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뒤흔든 ‘폴리보어’ 열풍~

harlow|13.08.19 ∙ 조회수 1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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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수많은 쇼핑몰 중에서 골라낸 상품들을 한 곳에서 구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일일이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사고 싶은 물건들을 검색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내가 미처 몰랐던 제품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고급 백화점에서 VIP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퍼스널 쇼퍼를 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큐레이팅(Curating) 쇼핑몰은 바로 소비자들의 이러한 욕구를 반영해 세계 곳곳의 쇼핑몰을 한 곳에서 둘러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지만 2011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미 패션은 물론 하이테크, 관광 상품, 인테리어 소품까지 다양한 제품의 큐레이팅 쇼핑몰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컨셉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부문은 단연 패션부문이다. 패션 큐레이팅 쇼핑몰인 ‘폴리보어(www.polyvore.com)’는 현재까지 골드만삭스, 벤츠마크캐피탈, 매트릭스 파트너, DAG 벤처 등으로부터 총 2200만달러(약 248억원)의 투자를 받아 2011년 이후 두 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에 250억원 투자받아

미국 실리콘 벨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폴리보어’는 2007년 제스 리(Jess Lee)와 파샤 산드리가 공동 창업한 사이트다. 비상장 기업인만큼 연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IT 기업들 사이에서는 2012년 ‘폴리보어’ 사이트의 가치를 282만달러(약 32억4000만원)로 예상한다. 2011년부터 매년 두 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뉴욕에도 지사를 열어 현재 직원 수는 558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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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보어’ 사이트가 운영되는 원리는 간단하다. 사용자들이 여타 쇼핑몰들에서 판매 중인 마음에 드는 상품을 ‘폴리보어’ 사이트에 가져오고 ‘폴리보어’는 원판매 쇼핑몰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아 운영된다. 과정을 좀 더 살펴보면 ‘폴리보어’에 제품들이 보여지는 경로는 두 가지다.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H&M」 「생로랑」 「캘빈클라인」 「갭」 「제이크루」와 같은 브랜드나 ‘네타포르테’ ‘니만 마커스’ ‘아소스’ ‘노드스트롬’ ‘버그도프 굿맨’ 같은 유통채널들이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데이터를 ‘폴리보어’ 사이트에 제공하는 방식이 첫 번째. 일반 방문자들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해당 제품을 ‘폴리보어’ 사이트에 끌어와 다른 방문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이 두 번째다.


「H&M」 「생로랑」 같은 브랜드에 수수료 8%

여기서 ‘폴리보어’는 첫 번째 경로를 통해 제품을 업데이트하는 브랜드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판매가 이뤄질 경우 수수료는 판매가의 8%에 해당한다. 2012년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220달러(약 24만8000원)이며 월 방문자 수 2000만명 중 30% 가까이가 직접구매로 이어진다.

1인당 구매금액에서 알 수 있듯 ‘폴리보어’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명품이나 고가상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폴리보어’의 주 고객층이 18~54세까지의 여성이라는 점, 연평균 소득이 7만7000달러(약 8700만원)의 고소득층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33% 고객이 연소득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를 웃돈다. 이는 초창기부터 ‘폴리보어’가 지향한 온라인 패션잡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유행을 선도하는 일류 패션지에서나 볼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그에 해당하는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폴리보어’의 목표다..




패션브랜드들은 물론 각종 유통채널에 ‘폴리보어’가 매력적인 홍보도구로 사용되는 이유는 바로 방문객들의 높은 구매율과 연결돼 있다. 사이트 초창기 파트너십 맺기를 꺼렸던 브랜드들도 이제는 오히려 ‘폴리보어’에 파트너십 제안을 할 정도다. 단적인 예로 2010년 처음 파트너십을 맺은 「생로랑」의 경우 처음에는 24개의 제품 데이터만을 제공하다가 현재는 의상과 액세서리류를 포함, 600여 개가 넘는 「생로랑」의 거의 모든 제품을 ‘폴리보어’에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의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패션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검색해볼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구글, 야후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의 기술집약적인 배경이 만났으니 ‘폴리보어’의 성공은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폴리보어’를 중독성 있는 패션 사이트로 만든 것은 바로 ‘세트’ 제작 기능이다.

‘세트’란 방문자들이 업데이트돼 있는 패션 제품들을 패션에디터처럼 조합해 만든 페이지를 뜻한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광할만한 이 ‘세트’ 기능은 ‘폴리보어’만이 지닌 초강력 히트아이템이다. 자신이 만든 ‘세트’를 방문자들과 공유하며 패션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이러한 커뮤니티는 회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초강력 히트아이템 ‘세트’ 기능 통해 커뮤니티 강화

‘폴리보어’ 사이트에서는 매달 240만개의 세트가 만들어지고 이 세트들은 주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와 같은 SNS로 공유돼 지난해 총 1억뷰를 기록했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트’를 통해 여러 아이템과 매치된 의상들은 훨씬 더 높은 판매 효과를 본다. 폴리보어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 판매중개 수수료와 함께 중요한 매출창구로 활용하는 중이다. 즉 패션브랜드들이 직접 ‘세트’를 만들어 신제품을 소개하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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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노드스트롬’과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는 정기적으로 ‘세트’를 업데이트해 잡지에 광고하듯 ‘폴리보어’를 통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홍보한다. 이 역시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이 직접 자신들의 브랜드명을 노출해 ‘세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방문자가 해당 ‘세트’를 클릭할 때마다 기업이 ‘폴리보어’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신제품 발표 공간? 소비자 입소문 마케팅 ‘덤’으로

패션쇼핑몰 운영자들 사이에서는 ‘폴리보어’의 이러한 ‘세트’ 기능을 통한 홍보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트’ 기능은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사이트라도 ‘폴리보어’ 회원이라면 누구나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 세계 구매자들에게 자신의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된다.

‘폴리보어’의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2011년부터 큐레이팅 사이트들이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부틴(www.boutine.com)’ ‘숍스타일(www.shopstyle.com)’ 등이 거의 흡사한 컨셉으로 운영된다. 단 ‘부틴’의 경우 제품을 끌어와 본 사이트에 소개하는 방문자에게 제품판매가 이뤄질 경우 판매가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한다.

큐레이팅 사이트가 인기를 끌자 ‘폴리보어’가 처음에 제시한 컨셉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컨셉을 내세운 사이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팬시’ ‘포즈’ 등의 큐레이팅 사이트들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 쇼핑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NS)를 영민하게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부틴, 판매 이뤄지면 판매가 10% 수수료 지급

‘폴리보어’와 같은 사이트들의 첫 번째 목적이 전 세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패션아이템들을 한곳에서 보여주는 것이라면 새롭게 등장하는 큐레이팅 사이트들의 특징은 자신의 취향과 쇼핑 목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데 있다.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서로의 의견과 사진들을 공유하듯 큐레이팅 쇼핑몰에서는 서로의 취향과 쇼핑 위시리스트를 공유한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추천 목록에 추가해 이들의 새로운 쇼핑 위시리스트가 추가될 때마다 따로 검색할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업데이트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즉 원하는 이의 쇼핑 위시리스트를 ‘팔로잉(Following-SNS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지정한 이들의 코멘트와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쇼핑 위시리스트 등 추천 공유 꼬리 물고 연결

큐레이팅 쇼핑몰의 이러한 추천과 공유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전 세계 수많은 이용자들이 세심하게 선택하고 분류한 제품들을 별 수고 없이 들여다볼 수 있다. 게다가 친절하게 ‘구매’ 버튼까지 옆에 놓여 있어 클릭 한 번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까지 이동해 구매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영리한 마케팅 방법은 없을 것이다. 만약 구매처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해외구매가 힘들 경우를 대비해 비슷한 스타일의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넘쳐나는 제품들 속에서 앞으로 스타일리스트의 스타일링, 셀렉션 능력은 패션분야에서 디자이너의 창의력만큼이나 점점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큐레이팅 쇼핑몰들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가치, 즉 제품을 선택하고 공유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수준 높은 큐레이팅 능력을 가진 소비자들을 많이 확보할수록 사이트의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콘텐츠는 더욱 풍부해진다. 이것은 또다시 인기 있는 큐레이터 혹은 스타일리스트들의 배출을 의미하고 이러한 순환 속에서 사이트 스스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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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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