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일까?
한 친구가 그랬다.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봐. 누구랑 살아도 안 맞아.” 이 친구는 대학 동기와 1년을 학교 근처에서 같이 살았던 적이 있고 30대 초반에 ‘멋진 남자’와 결혼을 했고 3년 후 이혼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아.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그런 사람인지 몰랐어.” “연애 때는 안 그랬는데 결혼하니까 영 다른 사람이 되는 거 있지.” “회사에서 볼 때는 사람이 참 깔끔했는데 같이 살아보니 어찌나 지저분한지.” “화가 날 때면 입을 꾹 닫고 며칠이고 말을 안 해. 미치겠더라.” “친구들과 술자리 뭐 그리 잦은지. 그러려면 결혼을 왜 했는지 모르겠어.” 각각 다른 얘기들이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살아 보니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어.’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희한하게 보고 싶은 것만 보일 때가 있다. 제3자의 눈에는 명확하게 보이는 그 사람의 단점이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이 말해줘도 귀가 먹는다. 도파민 때문이다,
사람이 좋아지면 원래 그렇다는 둥 이론도 많고 낭설도 많다. 그런데 상대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온전히 이성적인 사고가 안 되는 시간들이 우리의 일생에 아주 자주 찾아오는 건 아니니 그냥 거기에 그대로 빠져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꼭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호감이 가고 마음에 들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 언제나 늘 아름답다. 그런데 이 만남이 진지해져서 결혼을 하고 같이 살게 되는 건 조금 다른 문제다.
같이 산다는 건 현실이다. 현실을 함께 공유하는 동안에 알게 되는 상대방의 모습은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상대에 대해 파악하는 건, 내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을 내 방식으로 이해하고 나머지, 아직 겪어보지 못하거나 보지 못한 부분은 상상으로 채우게 된다.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살다가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을 알게 된다는 건 내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 상상으로 채워 넣은 그 부분이 실제 상대의 모습과 달랐음을 알게 되는 과정인 듯하다. 이 때문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었어’는 ‘내가 그 당시, 알 수 없어서 상상으로 채워 넣었던 그 모습이 실제 그 사람과는 달랐어’라고 생각한다.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그 자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자리는 ‘나에 대해 알기’로 채워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과 같이 살아야 행복한 사람인지, 내가 견디기 힘들어 하는 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인지 등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야 한다.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꼭 필히 반드시 혼자 사는 게 인류의 평화를 위한 일인 사람들이 있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드물다. 누군가와 같이 살아본 후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봐”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과 살아야 잘 맞는 사람인지 충분히 생각을 못한 사람’일 수 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아.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그런 사람인지 몰랐어.” 우리가 몰랐던 건 ‘그 사람’이 아닐 수 있다.
■ 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Profile
- 현 Mahon Korea 대표
- 현 Golden Egg Enterprise 대표
- 동원그룹, LG전자, 한솔섬유 근무
- 스페인 IE Business School MBA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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