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新 성장동력 정조준!
이랜드그룹(대표 박성수)이 ‘패션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백화점식 아울렛 업태’의 뒤를 잇는 혁신적인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했다. 하나는 캐주얼 여성복 이너웨어 아웃도어 슈즈 생활용품에 이어 주얼리까지 론칭해 패션사업의 전 영역을 제조직판형인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또 하나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몰(Premium Lifestyle Mall, 이하 PLM)이란 유통모델로 이랜드 혼자만의 힘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을 비롯 아시아 지역의 매머드급 유통사업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이랜드그룹은 한 손으로는 제조직판형의 SPA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 발전시켜 콘텐츠를 계속 양산하고 또 한 손으로는 이를 담아낼 그릇인 PLM을 개발해 아시아권 여러 유통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유통 형태를 선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모던하우스」~「라템」, 패션 전 영역 커버
그야말로 눈길을 확 끄는 대목이다. 대다수 패션기업이 지속된 불황 한파에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헤매는 상황에서 2011년 ‘마의 10조 매출 돌파’로 국내 최대 패션·유통기업으로 성장한 이랜드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SPA’와 ‘PLM’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 패션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꾼 이랜드가 새롭게 들고 나온 핵심 전략은 무엇이며 과연 이를 어떻게 구현해 낸다고 하는 것일까?
우선 SPA 영역부터 살펴보자. 이랜드그룹은 지난 2009년 론칭한 캐주얼 「스파오」를 시발로 여성복 「미쏘」, 이너웨어 「미쏘시크릿」, 슈즈 「슈펜」, 아웃도어 「루켄」, 라이프스타일 「버터」 등 SPA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주얼리 「라템」을 추가 론칭함으로써 코스메틱을 제외한 패션의 전 영역을 SPA로 커버하게 된다. ‘오는 2020년까지 이랜드 SPA 매장 전 세계 1만개’로 설정한 목표가 결코 허무맹랑한 숫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랜드그룹의 SPA사업 강화는 백화점 채널에 취약점을 보인 이 회사에는 기업의 사활을 가를 핵심 전략으로 전면 부상했다. 대리점 유통망 중심으로 성장해 온 이랜드에 백화점 채널은 마치 ‘넘사벽’처럼 느껴졌지만 제조직판형의 SPA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SPA? 이랜드 강점 발휘 가능한 최적 모델
제조에서 유통, 판매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SPA 개념은 이랜드가 30년 넘게 학습해 온 가장 자신 있고 가장 경쟁력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SPA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가성비’를 요구하는 소비자 인식까지 확산됨에 따라 이랜드의 SPA 전략은 날개를 달았다. 서울 명동 신촌 홍대 등 주요 상권에 이랜드의 SPA 매장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는 가운데 이 흐름은 3년 전부터 중국 대만으로 이어졌다. 「스파오」 「미쏘」 「루고」 등 대형 SPA와 외식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숍인 「모던하우스」까지 빠른 속도로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전략이 SPA 전략이라면, 이랜드가 지난 1996년 ‘2001아울렛’으로 첫선을 보인 백화점식 아울렛 업태가 진화된 개념이 ‘PLM’이다. 이랜드그룹은 ‘PLM’이라는 유통모델로 가장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중국 유통사업에 대한 윤곽을 드러냈다. 자체 내공으로 SPA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PLM 개발은 중화권 유통 그룹들과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전역에 100개(한국 제외)를 오픈한다는 원대한 청사진이다.
정말 이랜드다운 통 큰 비전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구심이 든다. 아무리 합작사 설립 형태라고 하지만 채 5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PLM 100개 오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일명 ‘형제의 난’으로 불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만 해도 중국에 투자한 유통사업의 누적 적자가 1조원에 달한 것이 화근이 됐는데, 과연 이랜드그룹은 5년 만에 100개 점포를 어떻게 만들어 낸다는 것일까?
51:49 지분율로 합작사 설립, 경영권 확보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백화점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으로 유통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랜드 주도 아래 기존 점포를 새로운 유통 모델로 바꿔 중국 유통시장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축이 아닌 이미 운영되고 있는 점포를 대대적인 MD 개편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는 형태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확정 발표된 중화권 대표 유통기업 팍슨(Pakson 중국명은 百盛)그룹과의 조인트벤처 설립 내역을 살펴봐도 51:49 지분율로 이랜드가 경영권을 갖고 실질적인 운영을 맡는다. 점포는 팍슨그룹이 보유한 백화점을 전환해 사용하는 것으로 큰 폭의 합의가 이뤄졌다.
이랜드그룹이 콘텐츠 제공과 경영을 맡고, 팍슨그룹은 점포를 제공하는 형태로 파트너십을 구축한 셈이다. 우리의 기존 상식으로는 하드웨어를 가진 팍슨그룹이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계약은 완전 달랐다.
가칭 ‘팍슨 - 뉴코아몰’ 11월 1호점 출점
장래에는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이 강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 온 이랜드가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이랜드는 지난 35년 동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단기적인 성과나 하드웨어에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콘텐츠 개발에 중점을 뒀다.
일반적으로 하드웨어를 먼저 만들고 후에 콘텐츠를 끼워 넣는 방식인 반면, 이랜드는 콘텐츠를 준비한 후에 그것을 담을 하드웨어를 건설해 온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이랜드는 의식주휴미락 등 6개 분야에서 250개의 콘텐츠를 확보했으며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44개 브랜드 730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이랜드차이나 법인 매출만 1조원을 넘어선 명실상부한 최강자 기업으로 부상했다.
세계 최대의 콘텐츠 제국으로 성장한 이랜드는 글로벌 기업들이 손잡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한국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번 팍슨그룹과의 합작사 설립에서도 유감없이 진가를 발휘했다. 경영권을 이랜드그룹이 확보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의식주휴미락 분야, 250개 콘텐츠 확보
양사가 유통사업 진출을 함께하기로 한 데에는 지난 16년 동안 사업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구축해 온 것도 밑바탕이 됐다.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과 팍슨그룹 중팅썬 회장은 작년 신년 간담회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서 유통사업을 함께하는 큰 그림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 박 부회장과 팍슨그룹의 안주인인 천추샤 부회장의 돈독한 친분 관계가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부회장은 1970년대 은막의 스타로 활동한 홍콩 출신 가수이자 배우다. 절친인 두 사람의 신뢰를 토대로 이후 양사가 TF팀을 구성해 50여차례 임원단 공식 미팅과 200여차례 실무진 미팅을 통해 마침내 합작사 설립을 이끌어 냈다.
이랜드와 팍슨그룹이 선보이게 될 유통점의 명칭은 가칭 ‘팍슨-뉴코아몰’이다. 오는 11월 오픈하는 1호점은 푸둥과 푸시를 연결하는 지하철 2호선과 바로 연결되는 상하이 창닝 지구 천산점으로 확정됐다. 이곳은 팍슨그룹이 4년 동안 운영해 온 백화점 매장으로 영업면적 5만㎡ 규모다.
오는 2020년 아시아 전역 100개 오픈
이랜드 자체 콘텐츠 45%와 팍슨그룹 보유 콘텐츠 5% 등 전체 매장의 절반을 자체 브랜드로 채운다. 「스파오」 「미쏘」 「슈펜」 「라템」 「모던하우스」 등 이랜드가 보유한 다양한 글로벌 SPA 브랜드가 총집결하며 「만다리나덕」 「코치넬레」 「케이스위스」 등 이랜드가 M&A한 미국 및 유럽 브랜드도 함께 구성된다.
이랜드의 외식 콘텐츠인 「자연별곡」 「애슐리」 「피자몰」 등도 가세하며 ‘코코몽 키즈랜드’와 ‘레고놀이터’ 등 유아동 특화 조닝도 구성된다. 한국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10여개 한국 화장품관 및 다수의 중소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는 트렌드 편집숍 등도 구성할 계획이다.
이미 이랜드는 국내에서 백화점식 아울렛 업태인 ‘2001아울렛’ ‘뉴코아아울렛’을 뛰어넘어 패션과 외식으로 구성된 복합관, 직매입 도심형 아울렛, 지역 맞춤형 쇼핑몰 등 자체 콘텐츠로 상권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유통 모델을 선보이며 학습을 계속해 온 만큼 중국 최초로 선보이는 PLM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PLM 콘셉트 = ‘NC아울렛’ 진화 버전
지난 5월 부산 서면에 오픈한 ‘NC서면점’의 경우는 이랜드그룹이 ‘PLM’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이랜드리테일의 50호점으로 오픈한 이곳은 패션 180개 외식 25개 등 총 205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이랜드는 서울 제외 전국 최대 규모로 오픈한 이곳에 20여년간 쌓아 온 아울렛 운영 노하우를 집약하는 한편, 최대 최초 최고의 콘텐츠를 아낌없이 반영했다.
이러한 성공 경험을 토대로 이랜드는 내년까지 10여개 매장을 추가 오픈하고, 이후 아시아 전역으로 PLM을 확장할 계획이다. 향후 이랜드는 팍슨그룹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여러 유통 그룹과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을 포함 아시아 전역에 2020년까지 100개의 유통 매장(한국 제외)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 내에만 해도 하드웨어는 넘쳐나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점포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만큼 풍부한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이랜드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도 가능하다. 이랜드는 각 유통 그룹의 강점을 살려 상권과 고객에 따라서 다양하고 차별화된 유통 형태를 선보일 생각이다.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리테일러는 롯데쇼핑 신세계(이마트 포함) 현대백화점그룹을 빅3로 꼽았다면, 앞으로 평가는 크게 달라질 공산이 크다. 국내에만 50개 점포망을 확보한 이랜드그룹이 새로운 유통 모델을 장착하고 향후 중국 및 아시아 지역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느냐에 따라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유통 역사를 새롭게 쓰는 절대 강자의 출현도 예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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