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패션가 임원들의 폭언 논란…결국 결별행

강지수 기자 (kangji@fashionbiz.co.kr)|23.06.05 ∙ 조회수 9,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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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유명 패션 기업에서 물러난 몇 명의 임원이 사실상 폭언 때문에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분야의 베테랑 임원으로 알려졌던 인물이 회사에서 물러나 이목을 끌었는데, 그 배경이 파트너사 혹은 부하 직원들의 해당 임원에 대한 빗발친 항의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유명 패션 기업 A사는 근래 대표가 직접 나서 디자인 총괄 L씨를 해고했다. L씨는 해당 기업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인물로, 디자이너 성향이 강한 대표와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다.

평소 ‘L이사에게 잘못 보이면 회사 못 다닌다’는 말이 돌 정도로 기업에서의 파워와 신임을 지닌 인물이었다. 하지만 부하 직원들에 대한 부당 대우와 폭언이 이어지자, 부하 직원들이 L이사의 말을 녹취해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L이사의 평소 언행이 다소 거칠다는 걸 인지했으나 문제 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녹취록 등을 통해 L이사의 언행이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 결국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이별 수순을 밟았다. L이사는 평소 근무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해당 기업에서 오랜 시간 리더로 활약하며 헌신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다’는 의견과 ‘인과응보’라는 반응을 동시에 일으켰다.

파트너사 & 부하직원 항의로 문제 수면 위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스포츠 중견 기업 B사 또한 근래 마케팅팀을 이끌었던 총괄 이사 C씨를 대표가 직접 나서 해고했다. 함께 일하는 글로벌 파트너사에서 C씨의 거친 성격을 문제삼으며 “그녀와는 일을 못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B사 대표는 고민 끝에 파트너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C씨와는 결별했다.

C씨는 전문적이고 실행력있는 마케팅으로 B사의 드라마틱한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해당 기업의 전 브랜드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스포츠 마케팅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거친 명령조 말투와 앞 뒤 가리지 않는 불같은 성격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가 한 번도 수면 위로 올라온 적은 없었기에 C씨의 퇴임은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과거 C씨의 부하 직원으로 입사한 적이 있는 한 마케터는 “나는 이제껏 일을 하며 C씨처럼 소통하는 리더를 본 적이 없다. 업무 능력은 인정하나, 인간적인 교류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어 입사하고 한 달 만에 퇴사했다”고 회상했다.

과거엔 당연…현재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초래

위 두 임원의 퇴사는 감정적인 명령과 거친 표현 방식이 이제 조직 내에서 용납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여럿이 불편하게 느낄 만한 언행이 지속돼도 오랜 시간 티가 나지 않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 규모에 상관 없이 패션 기업 내 폭언 논란은 항상 있었다. 국내 패션 마켓을 이끌고 있는 유명 대기업 C사조차 대표가 폭언으로 유명하다. ‘훌륭하고 배울 게 많을 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평소 툭하면 욕과 폭언을 일삼아 그의 말을 녹취하는 임원도 존재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폭언이었기에 수면위로 문제가 올라온 적은 없었다. 회사 내 폭언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원래 폭언하는 상사는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과거와 달리 이제 패션기업은 폭언에 관대하지 않다. 대다수의 실무자인 MZ세대가 폭언에 관대하지 않고, 옳고 그름의 문제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이제 업무 역량 못지 않게 지적과 폭언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중요해졌다. 지금 이 시대가 허용하는 표현과 소통 방식의 범위를 알고, 그 안에서 소통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패션비즈=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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