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임원 인사 완료, 2024 주요 키워드는?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은 60대 대표 8명을 포함한 계열사 대표 14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발표하며 젊은 리더십을 강조하는 특징을 보였다. 인사에 앞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한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미리 조직 경량화를 만든 상태라 빠르게 쇄신을 위해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패션 부문과 관련이 있는 유통에 한해서는 △ 안정 속 변화 및 쇄신 △외부 전문가 강화 △내년 '고객 중심 가치' 강조 △미래 먹거리 창출에 방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경쟁사 대비 실적 개선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대표적인 인사를 살펴보면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HQ 총괄 대표 겸 부회장은 유임,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롯데그룹 유통군이 영입한 첫 외부출신 CEO로 롯데의 순혈주의를 깬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한국P&G 대표 및 동남아시아 총괄 사장, 미국P&G 신규 사업부사장, 홈플러스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롯데 유통군의 체질 개선과 함께 영국 리테일 '오카도'와의 제휴를 따 내는 등 굵직한 미래 사업을 제시했다.
경쟁사 대비 선방한 롯데, 내년 '쇼핑1번지' 복귀 예고
특히 2026년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고 현재 핵심상권 마켓 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e커머스 사업 최적화&오카도 제휴, 부진 사업부 재도약,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 전환이라는 핵심 6가지 실행 과제를 가지고 움직이는 중이다.
정준호 사장 역시 롯데 순혈주의를 깬 외부 인사 중 한 명이다. 1987년부터 30년간 활약한 '신세계 해외패션 전문가'로, 지난 2019년 롯데GFR 대표를 맡으며 롯데에 입성했다. 2022년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로 발탁돼 '혁신'과 '고급화'를 강조하며 백화점 시장이 어려운 지난해 3조 매출 회복 성공, 성과 중심 조직 재구성, 주요 점포 프리미엄 리뉴얼 성공 및 명품 브랜드 강화 등의 성과를 냈다. 특히 2030 소비자를 유입시키는데 성공한 롯데월드몰점 활용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통사들 중 가장 먼저 신년 인사를 발표한 신세계그룹(회장 이명희)은 지난 9월, 이명희 회장 주도로 계열사 사장단의 40%를 교체하며 △실적 위기에 대한 신상필벌 기조를 강화했다. 주력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모두 실적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전략실 수장을 8년만에 교체하고 조직을 개편한 후, 조직 및 시스템, 업무방식 뿐 아니라 인사 체계까지 새롭게 검토하라는 강도 높은 혁신 단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신세계맨' 전진배치와 동시에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겸직 대표를 다수 선임하며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과 △ 온-오프라인 실적 개선을 핵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상필벌 신세계, 조직~시스템 등 강도 높은 혁신 단행 주문
주요 유통 부문 인사를 살펴보면 '탁월한 전략 관리자'로 주목받은 한채양 이마트 대표와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 겸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있다. 한채양 대표는 2009년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 기획담당 상무를 맡으며 주목받은 인물로 2015년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사장보를, 2019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까지 오프라인 유통사업군을 촐괄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비핵심 투자를 축소하고 실적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형 대표는 1985년 신세계 인사과에 입사해 1991년 경영기획실에 들어가 이마트 전략경영본부장 부사장, 신세계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대표적인 '신세계맨' 중 하나다. 2016년부터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맡았고, 내년부터는 백화점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그는 백화점 신규 영업 전략과 함께 백화점과 센트럴시티 시너지를 과제로 안고 있다. 신규 점포 개장, 기존점 리뉴얼 집중, 경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은 지난달 초 총 40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폭은 지난해에 비해 축소했으나 지주회사 공식 전환과 함께 △기존 3인 대표 체제에서 2인 대표 체제로 경영 집중도를 높이고 △주요 계열사 신임 대표를 내부 전문가에게 맡김으로써 안정적인 변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룹 전체 대표가 기존 정지선, 김형종, 장호진 3인 체제에서 그룹 오너 정지선 회장과 전문경영인 정지영 사장 2인 대표 체계로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현대, 지주회사 공식 전환...경영 집중도·내부 전문가 강화
정 회장과 함께 그룹 대표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정지영 대표는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32년차 '현대맨'이자 영업 및 전략 전문가다. 2015년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실장 상무를 거져 2018년 전무 역임 후 올해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더현대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마케팅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홈쇼핑을 맡은 한광영 부사장도 1991년부터 '현대백화점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현대홈쇼핑 Hmall 사업부장 상무, 생활사업부장 상무를 거쳐 영업본부장 전무를 역임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토털 인테리어 기업인 현대L&C도 28년 '현대백화점맨' 정백재 전무에게 대표를 맡겼다.
'명품관'으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대표 김영훈)는 지난 10월 새로 취임한 김영훈 대표와 함께 이번 신년 인사에서는 오민우 파이브가이즈 대표와 김재환 한화갤러리아패션부문장 등 신임 임원 2명의 승진 인사, 백화점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등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명품 수요가 시들해지면서 압구정 명품관의 1~10월 누적 매출이 전년대비 8% 줄어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강남권 경쟁사들의 실적과 대비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넘버원 프리미엄 콘텐츠' & 랜드마크 마케팅 강조
김영훈 대표는 1966년생으로 한화갤러리아 기획실장을 시작으로 타임월드 사업장 점장에 이어 2022년 11월 한화갤러리아 전략기획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지난 10월 대표이사를 맡아 현재 '넘버원 프리미엄 콘텐츠 프로듀서'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전점을 지역 랜드마크로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강점인 VIP 타깃 콘텐츠 강화와 함께 경쟁력 있는 신규 브랜드 유치와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며, 올해 큰 화제를 모은 '파이브가이즈' 등 미래 먹거리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대비 줄었으나 에프지코리아(대표 오민우)에서 운영 중인 파이브가이즈로는 큰 성과를 거둬 신사업 역량을 더욱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호점인 강남점만 운영한 파이브가이즈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5억8000만원으로, 일평균매출 4300만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백화점은 실적이 좋지 않다. 최근 더현대서울이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며 신규 고객 유입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갤러리아의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훈 대표의 새로운 비전에 맞춰 타임월드점은 충청권 최고 명품 백화점을 목표로 지역 랜드마크 마케팅을 강화하고, 대전 타임월드점은 지역 유일 롤렉스 매장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 4개 매장을 합친 규모로 초대형 롤렉스 매장을 조성하는 등 갤러리아만의 특장점을 강화한 MD 개편과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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