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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제이엔지코리아 사장

Wednesday, Nov. 1, 2017 |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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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힘’ 아는 패션CEO
축적된 시간 · 경험이 성공 비결




“패션시장에 입문한 지 20여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이 3번 변했습니다. 첫 번째 세상은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어요. 두 번째 세상은 프로페셔널한 마케팅 과정을 통해 가격이든 밸류든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시대였죠. 지금은 파는 것도, 만드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입니다.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고 브랜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진짜 실력’이 있어야만 해요. 그 진짜 실력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어요. ‘매일매일 무엇을 하며 시간을 쌓아 왔는가’가 실력에 대한 답이 될 수 밖에요.”

제로(0)에서 시작해 어느덧 10년이다. 디자이너 출신 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세워 「지프」 「시에로」 「시에로코스메틱」 「존화이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탄탄하게 키워 왔다. 미술학도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경력을 거쳐 패션계에 입문한, 요즘 말로 ‘흙수저’에 가까운 디자이너가 회사를 만들어 키우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래도 김성민 제이엔지코리아 사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것도 분명히 있지만 성공을 통해 배운 것이 더 많다”고.

배운 것에는 회사 경영방식이나 시스템 등이 있는데, 김 사장은 특히 ‘축적된 시간의 힘’을 강조했다. 김 사장 개인의 20여년 패션 경력과 그 이전에 다른 경영인들에게는 없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다양한 경험 그리고 나근영 이사 등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는 팀장들과의 15년 이상의 시간, 현재 제이엔지코리아에 들어와 일하는 직원들의 하루하루가 제이엔지코리아가 성장하고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데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 · 감성’의 중요성

감각과 디자인만큼은 자신 있는 김 사장이지만 기업경영은 제로에서 하나씩 일궈 가고 있다 보니 타 기업 대비 인프라가 풍족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한 사람과 아이디어가 가장 큰 재산이라고 여긴다. 회사의 가치관과 맞는 창의적인 인물들을 키우기 위해 회사 내 프로젝트나 브랜드 사업의 시작과 중간, 마지막까지 직접 관여해 시스템을 잡아 가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프라의 부족함을 보충한다.

김 사장은 출신 성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패션업계에서 꾸준히 아웃사이더 입장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경영자로서 차근차근 쌓아 온 자신의 커리어에 더욱 자부심이 있다. 실제로 ‘원래 안 돼’ ‘다들 그래’라며 넘어가는 일들도 ‘왜 안 돼? 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도전해 성공시켜 왔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실행해 봐야 노하우가 쌓이고 발전도 뒤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오너 주도의 브랜드 운영에 부정적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김 사장은 확신이 있다. 그는 “‘디자인’은 없던 것을 창조하든 있던 것을 재해석하든 ‘새로운 어떤 것’을 세상에 제안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하고 어려울지 모르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자 재능이에요.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한 저의 경험과 감성이 현재 회사 경영에도 더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Why not? 우리가 하면 돼!’ 실행이 곧 발전

“감성과 감각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처럼 브랜드보다 트렌드가 앞서는 시장에서 고정적으로 손님을 불러들이는 상품을 많이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이너 오너의 강점 중 하나예요. 판매가 편중되게 일어나지 않고 우리 고객이 살 만한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며 제안하는 거죠”라며 디자이너 출신 오너인 자신의 강점을 짚었다.

최근 브랜드 운영에서는 과거를 돌이켜보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업무방식에 변화를 줬다. “회사 업무를 보는 방식을 과거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하던 것과 유사한 아날로그 스타일로 전환했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요즘처럼 가성비를 추구하는 시장에서는 퀄리티와 디자인 같은 완성도 높은 상품에 대한 소구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초심을 찾는 마음으로 직접 맵도 짜고, 영업 업무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저의 경험과 실제 업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프」의 경우는 캐주얼시장의 위기 속에서 체질 개선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저희가 ‘JEEP’라는 로고만 있는 상품을 10년 동안 1700만장 넘게 판매했거든요. 그동안 로고 의존도가 상당했다는 의미죠. 올해 판매 현황을 들여다보니 로고보다는 디자인이나 10만~15만원대 고품질 상품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어요. 차라리 이번을 브랜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자고 생각하고 메인 상품 구성에 변화를 줬습니다.”

디자인 = 새로운 것 제안하는 미래최적화형 업(業)

유통채널도 업그레이드했다. 재작년 론칭한 「지프브랜드」와 「지프스피릿」을 복합매장으로 구성해 한곳에서 「지프」의 폭넓은 상품군을 선보였다. 오랫동안 지속하며 성장과 한계, 변화를 모두 경험해 본 브랜드라 확신도 있었다. 고무적인 것은 상품의 질이 업그레이드되면서 20~30대 고객의 비중이 좀 더 커졌고 「지프브랜드」의 아우터에 매력을 느낀 10대 신규 고객들이 유입돼 고객 연령대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백화점과 상설점은 큰 변화가 없지만 총 49개인 대리점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12% 신장하며 좋은 반응을 확인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승승장구하던 「시에로코스메틱」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로 중국과의 거래에 문제가 생기면서, 차분하게 국내서 내실을 다져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반에서 1등을 해야 전교에서도 1등을 하잖아요.(웃음) 국내에서 알려지기 전에 중국 매출부터 커졌던 것을 바로잡고, 국내 유통과 외형을 탄탄하게 잡는 기회로 잘 활용해 구조적으로 건강한 브랜딩 기회로 삼으려고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에로」는 여성 영 컨템포러리로 조닝을 옮기고 매출 신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사장은 “백화점 내에서 복종 구분을 ‘캐주얼’에서 ‘여성복’으로 완전히 옮겼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는 구분을 두지 않았지만 매니시한 여성 캐주얼이 별로 없는 복종이다 보니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우븐 상품을 많이 선보인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봤습니다. 올여름엔 특히 유통 수도 늘어 전년 대비 58% 신장률을 기록했는데, 이 기세를 몰아 ‘올해 괜찮았던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극과 극 통한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로 회귀

수치만으로는 말할 수 없는 감각적인 면을 강조하는 김 사장이지만, 어쩔 수 없이 경영자이기 때문에 숫자에 누구보다 예민하다. 전산상 수치만으로도 모자라 영업팀과 디자인팀을 직접 조율하면서 현장의 소리까지 듣는 그다. 다만 숫자를 인지하고 숫자에 대한 반응이나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이 ‘숫자 중심’이 아니라는 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전년 대비 물량 중심으로 움직이는 MD형 경영이 아니라 브랜드 감성과 가치, 아이덴티티를 중시하는 디자이너형 경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저는 패션을 잘하려면 ‘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착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감력이 높은 것이고, 결국 메타인지가 좋은 것으로 연결되거든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패션도 결국 사람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소통이 필수이고,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신뢰를 쌓아야만 해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착한 능력’이에요.”

“브랜드가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지시하고 전달하면 쓸데없는 비용의 발생이 줄어듭니다. 상품개발 비용이 줄어드니 판매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게 되고, 직원들과 협력사의 업무 시간과 집중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상품 퀄리티도 당연히 올라가겠죠. 이런 관계에서 만들어진 좋은 상품은 판매도 좋을 수밖에 없어요.” 영악하고 재빠르기를 요구하는 시장에서 ‘착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하는 김 사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업체와 업체 간 협력 관건 ‘착해야 잘되는 패션’

“패션시장이 안 좋을 것은 지속적으로 예견돼 왔던 일이고, 거의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할 정도로 걱정했지 않습니까. 저희도 직접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변화를 줘야 했고요. 저는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다른 것보다 ‘늘 찾아 주는 소비자’에 대한 고마움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당장 우리 회사의 직원만 해도 정성을 들인다고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것이 요즘인데, 끝까지 찾아 주는 고객이 있어서 뭔가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라고 말하던 김 사장이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저는 유통이나 브랜드가 ‘매장’이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을 한번씩만 제대로 했다면 지금과 같은 레드오션은 안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장은 브랜드에 ‘물건을 파는 곳’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구매하는 곳’이거든요. 지금까지 잘 팔려고만 매장을 꾸미고 유통을 운영했지, 소비자가 구매하기 좋게 매장을 운영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상품이 있다면 그걸 더 만들어 많이 팔려고만 하지, 왜 좋아서 샀는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죠. 희소성 같은 가치 문제도 있는데 말이에요. 유통과 브랜드가 ‘스스로의 가치를 다스리는 긴장과 노력’을 다 같이 한다면 분명히 ‘브랜드’로서, 신뢰도 있는 ‘유통’으로서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요. 그래서 패션은 ‘착해야’ 잘할 수 있는 거예요.”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의 ‘매장 개념’이 중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믿음, 직원들의 발전에 거는 기대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기업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 길의 성장을 의심치 않는 김 사장이다. 그럼에도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온라인 유통’에 대한 것이다. 그래고 불안하진 않다. 본인도, 회사도 오프라인에 최적화된 경향이 있어 ‘우선 잘하는 것을 잘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제가 중학생일 때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저녁에 자전거를 가지고 자신이 계신 곳으로 오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어요. 저는 ‘맛있는 것이라도 사 주시려나 보다’ 하는 마음으로 신나서 달려갔죠. 언덕 위에 서 계시던 아버지는 저에게 ‘자전거를 끌고 중턱까지 올라와서 거기서부터 타고 여기까지 올라와 봐라’라고 하셨어요. 엄청 낑낑대며 올라갔죠. 그러고 나서는 ‘저기 아래쪽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달려서 다시 이리 올라와 봐라’라고 말씀하셨어요. 몸으로 체감했죠. 시작부터 차근차근 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매섭던 눈초리가 풀리면서 아래로 휘어지게 웃는 눈으로 다시 한 번 ‘쌓이는 시간의 위대함’을 강조하며 김성민 사장은 말을 맺었다.

**패션비즈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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