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Report

< Insight >

4.0시대 한국 패션 희망은?

Monday, Jan. 2, 2017 | 민은선 편집장,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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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인재와 연합이 키



소기업 L사의 H 사장. 30대인 그는 새해 사업 계획을 짜면서 2030 주임 · 대리급과 팀별로 돌아가며 회의를 진행했다. 50대 임원과 40대 팀장도 빼고 진행하는 이 회의에서 그는 회사의 복지제도를 재구축했다. H 사장은 경쟁사가 아니라 구글 · 페이스북의 회사 구조와 복지제도에 대해 조사해 보고,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기초로 이사 갈 사무실의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팀장들에게도 모두 개별 룸을 마련해 줄 생각이다.

사원들이 원하는 자율출근제, 20만원 상당의 묻지 마 복지카드, 안락한 휴게실 등은 적극 검토중이다. 급여도 동 업계 최고 수준으로 하겠다고 그는 강조한다. 사장이 직접 들은 현장의 소리 중 눈에 띈 의견 중 하나는 ‘업무 외 시간에는 카톡 말고 메일로 보내 달라’였다.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는 20대들의 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후 임원 팀장들에게 이를 공표해 즉시 실행도록 했다.

50년 된 중견 패션 기업 S사의 K 대표는 몇년 전부터 2030대 20명으로 구성된 아이디어 뱅크를 운영한다. 소그룹으로 꽤 잘 세팅된 이 그룹은 회사 내에서 가장 파워풀한 의사결정 집단이 됐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은 회사 내의 크고 작은 이슈들을 주제로 올려 문제를 개선하고,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내며, 직접 이 사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흔히 책상 위의 사안에 묻혀 버려 내일이나 모레에 대한 고민을 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조직. 특히 오래된 조직일수록 혁신을 막는 이런 현상이 강한데 S사는 젊은피들을 통해 이를 해소한다.

수평구조, 상호 존중, 탈권위, 개인주의 인정
최근 새 사무실로 이사 간 J사의 K 사장. 이 회사의 사무실은 영화 <인턴>에 등장하는 회사처럼 넓은 한 층에 격 없이 넓직하고 수평적인 분위기이다. 모던한 인테리어로 단장한 사무실에 직원들의 자리도 기존 층별로 분산된 구조가 아니라 아예 권위의 냄새를 몰아내고 평평한 구조로 바꿨다. 사업부들도 유기적으로 연결해 팀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오래된 니트 전문업체인 V사. 이 회사는 최근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IT, M&A, 파이낸스 등을 경험한 29세 젊은 인재 B를 채용했다.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수학하고 자신의 온라인 스타트업을 운영해 온 이 청년의 경력은 실제 이 회사가 하고 있는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 하지만 이 회사 M 대표는 “우리 회사가 향후 10년간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틀을 가지고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재정립과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사의 B 팀장이 입사한 이후 달라진 풍경 하나. 사장이 캐시미어 원사 가격과 혼용률에 대해 리서치를 해 보라고 지시한다. 과거 이 지시를 받은 실무자는 대부분 거래선들에게 전화해 물어보거나 누구에겐가 다시 이 질문을 떠넘기기도 한다.

2030 주임 · 대리급 직원들이 복지제도 결정
하지만 B 팀장은 일단 구글을 뒤진다. 전 세계 캐시미어 가격을 조사하고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을 비교 · 분석한 후에 현재 거래선의 가격과 또 다시 비교한다. 해외 업체들 중 가격과 퀄리티를 모두 충족하는 업체들의 리스트를 정리한 후 연락처와 담당자 이메일까지 명시된 보고서가 올라온다. 현재 거래선들의 가격이 비싼지 싼지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오랜 히스토리를 갖고있는 국내 대표 패션기업 A사의 B 사장도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수년간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진행하면 할수록 난관에 부닥쳤다. 온라인팀에서 요구하는 상품 공급과 일 진행이 다른 부서의 협조를 얻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요하다 강조하고 관심을 갖고 노력해도 기존 조직에서 온라인은 늘 찬밥이다. 상품을 받으려면 늘 백화점이 최우선이고 온라인은 후순위로 밀리곤 한다. 거의 구걸을 하다시피 온라인팀으로 상품이 넘어오는 현 구조에서는 아무리 디지털화를 부르짖어도 성과가 없다.

84년생 스타트업 투자로 온라인 사업 열쇠를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기존 조직에서는 도저히 온라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였다. 그는 최근 20대로만 구성된 온라인팀을 새로 꾸리고 기존 조직과 완전히 다른 별동대로 만들었다. 기존의 온라인 사업부는 해체해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온라인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사장은 거의 온라인 팀장처럼 움직이고 매주 전 사에 온라인 주제를 최우선 이슈로 띄운다. 이 팀은 지금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훨훨 날고 있다. 가볍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업에 대해 회의를 느낀 또 다른  C사의 D 사장. 그는 최근 평소 눈여겨 보아오던 20대 인재를 리더로한 온라인 스타트업을 만들어 투자를 했다. 6개월 만에 이 회사는 아주 새로운 기능의 카메라 앱을 개발했고, 이 앱은 1개월 만에 15만 다운로드 수를 나타내고 있다. 이 스타트업 대표는 1984년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경험한 인재다.

그가 보여 주는 업무 진행 속도와 양은 기존 조직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들이다.  D 사장은 이 스타트업에 대한 무한 신뢰와 함께 100억원대의 투자 계획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가고 있다. 현재 기존 모회사와 이 스타트업 간의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은 없지만 사장은 스타트업을 통해 수많은 디지털 정보를 얻고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지식과 정보가 다시 모회사로 연결,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포트폴리오 완전히 바꾸고 온라인 회사로
E사의 40대 초반 F 사장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모 브랜드를 깨끗이 정리하고 이후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이어서 현재 온라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의 확신은 분명하다. 그는 "우리는 2020년에 패션에서 온라인 1등 회사가 되는 게 목표이고, 그때까지의 로드맵을 다 짜 놨다. 이 온라인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로도 함께 론칭할 계획이다. 중국 비즈니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거의 동일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지금 한국 패션은 지각변동과 함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의 변화와 시장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데 따라 백화점 매출은 정체 혹은 역신장하고, 백화점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부분의 패션 기업들은 수익성에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큰 기업들은 대부분 정체와 역신장의 그늘에 시달리면서 새해와 그 후 계획 수립마저 망설인다. 예측이 불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산을 보면 패션 기업 상장사 11곳 중 4곳만 증가(3/4분기 기준)를, 나머지 7곳은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L사와 F사는 무려 -19%와 -18%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몇개사는 아직 성과를 논하기 이르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리막 길을 걸었다.

4차 산업혁명, 급속한 디지털화와 소비자 변화
최근 패션 마켓의 선도 기업 순위가 급격히 바뀜과 동시에 마켓 리더십 역시 급변하는 양상이다. 과거 한국 패션을 리드해 온 대기업 볼륨 기업들은 급격히 수익성이 악화되고 매출도 정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 수치가 저성장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과거 매출액 기준으로 기업의 서열을 매겼지만 이를 이익률의 순으로 다시 매기면 그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대기업들의 파워가 약화되고 탄탄한 정체성을 가진 전문 강소기업 위주로 리더십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젠틀몬스터, 스타일난다, 무신사…. 최근 수년간 한국 패션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름들이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그리고 메이저 유통들도 이들을 연구하고 이들을 모셔 가거나 연합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몇 가지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디지털, 2030, 자유로움, 수평, 탈정형…. 반대로 지금까지 국내 패션을 리드해 온 기업들을 떠올려보면 그 반대의 단어가 떠오른다. 오프라인, 5060, 권위, 수직, 고정관념….

대기업 지고 젠틀몬스터 스타일난다 무신사 뜨고
극명한 이 엇갈림이 바로 한국 패션의 현주소다. 지금 시대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몇 시즌째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급속하게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현실화하고 모든 것을 연결시키면서,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크고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흐른다. 소비자의 변화와 직결된 이 물결은 패션 기업들의 정체성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 아니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상당한 역량을 온라인으로 전환 투자해야 한다. 브랜드의 개념도 가치중심으로 바꾸고 원 브랜드 원 스토어도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편집숍 혹은 편집형으로, 판매자 위주의 매장 구성도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간 구성으로, 판매하는 기법도 판매자 위주가 아니라 소비자 위주로 바꿔야 한다.

게다가 온 · 오프라인의 통합, 즉 O2O 비즈니스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매장으로 불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매장에서는 옷만 판매할 것이 아니라 문화와 서비스, 즐거움을 팔아야 한다. 공간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젊은 소비자들은 절대 매장에 오지 않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자기네들만의 공간에서 논다.

온라인, 편집숍, 즐거운 공간, 영 소비자와 소통
이제 빅 브랜드만 갖고 있으면 장사가 저절로 되는 시대는 굿바이다. ‘대량’ ‘볼륨’ ‘매스’를 향해 치닫던 과거는 완전히 지나가고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브랜드, 유니크한 콘텐츠, 빠르고 영리한 마케팅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들과 부지런히 소통해야 한다. 작지만 알차고 민첩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모든 차원에서 기존의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패션을 사는 구매 방식과 구매 동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젊은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하루종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정보를 주고 받는다.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과 컬러, 옷 입는 방법, 구매 패턴, 구매 장소와 경로, 생각하는 방식, 라이프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졌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제 세상은 글로벌 원 마켓이 됐다는 점이다. 전세계 좋은 상품을 손안에서 한눈에 들여다보고 비교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이들에게 ‘글로벌 스탠다드’는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이들에게 글로벌과 로컬간의 경계는 없다.

‘글로벌 원 마켓’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과연 이변화를 누가 잘 이해하고 이 속도를 쫓아갈 수 있을까? 결국은 글로벌한 안목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비즈니스를 주도해야 한국 패션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렇다면? 빙고! 바로 젊은 인재가 그 열쇠다. 옛날처럼 낡은 사고방식의 사람들만 가지고는 젊은 소비자들의 동선을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좋은 젊은 인재들을 많이 갖고 있고 그들과 잘 소통하는 회사가 성공할 것이다. 결국 과장 이하 젊은 직원들이 아주 강력한 회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옛날처럼 한두 명의 인재가, 한두 명의 탁월한 임원이 회사를 끌고 가던 시절은 끝났다.

젊은 인재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 그들이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회사, 그들이 필요한 것을 사장에게 직접 얘기하고 임원들에게 커팅되지 않고 수평적으로 존중받는 회사…, 오프라인 회사지만 거의 체질은 온라인인 회사, 이런 회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층층시하, 권위로 똘똘 뭉쳐서 그것을 ‘조직력’이라 말하며 절대 변하지 않는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선택하지도 못하고 실천하기도 어렵다.  

빅 브랜드, 유명 브랜드 장사 되던 시대 안녕~
지금의 이 힘든 추세는 단순히 트렌드나 옷 때문이 아니다. 소비자들과 옷을 사는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기존의 수직적 조직과 관행으로 여전히 기존 고객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으니 매출이 줄 수 밖에 없다. 10대나 2030세대 고객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회사가 돼야 미래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세대와 그런 인재들이 패션 기업에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패션 업계에 젊은 인재들이 근무하기를 꺼린다는 것이 문제다. 타 산업에 비해 낮은 급여수준과 열악한 근무조건, 불안정한 고용 때문이다. 아예 창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높은 창업률이 이를 증명한다. 또 그동안 젊은 인재를 뽑지도, 키우지도 않고 경력자 중심의 채용에 안주해 온 패션 업계는 현재 자승자박의 결과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혁신하면 넘버원이 될 수 있다. 패션 기업 속성상 오랜 경험과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은 경험이 풍부한 경력자와 디지털 신세대, 상하의 소통과 밸런스를 누가 잘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권위가 아닌 소통이 그 열쇠인 것이다.

‘디지털화’ 물결 영 소비자 대응 방안 찾아야
왜 젠틀몬스터 같은 기업이 주목받는 것일까? 그들은 태생부터 글로벌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당당하게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그리고 이 방식을 글로벌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지금 많은 글로벌한 강자들이 젠틀몬스터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이들이 4.0시대 기업으로서의 매력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의 사례는 혁신에 대한 많은 단초를 제공해준다.

원단 업체 JNFS 대표의 투자로 론칭된 서인재 대표의 「에이카화이트」에서도 ‘연합’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면 소재 전문 업체인 JNFS는 서 대표와 완전한 협력 관계다. 「에이카화이트」에 소재를 최우선으로 공급하고, 개발을 요하는 소재는 무조건 개발해 준다. 생산 관리도 대신 해 준다. 덕분에 서 대표는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문제는 함께 고민하지만 모든 결정은 서 대표의 자유 의지에 따른다.

결론은 정해졌다. 2017년 글로벌과 디지털로 무장된 밀레니얼 세대와 누가 더 잘 연합하느냐에 기업의 운명이 달려 있다. 소통이 문제지 연합의 방식도 협업할 방법도 활짝 열려 있다. 그 전에 가장먼저 자기 회사의 젊은 직원들과 소통부터 시작하길. 앞으로 성공의 열쇠는 바로 그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패션비즈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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