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CEO ‘미키 아그라월’

17.04.10 ∙ 조회수 1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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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X」로 착한 패션 + 자유 외치다

2015년 뉴욕 지하철에 다소 생소한 이미지의 광고가 깔렸다. 심플한 배경 위에 깨진 계란, 반으로 갈라진 오렌지나 자몽이 있고 「띵스(THINX)」 로고가 적힌 이 광고는 그 의도를 쉽게 알 수 없어 뉴요커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브루클린부터 어퍼 웨스트사이드까지 뉴욕 지하철 전 역에 붙은 이 광고는 요란한 전광판이나 셀러브리티가 등장하는 TV 광고도 없이 궁금증 하나로 소셜 네트워크 및 검색엔진의 실시간 인기 단어로 떠올랐다.

많은 뉴요커는 「띵스」가 여성용품인 생리대의 대체 속옷을 만드는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갈라진 과일 사진을 실은 광고에 대해 ‘외설적이므로 내려달라’는 거부 반응과 함께 ‘단순한 과일 이미지를 이러저러하게 해석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편견’이라는 지지 의견으로 나뉘어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동시에 페이스북에 업로드된 「띵스」 제품의 동영상에 여성들이 ‘생리가 새지 않는 팬티’의 솔직한 후기를 공유하며 단숨에 화제의 제품으로 회자됐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 「띵스」는 지난 2015년 캐나다 출신의 30대 여성 미키 아그라월이 뉴욕에서 론칭했다. 올해 막 2년을 채운 신생 브랜드 「띵스」는 기존 속옷 브랜드의 섹시함이라는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여성의 생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능성을 갖추고 사회적 금기를 깨부수고 있다.

캐나다 출신 30대 여성 리더, 2년 만에 급부상
‘지속 가능하며 환경 친화적인’ 여성 위생용품 개발에 매진하는 미키 아그라월은 “우리는 수시로 새로운 스마트폰을 접하고 있어요. 그런데 생리대는 50년 동안 단 3개의 형태-생리대, 탐폰, 생리컵-가 다예요”라는 과감하고도 솔직한 동영상으로 76만이라는 조회 수를 올렸다. 이처럼 지금 뉴욕 밀레니얼 여성들은 미키 아그라월에게 열광한다.

1920년 킴벌리사의 일회용 생리대가 탄생한 이후, 100여년간 여성의 이 필수품은 여전히 원시적인 방법에 머물러 있다. 더불어 여성에게 자연스러운 생리는 수천 년 동안 사회의 터부(taboo)로 인식됐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의문을 품은 미키 아그라월은 2012년 처음 쌍둥이 여동생 라다 아그라월, 친구 안토니아 던바와 「띵스」를 구상했다.

약 3년 반에 걸쳐 리서치와 디자인 작업을 한 후 몸에 잘 맞으면서, 예쁘고, 생리가 새지 않게 하는 최신 기술을 도입한 울트라 슬림 4중 원단과 레이스를 이용해 6가지 형태의 속옷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섹시함 아니면 거대한 생리용 팬티로 여성들이 매달 겪는 불편함을 고려하지 않은, 전혀 스타일리시하지 않은 속옷에서 벗어나 입기만 해도 새지 않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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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스」, 150억달러 생리용품 시장 판도 바꾸다
그들은 리서치 기간에 뉴욕의 원단 전문 업체는 물론 인도,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에도 여행을 다녀오며 전 세계 여성들에게 보급될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함께한 이슈. 세 사람은 오늘날에도 그 때문에 학교에 결석해야 하는 아프리카의 10대 여자아이들과, 손가락질을 받는 인도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카메라에 담았다.

개발도상국의 일회용 생리대 보급 문제와 개선이 필요한 열악한 환경을 보여 주며 「띵스」의 제품은 수십 번 재사용할 수 있고 특수 항균 기법으로 즉각 흡수돼 항상 산뜻함을 느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가격은 24~34달러 선으로 일반 속옷과 큰 차이가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여성들도 이용할 수 있다.

반영구적 생리용 속옷의 등장은 기존의 일회용 용품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기존 속옷 브랜드들이 남성의 시각에서 섹시함을 강조하는 제품 디자인에 중심을 뒀다면 「띵스」는 ‘She Thinx-그녀는 생각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이용해 주체적인 여성 고객들에게 러브콜을 날린다.

‘She Thinx’ 캐치프레이즈, 밀레니얼세대 열광
2017년 교육수준이 높은 밀레니얼세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감받으며 발전시켜 나간다. 이는 기존 텔레비전이나 신문이 보도하던 뉴스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공유되며, 한 개인의 경험이 전 세계 수천만 명의 공감을 사면서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특히 공공장소, 직장, 학교 등에서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은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영상으로 기록되며 밀레니얼세대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현재 밀레니얼세대는 생각하고 질문하는 세대로 변화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부르는 밀레니얼 여성들이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여성의 날 행진’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각종 유튜브 영상이나 실험을 통해 성차별 실태를 고발한다. 또한 지지 하디드 같은 여성 셀러브리티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밀레니얼세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페미니스트’가 200만번 이상 이용된 것에서 볼 수 있듯 지금 여성 인권은 하나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패션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다양한 몸매, 인종, 종교, 정치적 성향을 고려해 광고하지 않다가는 생각하는 밀레니얼세대 소비자들에게 금세 ‘사지 말아야 하는 브랜드’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성 인권’ 트렌드화 따라 개발도상국 여성 지원
진정 여성을 위한, 여성이 원하는, 여성으로부터의 제품을 원하는 이 시대 여성 소비자들에게서 「띵스」는 니즈를 정확히 읽어 냈고, 미키 아그라월은 젊은 CEO다운 과감한 언사와 플레이로 소비자들에게 외친다. “페미니즘을 위하여!”

미키 아그라월은 코넬 대학 비즈니스 & 커뮤니케이션 학사 졸업 후 독일 금융회사 도이체방크에서 2년간 투자 분석가로 근무했다. 전 투자 분석가의 노하우를 살려 그녀는 「띵스」 론칭 전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벤처 투자자 및 북미 패션 업계의 거물 전략적 투자 회사(Strategic Investment Partners LLC)의 투자를 받았다.

「나이키」 「룰루레몬」 「빅토리아시크릿」에 투자를 진행한 회사로 「띵스」의 초기 시설 후원은 물론 특수 항균 원단 제작과정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전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답게 미키 아그라월은 정확한 투자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전 투자 전문가 노하우, 벤처 캐피털 자금 유치
“「띵스」는 그저 그런 벤처 투자 기업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투자금만 받으며 덩치를 불리는 회사가 아닌 「띵스」 제품만으로 사업을 이어 갈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울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힌다.

미키 아그라월은 초창기 「띵스」 리서치 과정 중 자신의 뿌리인 인도와 개발도상국을 여행했다. 밀레니얼세대가 가장 즐기는 문화 중 하나인 여행과 창업과정을 연결하며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여행에서 배운 삶을 모토로 삼고 사업에도 적극 활용해 소비자들의 ‘길트 프리(Guilt-Free)’ 쇼핑을 가능하게 했다.

길트 프리는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로, 생산에서 쇼핑에 이르는 과정에 생기는 환경오염, 개발도상국에서의 노동력 착취, 자원 낭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사회적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공정무역, 친환경적 제품을 지칭한다. ‘착한 패션’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대표적인 것이 「TOMS」다.

자연 친화적 착한 패션, 제2의 「TOMS」 될까?
「TOMS」의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한 켤레의 신발이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지원된다. 이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소비자들은 이처럼 길트 프리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기부를 했다는 만족감과 자신이 얼마나 세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 공감을 나눈다. 기존에 명품 핸드백이 부와 지위를 상징했다면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착한 패션이 자신의 지식과 사회적 인식을 알릴 도구로 자리 잡았다.

미키 아그라월은 이러한 흐름을 읽어 냈고 「띵스」 속옷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제품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한 여성이 평생 사용하는 양인 1만7000개의 일회용 생리대의 퇴출을 외친다. 「띵스」 속옷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아프리카의 우간다 여성들에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AFRIpads’ 후원 프로젝트도 내건다.

이 같은 「띵스」의 활동은 제2의 「TOMS」를 꿈꾸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여전히 생리를 수치스럽게 생각해 학교 수업을 빠지거나 일을 쉬는 개발도상국 여성들에게 미키 아그라월은 ‘건강한 생리 운동’을 펼친다.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그녀가 사회운동가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고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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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DO COOL SH*T’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미키 아그라월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기존에 없던 디자인, 최신 기술이 결집한 원단으로 미래 지향적 제품을 만들어 낸 것뿐만이 아니라 38세의 젊은 여성 경영자가 보이는 독특한 행보다. 그녀는 유튜브 비디오 인터뷰, 소셜네트워크, 잡지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성공한 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정돈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마치 옆집에 사는 솔직 담백한 언니처럼 가감 없는 입담과 다소 거친 언사로 그동안 여성들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쉬쉬하던 이야기를 꺼내 분노한다. 특히 자기 의견을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밝히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여성이 통쾌해한다. 일종의 ‘걸 크러시’의 카타르시스를 소비자들이 느끼는 것이다.

지난해 그녀가 출판한 자서전 ‘DO COOL SH*T’은 출판과 동시에 단숨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로 뛰어올랐다. 미키 아그라월은 여성들이 항상 꿈꿔온 세계 여행, 커리어를 이뤄 내며 세상의 편견과 싸우라 말한다. 자신이 일본계, 인도계 캐나다인이자 여성으로서 살아오며 겪은 성차별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솔직 담백 행보, 걸 크러시 캐릭터 인기폭발
특히 아이비리그의 코넬 대학에서 여성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졸업 후 남성들이 주를 이루는 월스트리트 투자 분석가로 활동하면서 사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입증해 보여야 하는’ 부담감에 대해서다. 그러다 문득 세상을 변화시키고 여성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전 세계 여성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띵스」의 청사진을 그려 낸 삶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현재 미키 아그라월은 「띵스」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한다. 비데 및 토일렛 브랜드 「Tushy」와 「Icon」이다. 그는 사회에서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문제들의 솔루션을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며 페미니스트의 의미를 보여 준다.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디자인의 비데를 선보이는 「Tushy」, 임신한 여성들이 편안하게 잠든 모습을 담아 한 편의 예술품 같은 포스터를 내걸고 있는 「Icon」은 「띵스」에 비해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소외되고 부끄러운 것 위해 「Tushy」 「Icon」도
특히 기능성만 강조하던 기존 제품들과는 다르게 ‘여성’을 담아 삶에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스며들게 하려는 미키 아그라월의 디자인 철학이 드러난다. 미키 아그라월은 기존 「띵스」가 만들어낸 혁신적인 속옷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띵스」의 미래는 밝다. 이 브랜드는 수십억 달러의 거물 투자자들은 물론 뉴욕타임스, 베네티 페어, WWD와 같은 미국 대표 매체의 호평과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다. 여전히 TV 매체는 ‘보수적인’ 시청자들 때문에 「띵스」에 대해 일절 이야기하지 않지만 브랜드의 빠른 성장은 곧 그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의 국제적인 성공을 위한 미키 아그라월의 글로벌 브랜드 확장 전략은 어떻게 될까. 여전히 페미니즘에 빗장을 단단히 건 중동 지역은 물론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관용되지 않는 아시아 지역에서 기존 「띵스」가 해 온 급진적인 마케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밀레니얼식 이데올로기, 패션 업계 판도 바꾼다
게다가 기존 여성용품 사업에 걸림돌이 될 「띵스」를 견제할 기업들과의 충돌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도 궁금하다. 미키 아그라월은 이와 같은 복잡한 업계 상황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 확장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신 있게 의견을 밝혔다.

“「띵스」 사업을 시작할 때 걱정하고 생각만 했다면 제품이 이렇게 빨리 시장에 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말고 다른 누군가가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저희 팀은 창업 멤버 3명에서 총 32명의 사원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로 자라났습니다.”

“「띵스」의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일단 시장에 상품을 내놓고 여성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며 거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전 세계의 건강한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생리를 하는 만큼, 사회적 인식을 바꿔 내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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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아그라월(Miki Agrawal)
「THINX」 CEO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디자이너


· 1979년생(만 38세)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
· 1997~2001년 아이비 리그의 코넬 대학 졸업. 비즈니스 & 커뮤니케이션 전공
· 2001~2003년 독일 금융회사 도이체방크 투자 분석가
· 현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CEO 겸 디자이너
· 2015년 토일렛 브랜드 「Tushy」와 여성 생리대 대체 속옷 브랜드 「THINX」 론칭
· 현 「THINX」의 수장으로 친환경적 여성 제품 개발, 컬렉션 전개,
제3 세계 여성 돕기 프로젝트 등 멀티 디렉터로 활약 중
· 2013년 자서전 겸 자기계발서 ‘Do Cool Sh*t’ 출간
· 2015년 뉴욕타임스의 ‘2015년 최고의 발명품 리스트 25’에 「THINX」 선정


**패션비즈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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