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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Interview >

피터 우드ㅣ올세인츠 글로벌 CEO

Wednesday, Jan. 1, 2020 | 정효신 기자, hyo@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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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투원 커넥션’ 즐거운 경험을





글로벌 마켓에서 3.6% 성장, 국내에서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잘나가는 올세인츠(ALL SAINTS)가 홈쇼핑 채널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올세인츠는 지난 2014년 국내 론칭한 이후 29개 오프라인 스토어와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했다. 여기에 작년에는 면세점과 홈쇼핑 채널에 입점하며 리테일 업태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패션산업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현재는 소매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의 변화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이업종 간의 컨버전스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커머스에 대한 선구안을 제시하며 가장 먼저 이 시장을 개척해 매출의 20% 비중을 온라인에서 가져올 정도로 파이오니어의 역할을 해 온 올세인츠.





제 아무리 먼저 발을 담갔다 해도 꾸준히 진행하는 뚝심이 없다면 이 모든 성취는 불가능했을 터다. 지난해 9월 이 브랜드를 총괄하게 된 피터 우드(Peter Wood)는 전임 CEO가 꾸린 장기 플랜을 그대로 이어받아 진행한다. 조직의 수장이 바뀌면서 전체 분위기가 달라지거나 개인의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밝히기보다 지속성을 추구해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많은 CEO들이 브랜드의 전체 경영을 책임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많이 쏟아붓는 것이 회계 • 재무상의 숫자다. 하지만 피터 우드는 회계사 출신으로 CFO를 거쳐 이 자리에 왔기에 숫자가 즐비한 복잡한 보고서를 봐도 한눈에 이해한다. 여기서 번 시간으로 다른 영역까지 세심하게 챙겨 직원들에게는 다정하고 친구 같은 리더로 통한다.

-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는지.

올세인츠는 전 세계적으로 3000여 명의 가족과 함께한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5세로 굉장히 ‘영’한 집단이다. 정확하게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우리의 첫 번째 소비자이자 브랜드 앰배서더다. 직원들이 정말로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고 각자의 개성으로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기 때문에 따로 바이럴을 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우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올세인츠의 상품을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도 국가도 다르지만 3000명의 직원들은 전체 메신저를 통해서 본인의 스타일, ‘OOTD’를 업로드 한다. 나 또한 한국 출장에 오면서부터 29개 매장을 방문하고 인터뷰를 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것을 시시각각 올려 소통한다. 또 우리 스태프들이 본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실적은 어떤지를 설명할 수 있도록 내부 정보도 가감 없이 공유한다.

올세인츠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고 열정적인 직원들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반면 션 라(나승훈 지사장의 영어이름) 아시아 총괄 매니저처럼 브랜드 론칭 초부터 함께한 스페셜리스트들과는 친구처럼 고민을 나누고 미래를 설계한다. UK 브랜드이지만 미국 지사장은 ‘캘리포니아 걸’이다. 전체 지역 총괄 매니저 11명 중 9명이 모두 여성일 정도로 나와 션은 마이너리티다. 이처럼 연령도 • 성별도 • 국적도 다양하지만 올세인츠는 하나의 팀이다. 여기서 나의 역할은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방식은.

사실 올세인츠는 밀레니얼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이 다양한 연령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남녀 컬렉션의 비율을 5:5로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소비자들은 소득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여러 브랜드 중 키즈부터 베이비부머까지, 남녀 컬렉션을 출시하는 곳은 많지만 아주 여유로운 빌리어네어부터 중산층 이하의 계층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쿨한 브랜드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특별히 밀레니얼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우리 상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상품, 좋은 브랜드, 좋은 회사라는 것을 강조한다. 혹자들은 이런 마인드가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너무 감성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패션업의 핵심은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옷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옷을 입는 사람도 행복할 수 없다.

- 아시아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6년 전 아시아지사를 설립하면서 한국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한국이 아시아의 테스트 마켓이 됐던 것이고, 한국에서의 론칭 이후 일본 • 대만으로 확대돼 아시아 마켓의 전체 매출 비중은 11%다. 아직 중국에는 공식 진출하지 않고 타오바오, 티몰 등 파트너를 통해 온라인 채널로 시험 운영했다. 글로벌에서 가장 각광받는 차이나 진입이 너무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오랜 준비 기간을 가진 것은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 • 상하이 • 광저우 • 선전 등 1선 도시들은 각각의 나라로 볼 수 있을 만큼 제각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 시장 전체는 마치 EU처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있다. 한 번 실패하면 향후 10년간은 다시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브랜드가 망가진다.

우리는 한국을 시작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대만에서 중화권에 처음 접근해 취향과 사이즈 컬러 등 기획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또 간헐적인 중국 내 이커머스를 통해 굴지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수익은 0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모두 다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 벤치마킹하는 브랜드나 기업이 있다면.

특정 브랜드나 기업을 쫓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나 음악, 그림 등 감성적인 코드에서 영감을 얻는다. 우리가 디지털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IT 기업을 벤치마킹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자체 인트라넷도 구축하지 않았다. 모든 디지털 플랫폼은 구글에서 개발한 것을 사용한다.





보안성의 문제로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의 DNA는 패션이다. IT 개발에까지 신경 쓸 여력도 없을뿐더러 구글이 해킹되면 그 어떤 기업의 내부 시스템도 해킹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만든 시스템을 우리 식으로 잘 사용하고 여기서 절약한 에너지와 비용으로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승전 비결이다.

실제로 스테디셀러인 레더 재킷 외에도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개척해 F/W에 치중됐던 매출을 1년 내내 안정화했다. 특히 S/S시즌에 나온 여성 드레스 카테고리는 30% 이상 판매가 올랐고 신발과 워치, 액세서리까지 새롭게 선보이면서 시즌리스 상품이 늘고 있다. 또 논 레더 남성 재킷과 그래픽 티셔츠도 각각 20%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 어떤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지.

시장 상황이 좋든 좋지 않든 사람들은 즐거움을 추구한다.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옷을 사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올세인츠의 모든 매장 직원들은 ‘스타일리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이들은 주된 역할은 매장을 관리하고 상품을 패킹하고 언박싱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상품 구매를 부추기지 않고, 적절한 코디네이팅을 해주며, 여러 아이템을 믹스 매치해 제안하며 옷을 입는 즐거움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 우리 스타일리스트들은 소비자의 특성을 카테고리화하지 않는다. 모든 소비자들 유니크한 개별체로 대하는 원투원(1 to 1) 커넥션이 기본이다. 나는 소비자를 ‘오디언스(관객)’라고 표현한다. 같은 공연을 봐도 모두가 느끼는 소감이 다른 것처럼 올세인츠를 접하는 ‘관객’들도 제각각의 경험을 할 것이다.

한국에서 홈쇼핑 브랜드에 좋지 않은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온라인 매출의 성장 여력까지 도달한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채널이다. 브랜드의 자존심을 고집하느라 소비자의 니즈를 외면하면 안 된다. 좋은 상품, 마케팅, 구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패션 사업의 핵심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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