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40% 나 홀로 성장
슬로패션 ‘아일로’ 5060 잡다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0.08.08 ∙ 조회수 22,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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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감성 시니어층을 사로잡은 아일로가 가두상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소재와 내추럴한 감성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과 한국의 고전미를 살린 인테리어, 그리고 프리미엄급 서비스로 차별화한 것이 성공 포인트다.
씨엔엘에프앤씨(대표 최석준)의 여성복 ‘아일로(A HILO)’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상사태에 돌입했던 올 상반기에도 전년대비 40%의 매출 신장세를 보여 더욱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가두상권을 뚫고 성장했기 때문에 그 비결이 궁금해진다.
아일로는 지난 2014년 내추럴한 소재와 컬러감, 편안한 착장의 디자인 등 슬로패션을 내걸고 론칭했다. 기존에 가두상권을 장악해 온 어덜트 여성복 브랜드들과 확실하게 차별점을 주면서 틈새 공략에 성공한 경우다. 현재 직영점 20개점과 대리점 35개 등 모두 55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70개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일로의 유통전략이라면 기존 어덜트 여성복 대리점을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상권을 개척해서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일로의 대리점 매출 상위 점포인 경주 불국사점은 불국사 근방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옷을 팔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외진 곳이지만, 이 매장에서 월 7000만~8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직영 20개 · 대리점 35개 전개, 연내 70개점
불국사점은 한옥 형태의 매장 건물과 인테리어 등이 아일로의 감성을 극대화해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바로 옆에는 불국사점 점주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호텔리어 출신인 점주의 아이디어와 프리미엄급 서비스, 고객관리 노하우 등이 뒷받침됐다고 한다.
아일로는 타깃층인 5060 중년층 여성들의 아지트를 만들어주는 공간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불국사점을 모델로 삼아 5060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여행지 · 카페골목 · 공연장 등을 공략해 나가겠다고 전한다.
상품 전체의 디렉팅을 맡고 있는 지경진 감사는 “아일로는 동양적인 컨템퍼러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여름엔 리넨, 겨울엔 울 · 캐시미어 등 고급스러운 천연소재를 주로 사용한다”며 “생산은 전량 국내 자가공장을 통해 이뤄지며 가격은 정직하게 책정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경주 직영점 1위, 월 1억2000만 ~ 2억원
리넨이나 울 등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소재가 많으며 100% 서울 독산동 자가공장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품질관리와 딜리버리 등에서 이점이 많다. 소재개발 업체인 진텍스와 자체 생산라인인 진어패럴을 별도법인으로 두고 함께 호흡해 나가고 있다.
씨엔엘에프앤씨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고 시작한 회사로서 론칭 초반부터 인프라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7년 정도 운영한 지금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 감사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준비기간만 10년 정도 걸렸다”면서 “패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배우면서 일하고 있으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우리의 마니아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디자인실장에 오즈세컨 출신의 이중명씨가 합류했다. 그동안 지 감사가 총괄 디렉터로서 활동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 실장이 상품 기획을 책임지고, 지 감사는 브랜딩에 좀 더 신경 쓸 예정이다. 현재 지 감사는 경주 직영점의 점주로서도 활약 중이다.
탄탄한 자본력 갖고 시작한 회사 ‘안정적’
흔치 않은 경우라는 질문에 그는 “필드를 알고 소비자 특성을 이해해야 더 좋은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면서 “주 3회는 서울에서 사무적인 일을 보고, 나머지는 경주 매장에서 소비자들과 만나 우리 브랜드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찾고 있다”라고 전했다.
직접 매장을 경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판매 기술을 대리점주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점주들의 역량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들도 직영점 못지않게 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서비스 정신을 갖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힘들어하던 지난 3월 지 감사는 경주 불국사 대리점주와 협의해 ‘케이터링 가든파티’를 기획했다. 파티는 매장 안이 아니라 야외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도록 해줬다.
가두매장만의 특성 살려 아지트로 만들었다
집에서 주로 생활하던 5060세대들은 야외 가든파티라는 이벤트 소식을 듣고 매장에 오기 시작했으며 불국사점은 3일 만에 6000만원의 매출을 내는 기록을 세웠다. 곧장 20개 직영매장은 비슷한 콘셉트의 케이터링 가든파티를 기획했고, 전 매장 목표에 상응하는 매출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대리점들은 원하는 점주에 한해서 본사 지원으로 이뤄졌다.
지 감사는 “직원들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는 하지 말자고 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움츠러들지 말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자고 설득했다”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지 말고 야외에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길 수 있게끔 해주고, 매장은 철저한 방역과 위생관리로 필요한 사람들만 방문해서 상품을 볼 수 있게 제한하자 대리점주들도 동의해서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아일로는 가두상권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필요에 따라 몇몇 매장만 입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매출 목표를 높게 잡지 않고 내실경영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소재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부분에 더 많이 투자할 계획이다.
롱런하는 브랜드의 특징을 학습해서 아일로 또한 그 길을 따라 성공적인 궤도에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밀려 가두상권의 경쟁력이 축소됐다는 요즘 아일로는 오히려 가두상권의 틈새를 공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브랜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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