 캐주얼 ‘더레이블’ 등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를 위한 의류와 잡화를 선보였다. 


웰메이드는 현재 유통망 365개점을 확보하고 가두 상권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온 ·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 콘텐츠를 선보여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브랜드’ 이미지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탄탄한 브랜딩과 영업효율화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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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365개, 올리비아로렌 340개점 ‘탄탄’


이와 버금가는 브랜드로 2005년 론칭한 여성복 ‘올리비아로렌’을 빼놓을 수 없다. 남성복으로 성장한 세정이 여성복 시장에 도전하며 내놓은 브랜드로서 가두 상권을 중심으로 340개점을 전개하고 있다. 올리비아로렌은 여성 어덜트 브랜드의 시장 확장을 도모하며 현재 매출 파워 면에서 정상의 자리를 꿰찼다. 


여타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가격대는 높더라도 고급 소재와 디테일에 신경 쓰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함께 제안하면서 뉴 포티 층을 사로잡은 것이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올리비아로렌은 박 사장이 직접 상품기획 디렉터로 나서면서 한층 젊고 트렌디해졌으며, 기존에 올드한 느낌에서 벗어나 뉴 포티 층의 공감대를 형성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박 사장이 운영하는 ‘이라위크’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올리비아로렌을 활용한 패션 코디를 직접 보여주며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시즈널 트렌드로 반영하고, 포멀룩에서부터 캐주얼룩까지 다양한 상품 라인을 전개해 모임, 일상, 여행지 등 활용 범위를 넓히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K-주얼리 리더 ‘디디에두보’ 10년 지속 성장


박 사장이 주도해 2013년 론칭한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으며, 10년간 브레이크 없이 지속 성장한 브랜드로서 관심을 모았다. 대리점 브랜드로 성장한 세정은 디디에두보를 앞세워 백화점에 본격 진출했으며, 현재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홍콩 등 해외로 진출했으며, 글로벌 온라인몰을 운영하며 전 세계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구매 고객의 약 85%가 2030세대로서 커플링 매출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기존의 세정 브랜드들이 4050세대를 대상으로 한 것과 확실히 차별화되며 디디에두보의 성과는 세정의 신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남성복 ‘트레몰로’는 가성비 브랜드로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배우 박성훈을 모델로 선정해 ‘온타임 & 오프타임’을 주제로 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있다.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온타임 착장은 심플하고 깔끔한 비즈니스룩을, 취미생활을 즐기는 오프타임 착장은 편안한 캐주얼룩을 보여주며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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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 직속 WMC, 2030세대 팀원 중심 차별화 


지난해 론칭한 ‘더레이블’은 브루노바피에서 파생된 새로운 라이프 캐주얼웨어로 3040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모던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에 후드, 맨투맨, 니트부터 셔츠형 재킷과 롱다운 등 아우터까지 다양한 캐주얼룩을 선보인다. 트렌디한 감각과 실용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3040세대 남성에게 편안하고 세련된 ‘라이프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사내 벤처 브랜드로 출범한 ‘WMC’는 영 마인드의 2035세대 남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서 초창기에는 웰메이드 사업 내 온라인 전용 브랜드 ‘웰메이드컴’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일자 본격적으로 사업부를 분리하고 브랜드명을 ‘WMC’로 변경해 외형을 확장하는 중이다. 


온라인에 익숙한 2030세대 팀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세정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국내에 생산지를 두고 생산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앞당겨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그 결과 WMC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탄탄 티셔츠’는 전년대비 40%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현재 자사몰과 무신사․29CM․코오롱몰 등에 입점했다.  


다이닛, 새로운 로드맵 완성할 브랜드로 


사내 벤처 브랜드는 박 사장 직속 부서로서 애자일 조직체계를 갖췄다. 기존사업부는 기획 · 디자인 · 생산 · 마케팅 · 영업 · 영업MD · 영업지원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데 반해 이 부서는 제품 생산에서 진행까지 의사결정이 빠르고 제품 입고 후 가격결정까지 WMC 내부에서 이뤄지는 등 스피드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2019년 인수한 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는 집꾸미기에 관심이 높은 요즘 시대에 맞춰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로 운영하는 만큼 MZ세대들 겨냥한 마케팅 활동과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로 홈 인테리어 용품을 다양하게 판매하며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 2월 베일을 벗은 다이닛은 론칭 한 달 만에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등 현재 패션 마켓에서 ‘핫’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다이닛은 브랜드 디렉터인 김다인 대표가 상품 전반을 이끌어가고 박 사장은 경영 실무를 지원하면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두 사람의 장점이 적절하게 믹싱돼 있다. 


다이닛은 론칭 첫해인 올해 100억원을 매출을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 오프라인 플래그십스토어 오픈과 글로벌 패션 마켓 진출이라는 단계적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전한다. 50년간 한결같은 기업으로 매스마켓을 평정한 세정이 다이닛 같은 새로운 브랜드들로 그려낸 로드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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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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