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그 누구도 누굴 함부로 대할 순 없다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3.07.13 ∙ 조회수 2,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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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패잡]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br> 그 누구도 누굴 함부로 대할 순 없다 3-Image



계절이 바뀔 때만 되면 나의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tvN, 2018)’를 재방송해 주는 채널이 있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또 보게 됐다. 파견직 사원인 이지안(아이유)이 임원 진급 심사위원회에 불려 가서 박동훈 부장(이선균)을 검증하기 위한 부정적 질문에 대답하는 장면이었다.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시키는 직장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회식 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을 박동훈 부장님께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룹의 사업조정으로 관계사에서 넘어온 신규사업의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회사에서 해외비즈니스만 오랫동안 일해온 나를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그 신규 사업의 성공 여부가 그룹 내 우리 회사의 신뢰와 관련된 중차대한 업무였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기대와 입장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나는 생소한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신규사업부를 맡을 수밖에 없었고 국내 사업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빠른 업무 파악과 매일 벌어지는 사고 수습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었다. 아내에게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해서 점심때면 내 방에서 혼자 차가운 도시락을 먹었다. 몇 개월 후엔 밑반찬을 몇 가지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두고 편의점에서 햇반을 사서 데워 먹었다. 그 이유는 빨리 밥을 먹고 난 후 점심시간만이라도 혼자 조용히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 방문을 열고 나와 모두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무실을 가로질러 햇반을 사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곤 했다. 가끔은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아 일을 하고 있던 단기 파견 여직원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었다. 아마도 업무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는지 사십 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나는 그때 두어 번 웃는 얼굴로 “점심 안 드세요?” 또는 “편의점에 햇반 사러 가는데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사다 드릴까요?”라고 말했었다.

두어 달이 지난 후 외근을 마치고 오후 늦게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책상 위에 조그만 박하사탕이 든 동그란 케이스와 메모 쪽지가 놓여 있었다. 메모의 내용은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둡니다. 제가 지금껏 살면서 본 남자 중에 최고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무개 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땐 왜 그런 메모를 남겼는지 깊이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런가 보다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시 보게 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 이지안이 앞서 말했던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메모는 어쩌면 나도 괜찮은 어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누구도 누굴 함부로 대할 순 없다. 언젠가 불가에서 배웠던 무재칠시 중 화안시와 언시를 실천한 게 아닌가 싶다. ‘무재칠시 (無財七施)’, 말 그대로 ‘재물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를 말한다. 화안시(和顔施), 언시(言施), 심시(心施), 안시(眼施), 신시(身施), 좌시(座施), 찰시(察施)를 일컫는다. 이 일곱 가지를 생활에서 몸소 행하고 습관이 되면 행운이 따른다고 하니 실천에 옮겨보자. 당장!



■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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