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문화계 소통: ‘이자람’이라는 이름의 장르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3.01.09 ∙ 조회수 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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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br> 문화계 소통: ‘이자람’이라는 이름의 장르 3-Image



역삼동에 있던 LG 아트센터 서울이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 재개관을 했다. 작년 7월, 재개관 기념 공연 중에 소리꾼 이자람의 공연 예매 공지를 접했다. 그 후 꼬박 5개월을 기다렸다. 5개월 이상 전에 예매한 티켓을 들고 공연을 보러 간 건 다니엘 바렌보임의 도쿄 산토리홀 음악회 외에는 처음인 듯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지난달 12월 공연을 보러 갔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손에 그저 부채 하나 들었을 뿐인데 그 부채는 고기도 되었다가 숟가락도 되었다가 낚싯줄도 되었다가 칼도 되었다. 소리도 소리지만 몸은 또 얼마나 잘 쓰는지, 어깨도 연기를 하고 손가락도 연기를 하고 심지어 팔꿈치도 몹시 잘 거든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소설을 바탕으로 이자람이 직접 쓴 판소리다. 누구나 알만한 고전으로 판소리를? 참 대담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연도 역시 무대는 아주 단출했다. 이자람의 판소리 무대는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무대를 아주 단순하게 준비하고 무대의 여백 위에 소리로 그림을 그려서 관객에게 보여준다.

‘노인과 바다’의 판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이자람 뒤 무대 배경에 바다도 보이고 청새치도 보이고 바닷가 마을도 보이는 것만 같았다. 소리꾼 이자람의 공연은 판소리가 아니라 ‘이자람’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장르다. 이자람은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이수자다. 10살에 판소리를 처음 접한 후 1990년 12살에 판소리에 정식으로 입문하여 1999년 ‘춘향가’ 최연소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억척가’라는 판소리 공연으로 LG 아트센터에서 3년 연속 전석 매진, 전회 기립 박수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밴드 보컬/기타리스트, 영화 음악 감독, 연극/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이다.

이자람은 무대 위에서 판소리로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아는 소리꾼이다. 매번 공연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자람은 공연 중간중간에 객석을 아주 유심히 본다. 관객과 눈을 자주 맞춘다. 내 느낌에는 관객의 눈빛과 표정까지 살펴보는 듯했다. 관객의 반응을 즉석에서 관찰하며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기도 하고 추임새를 유도하기도 하고 사이사이에 극의 흐름과 상관없는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나도 몇 번 눈이 마주친 적이 있는데 나와 단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눈빛 같아서 움찔 놀란 적도 있다. 여러 종류의 장단에 맞춰서 소리하랴 동작하랴 정신없을 텐데 그 와중에 어디서 그런 여유가 나오는 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작년에 출간된 이자람의 에세이 ‘오늘도 자람’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괜히 한번 더 말해두자면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나의 이름은 한국 판소리 역사에 아주 중요하게 남을 것이니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내 작품을 직접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나 이자람 공연 봤어! 나 이자람 살아 있을 때 객석에서 같이 추임새 했어!” 하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한국 판소리 역사의 살아 있는 전설, 이자람의 공연을 직접 본 사람이다.


■ profile
•현 Mahon Korea 대표
•현 Golden Egg Enterprise 대표
•동원그룹, LG전자, 한솔섬유 근무
•스페인 IE Business School MBA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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