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패션잡화 글로벌로 점프!
‘네타포르테’ ‘셀프리지’ ‘바니스’…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국내 디자이너 핸드백이 맹활약 중이다. 패션잡화가 패션마켓의 블루칩으로 떠오름에 따라 이러한 디자이너 핸드백 붐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서 유명 해외 브랜드와 겨루는 국내 디자이너 패션잡화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다. 소수의 국내 디자이너 패션잡화 브랜드가 글로벌에서 상품력으로 인정받으며 유명 톱 백화점부터 편집숍, 온라인까지 세계의 패셔니스타들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뚜렷한 콘셉트와 세련된 이미지로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와 같은 섹션에서 견주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했다.
‘마지셔우드’는 지난해 바니스 등의 유명 백화점 15개점에 입점했는데, 올해 미국 온라인 편집숍 ‘샵밥’과 같은 큰 숍에 입점하면서 2019 F/W 오더가 3배나 늘었고, 자연스레 매출도 작년 대비 2.5배로 뛰었다. ‘구드’는 지난해 네타포르테에 이례적으로 많은 800개의 크로커 가죽 백을 홀세일 판매한 것에 이어 올해 파리 봉마르셰와 갤러리아라파예트 등 유명 백화점과 편집숍 30개점에 입점했다. 매출은 2019 S/S에 비해 F/W 시즌에 1.5배로 불었다.
SNS상에서 국내외 마니아층을 구축한 바이에딧은 올해 일본 바니스백화점 6개점에 입점을 시작했다. SNS상의 퍼포먼스가 뛰어난 만큼 수백 ~ 수천 개씩 선보이는 한정 에디션 수량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완판되고 있다.
지난해 진출 시작, 가격보다 디자인 어필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는 일찍이 컬렉션과 쇼, 정부의 여러 지원 등을 통해 글로벌로 진출했지만, 별개의 컬렉션이 없는 패션잡화 부분에서는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SNS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고 한류 바람이 불면서 K패션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다. 이에 지난해부터 몇몇 브랜드가 해외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제품력과 고급스러운 컬러 그리고 꼼꼼한 작업으로 가죽 가방은 최소 30만원 이상, 캔버스 소재 아이템의 경우는 2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격을 10만 ~ 20만원 더 높여 판매한다. 지금 국내 패션잡화 시장에 10만원 내외 가격대의 브랜드가 대거 포진한 만큼, 이들의 가격대가 국내외에서 저렴하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가격을 낮추기보다 브랜드만의 디자인을 내세워 승부한다.
패션잡화의 경우 아직도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에 대한 뚜렷한 선호도가 있지만 이들은 분명한 스토리텔링과 헤리티지가 담긴 디자인, 해외 바이어를 상대하는 에이전시의 조력을 발판 삼아 성장 중이다.
마지셔우드, 셀프리지 등 오더량 3배 ↑
씨엔콜론커뮤니케이션즈(대표 김순영 엄성은)의 마지셔우드는 아직 해외에 진출한 국내 디자이너 패션잡화 브랜드가 전무할 때부터 여러 페어를 찾아다니며 직접 길을 개척한 케이스다. 1년 반 정도 일일이 세계 여러 페어를 찾아다니며, 해외 트렌드와 브랜드에 맞는 페어를 선별하는 법을 익혔다.
그 과정에서 유럽의 빅 바이어 리스트를 보유한 해외 쇼룸 에이전시 빅터쇼룸을 만났고, 2018 F/W 시즌부터 에이전시를 통해 바니스, 홍콩 레인크로포드 등의 유명 백화점 15개점에 입점했다. 특히 바니스에선 독점 계약으로 연속 세 시즌을 선보인다. 한 시즌이 지난 2019 S/S에는 일본과 캐나다 등의 백화점으로 유통망을 확대, 오더 물량이 3배로 늘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민혁 빅터쇼룸 대표는 “한국 마켓에서 톱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해외에서도 역시 잘 되는 케이스가 많다. 마지셔우드와 일을 시작할 당시 국내 디자이너 핸드백 중 마지셔우드가 특히 주목받을 때였고 룩북을 봤을 때, 이 브랜드 이미지가 해외 브랜드와 견줘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무용 모티브로 역동적인 색깔 담아
현대무용을 모티브로 심플하면서도 역동적인 셰이프의 백을 선보인 마지셔우드는 룩북과 영상 등의 콘텐츠로 동일한 브랜드 헤리티지를 매 시즌 다른 방식으로 담는다.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여러 패셔니스타들이 일상 속에서 찍은 자연스러운 스트리트 룩북도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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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즌 세일즈가 지난 지금은 한시름 놓았지만, 처음 해외에 진출했을 때는 하루하루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과거에 함께 브랜드 기획, 홍보 에이전시를 운영했던 두 대표는 ‘브랜드가 잘나가기 시작할 때 안주하면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리는 모습’을 수없이 봤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여러 브랜드의 성장 사례를 봤고, 그 과정에서 현재 마지셔우드에게 필요한 것을 캐치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었다. 보장은 없었지만 과감히 해외 진출에 도전한 것도 브랜드의 연간 기획, 홍보, 마케팅을 대행했던 경험이 내재돼 있어 브랜드를 어필하고 알리는 데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정한 국내 판매 & 과감한 투자 필요
김순영 대표는 “해외에 진출할 때는 브랜드와 맞는 페어 혹은 에이전시를 잘 선별하는 것과 브랜드 룩북 이미지가 정말 중요하다. 바이어들에게 메일링을 했을 때 찾아오게 하는 건 이미지다. ‘궁금하다. 가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자금 확보도 중요하다. 계약 조건은 저마다 다양하지만 보통 쇼룸비와 10~15%의 판매 수수료를 지불한다. 엄 대표는 “국내 매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탄탄한 준비를 한 후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해외 세일즈는 물량이 어느 정도 이상 되지 않으면 수익이 남지 않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구드구스스튜디오(대표 구지혜)의 구드는 뚜렷한 브랜드 헤리티지로 글로벌 바이에게 픽(Pick)을 당한 케이스다. 한국에 방문했던 리사 아이켄 네타포르테 리테일 패션디렉터가 시장 조사를 하던 차에 구드를 발견했고, 출국하기 2시간 전 극적으로 구지혜 대표와 미팅을 가졌다.
네타포르테 독점 계약 이어 30개점 확대
이후 지난해 10월 네타포르테가 전 세계 4개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뽑는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 ‘더뱅가드’에 구드가 당선됐고, 구드는 네타포르테 독점 계약으로 첫 글로벌 진출을 이뤄냈다. 네타포르테는 처음부터 과감하게 800개를 바잉했고, 네타포르테의 독점 계약이 끝나자 여러 유명 백화점 바이어와 편집숍 빅 바이어들의 콜이 쏟아졌다.
첫 시즌에 셀프리지 등의 유명 백화점 7개점에 입점한 것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백화점 지점과 편집숍 등 30개으로 유통을 확대했다. 네타포르테 입점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런웨이 시즌에 런던컬렉션에서 유명 바이어들의 바잉을 이끌어낸 덕이다.
구드를 발탁한 엘리자베스 폰더 골프 네타포르테 글로벌 바잉 디렉터는 “브랜드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패션계를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평가해 선정했다. 특히 구드의 악어 무늬 가방이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트랜드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대로 구드는 기본적인 소재부터 파격적인 재료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또한 클래식함과 유니크함,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뉴클래식’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표현하는 브랜드다. 전혀 다른 부류에 속할 것 같은 클래식한 크로커 가죽과 트렌디한 플라스틱 소재의 체인을 믹스해 새로운 느낌을 주는 식이다. 전혀 다른 두 소재는 어색하지 않고 유니크하게 어우러진다.
‘뉴클래식’ 아이덴티티 & 디자인 관록 묻어나
제일모직 소속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15년간 경력을 쌓은 구지혜 대표의 안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클래식한 구드는 평소 빈티지한 구 대표의 스타일과 조화로운 밸런스를 이룬다.
구드는 최고급 가죽을 사용하고, 구드 브랜드만을 담당하는 전용 공장에서 상품 하나하나 최상급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몇 년이 지나도 전혀 변형이 없는 셰이프와 시즌에 맞는 가죽 • 체인 스트랩 등 보디와 어울리는 디테일이 강점이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패셔너블한 컨템퍼러리 브랜드 사이에서도 탄탄함과 고급스러움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가격대는 미니백은 20만~30만원, 그 이상 사이즈의 백은 50만~70만원대로,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발품이 많이 들어가는 꼼꼼한 공정을 필요로 하는데, 그 과정에 비해 가격이 낮다는 것이 네타포르테 바이어의 평가였다.
바이에딧, 일본 바니스 백화점 6개점 진출
에딧(대표 오선희)의 가방 브랜드 바이에딧은 콘텐츠와 구체적인 스토리로 국내외 마니아층을 형성한 케이스다. 뚜렷하고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스토리와 이미지를 SNS에 표현해 패션을 넘어 하나의 창작 스튜디오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SNS 콘텐츠로 한국 문화에 친숙한 일본 바이어들을 사로잡았고, 올해 일본 바니스백화점 6개점(긴자, 롯폰기, 신주쿠, 고베, 후쿠오카, 요코하마)에 진출했다. 브랜드의 퍼포먼스를 보고 이벤트나 협업을 요청하는 국내외 브랜드도 많다.
이러한 에딧의 오리진은 패션지 에디터 출신의 오선희 대표에게서 나온다. 에딧은 패션 큐레이팅 & 컨설팅 스튜디오로, 바이에딧은 에딧에서 출시하는 굿즈라인이다. SNS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화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부산’ ‘가드닝’ 등 일상 컬러를 패션으로
다른 브랜드와 달리 관념이나 무드가 아닌 사물이나 도시와 같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모티브를 바이에딧만의 스타일로 표현한다. ‘부산’이나 ‘가드닝 라이프’ 등 여러 사물에서 컬러와 실루엣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매 시즌 새로운 감각의 에디션을 선보이는 식이다. 아이템과 더불어 책자, 퍼포먼스 등 다양한 콘텐츠로 더 생생하게 이미지를 전달한다.
아이템에 맞춘 물량을 소량 한정 출시하되, 매번 신선한 에디션과 여러 컬래버레이션으로 브랜드를 알려 가고 있다. 올해 선보인 ‘티룸에디션’은 유명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 ‘마타갈란’과 협업해 룩북을 선보이는 등 패션과 콘텐츠 부분에서 모두 글로벌하게 활약하고 있다.
■ mini interview 글로벌 패션 잡화 트렌드는?
엘리자베스 폰더 골츠 l 네타포르테 글로벌 바잉 디렉터
“이중적 매력의 브랜드 인기”
요즘 추세를 보면 고객들은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기 보다 디자인을 고려하고 가방을 구입하고 있다. 다양하게 착용할 수 있으면서 자신의 취향을 잘 드러내는 제품(a statement piece)을 원하기 때문이다. 네타포르테에 입점한 신진 브랜드 중 ‘구드(Gu_de)’와 ‘레이시오 엣 모터스(Ratioet Motus)’가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적어도 한 개 이상 주목할 만한 아이템을 보유했고, 특히 구드의 엠보스드 악어 가죽백은 빈티지 트렌드를 주도한 브랜드 중 하나였다.
이민혁 l 빅터쇼룸 대표 “빅백 보다 미니백이 각광”
프랑스 파리 팝업형 쇼룸 ‘마지셔우드’ ‘살롱드쥬’ 등 진행
유럽 시장도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더 트렌디하고 유니크한 가방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미니백이 한창 유행한 만큼 다시 빅백 트렌드가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아직도 세계적으로 미니백이 각광받는 것은 빅백의 경우 미니백만큼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룩을 찍을 때나 가방만 테이블 위에 놓고 찍을 때 빅백은 미니백만큼 스타일리시해 보이지 않는다. 독특하고 이미지로 담았을 때 유니크하게 연출할 수 있는 가방을 선호하고 있다.
리차드천 l 아이디얼피플 대표 “50만~100만원대 아이템 인기”
미국 뉴욕 기반 쇼룸 운영 ‘앤더스벨’ ‘파인드카푸어’ 등 진행
잡화와 같은 킬러 아이템 군의 소비가 활발해 컬렉션에서도 잡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트렌드와 달리 현재
미국 · 유럽에서는 50만~100만원 가격대의 잡화 아이템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에서 10만~20만원 더 높은 가격에 판매 중인 데도 세일즈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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