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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훈 알란컴퍼니 대표

Wednesday, Nov. 1, 2017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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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문화, 재미와 경험을



업계에서 함께 일하는 선후배 동료들을 만나 차 한잔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현실을 다 털어놓지 않아도 공통된 의견은 지금 패션업계가 아주 어렵다는 고백이다. 가격에 너무 민감해진 세상, 글로벌 SPA들의 거침없는 진격. 복장을 차려 입는 자리가 줄어드는 사회적 분위기. 그런 와중에 사람들의 관심이나 소비가 여행과 음식으로 몰려 생필품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패션은 더 타격을 받는 것이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옷과 구두와 액세서리가 당장의 생필품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현실이 긍정적이고, 미래가 예측되며, 그나마 삶의 온기가 느껴질 때 사람들은 옷을 더 갖춰 입고 서로 선물도 하고 그렇게 사는 것 아니던가.

클래식 복식들과 이탈리아 브랜드들을 한국시장에 소개해 온 지 10여년이 됐다. 한 브랜드의 독점적인 성공보다는 시장을 넓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복장을 소화하는 걸출한 스타나 셀러브리티보다는 평균적인 소비자들의 점진적인 약진이 패션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어려울 때는 가격에만 소구하는 흐름이 강하지만, 패션업계 안에서는 그런 관성을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키워드를 찾아내고 꼭 필요한 제품을 발굴하는 책무를 잊지 않아야 한다. 패션은 브랜드나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과거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문학적인 시도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라마다, 도시마다 다른 패션이 발전하고 또 그런 정신들이 그 공간을 채우면서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패션은 옷을 넘어 사람들의 정신과 도시의 문화적 확장에 기여한다. 신상품이란 본질적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이고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문화라는 믿음으로 많은 분이 상품기획에 매진하면 좋겠다. 더불어 개인이 운영하는 편집숍이나 작은 부티크들도 가격 경쟁보다는 각각의 테이스트로 엄선한 제품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

백화점과 쇼핑몰이 주는 가치도 크지만 커머셜하기보다는 유니크한 것을,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보다는 입고 즐기는 재미와 경험이 있는 제품을, 그러면서도 복장을 이해하는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그런 개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함수, 4차 산업혁명, 하이브리드, 로봇의 등장, 레저의 확산, 유통의 진화 등등 어려운 숙제 같은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산업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 상담 그리고 패션. 시간이 지나더라도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비논리적인 영역을 오늘도 열심히 고민하면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한국의 패션을 위해 어려운 걸음을 유지해 온 사람들과 브랜드를 우리 사회가 기억해 주길.■


profile

·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 신세계인터내셔날 「엠포리오아르마니」 브랜드 매니저
· 에스카다코리아 「에스카다」 브랜드 매니저
· 리치몬트코리아 「던힐」 리테일 매니저
· 제일모직 ‘란스미어’ 디렉터
· 2013년~現 컨설팅 회사 알란컴퍼니 대표
· 2014년~現 남성 편집숍 ‘알란스’ 대표(서울 강남 논현동)

**패션비즈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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