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패션 협찬과 헤어질 or 협박할 결심?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3.02.03 ∙ 조회수 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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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업을 막론하고 화려한 무대 전면에 나서는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그 뒤편에서 주인공의 성공을 위해 자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일꾼이 있기 마련이다. 패션산업도 마찬가지! 화려함으로만 따져 둘째가라면 서러운 패션산업이기에 스포트라이트 없는 곳에서 패션산업을 지탱하는 프로페셔널의 역할이 더 빛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패션홍보대행사의 빛과 소금 같은 공헌이 아닐까?

패션사업체마다 자체적인 홍보와 광고 기능이 있겠지만, 요즘처럼 SNS를 포함한 바이럴 전략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대행사가 의상, 소품의 협찬을 통해 펼치는 홍보가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협찬의 큰 걸림돌이 등장했으니….

전통 매체 광고를 제외한 분야에서 홍보대행사는 패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노출하고 알려야 한다. ‘패션 PR매니저’는 기업/브랜드의 이미지와 패션 아이템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수시로 찾아오는 위기 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및 상황 대처능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의상, 소품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를 갖고 있는 연예인들이나 제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협찬”이 등장한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속에 등장하는 간접 광고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 사이버상 노출이 제품 홍보에 있어 큰 흐름이 됐다. 협찬이 포함된 콘텐츠를 송출해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려는 방송사에게도 협찬은 필수품이다. 방송콘텐츠에서 제품을 접하는 소비자에게도 이와 같이 자연스러운 협찬 방식은 모든 콘텐츠 관계자들을 이롭게 하는 유용한 시스템이다. 결국 협찬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는 “상생”의 결과물인 것이다.

협찬과 관련해 방송사업자들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면, 이러한 선순환 생태계가 깨질까 우려된다. 대행사는 홍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협업하는 파워블로거를 통해 블로그 등에 협찬품이 포함된 방송저작물을 캡처해 올리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블로그의 방송영상 이미지에 생생하게 표현된 협찬 제품을 접하는 것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방송을 필두로 방송사업자들은 저작권법 86조에 따른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방송캡처본을 사용한 블로거와 대행사에게 저작권 침해에 따른 책임을 묻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내고 있고, 심지어 몇몇 블로거 및 대행사를 상대로 형사고소까지 진행하면서 합의금을 받아내려 한다.

저작권법상 법리만 따진다면, 방송사업자의 방송영상 이미지를 대행사와 블로거가 이용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조금 더 들여다보겠다.

연예인과 대행사 사이의 협찬계약에서 패션 협찬의 대가로 대행사는 해당 사진, 영상을 광고/홍보를 위한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권한을 부여 받는다. 대행사의 방송저작물 활용은 협찬의 첫 단계부터 예정된 것이다. 대행사와 방송사 사이의 계약 또는 이용허락 관계가 없다는 허점을 파고들어 방송사는 대행사를 저작권 침해로 협박하는 형국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온당할까? 방송사가 모든 협찬을 PPL처럼 비용을 받으려고 든다면 연예인에 대한 패션 협찬은 이뤄질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방송저작물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패자가 된다. 연예인은 일일이 돈을 주고 패션제품을 구입해야 하며, 방송사 입장에서는 방송저작물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잠재적인 광고주도 잃고, 판권 해외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패션브랜드는 효율적 홍보수단을 박탈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협찬 때문에 K-콘텐츠와 K-패션의 날개가 꺾일 수 없다. 협찬할 결심과 협박할 결심 사이에서 연예매지니먼트협회, 방송사, 패션브랜드/대행사가 협업해야 한다. 헤어질 결심 대신에….


■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협회 법률자문
-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 국립극단 이사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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