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드림팀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15.04.15 ∙ 조회수 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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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마크 제이콥스의 인생에서 가장 변화가 큰 해였다. 16년간 몸담은 「루이뷔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니콜라 제스키에르에게 넘겨 준 것은 물론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디자인을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크리에이티브 팀에 맡겼다. 대신에 「루이뷔통」에 밀려 규모를 키우지 못한 「마크제이콥스」를 글로벌 대형 브랜드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패션산업계에서는 마이클 코어스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규모를 키우고 상장하거나 또는 매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글로벌로 성장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으로 마크제이콥스사는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대중적인 라인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를 뉴 제너레이션의 취향에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0여년간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잡화 부문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호흡을 맞춘 케이티 힐리에(Katie Hillier)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힐리에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잉글리시 쿨 스타일의 상징인 패션 디자이너 루엘라 바틀리(Luella Bartley)를 디자인 디렉터로 기용하고 여성복 디자인을 맡기면서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디자인 듀오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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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의 마에스트로 + 런던 쿨걸 ‘마크 리부팅’

잡화(힐리에)와 의류(바틀리)의 고유 영역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 외에도 20년 지기의 우정을 바탕으로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를 뉴 제너레이션 고객에게 확장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둘이 하나처럼 브랜드의 새로운 정체성과 방향을 다시 조정하면서 힐리에와 바틀리는 글로벌 패션산업에서 주요한 디자인 콤비로 떠오르고 있다.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새로운 얼굴인 힐리에와 바틀리는 이미 패션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로 이 둘의 결합 소식이 보도되자 영국 프레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틀리는 지난 2000년대에 자신의 브랜드인 「루엘라(Luella)」를 통해 영국적인 쿨함을 제공하는 디자이너로 인정받았다. 지난 2009년 사업 실패로 브랜드를 접은 후 해변의 농장에 칩거하면서 패션 관련 서적을 저술하다 패션계로 돌아온 바틀리를 영국은 물론 글로벌 패션산업이 반기고 있다.

힐리에는 패션 인사이더들에게 더 알려진 인물로 잡화 부문 기획과 디자인 컨설팅으로 유명하다.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와 10여년을 일한 것 외에도 「빅토리아베컴(Victoria Beckham)」의 핸드백 론칭에 조언하고 「로에베」 「스텔라매카트니」 등과 콜래보레이션하는 등 하이패션계에서 성공적인 잡화 라인을 위해 종종 조언을 구하는 인물이다.

20년 지기 10년 디자인 파트너 영국인 듀오

힐리에와 바틀리의 만남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힐리에가 패션 포토그래퍼의 보조를 하면서 주얼리를 만들 때 둘의 친구이던 케이티 그랜드(Katie Grand, 「루이뷔통」 「프라다」의 스타일리스트)의 소개로 만나게 된 것. 그러다 바틀리가 「루엘라」를 론칭하고 힐리에가 「루엘라」에서 잡화는 물론 캣워크쇼를 제작하는 등 바틀리의 디자인 외의 모든 것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둘의 환상적인 파트너십이 시작됐다.

이처럼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낸 것은 물론 사업 초기의 어려운 시간을 함께하면서 둘 사이에는 개인적으로도 또한 디자인에서도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만큼 강한 연계가 생겨났다. 바틀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얘기를 시작할 때 나는 케이티가 끝맺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 둘 사이의 이러한 강한 결속력은 함께 있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크 제이콥스가 어드바이저 자격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현재 힐리에와 바틀리는 새로운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를 만들고 있다. 디자인 방향과 브랜드의 비전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힐리에와 바틀리의 몫이다. 성격상 차분하고 조직적이며 일과 팀의 디테일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힐리에는 크리에이티브 사이드 전체를 책임진다.

서로의 생각 읽는 콤비, 마크 제이콥스 신뢰도

지난 10여년간 마크 제이콥스와 일하며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힐리에는 이제 잡화에서 전체 브랜드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바틀리는 브랜드 이미지의 정수인 여성복을 주도한다. 힐리에는 바틀리를 두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새로운 인스피레이션과 콘셉트를 어필하는 바틀리의 재능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 케이티 힐리에는 12년간 프리랜스 컨설턴트 자격으로 마크 제이콥스와 함께 일했다. 특히 핸드백을 비롯해 안경, 주얼리 등의 잡화 부문을 확장하고 수익채널로 성장시킴으로써 힐리에는 세계적인 잡화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로에베」 「아스프리(Asprey)」 「빅토리아베컴」 「휴고보스」 「루엘라」 「페라가모」 「스텔라매카트니」 「닥스」 「마커스루퍼(Marcus Lupfer)」 등의 럭셔리 브랜드에 잡화 디자인 기획을 조언하거나 콜래보레이션을 운영하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인사이더들은 브랜드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힐리에의 능력을 꼽는다.

「로에베」 「아스프리」 「빅토리아베컴」 등 기획

힐리에가 핸드백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루엘라」 시절의 지젤(Gisele) 백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루엘라」의 투자자 크리스티나 옹이 소유한 「멀버리」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2002년 론칭한 지젤 백은 당시 엄청난 성공을 가져오면서 2000년대의 잇백 현상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된다.

이 밖에도 지난 2010년에는 「힐리에런던」이라는 소규모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해서 페이퍼클립을 동물 모양으로 변형한 골드와 실버 레인지의 펜던트를 제공했다. 레인지는 작지만 도버스트리트마켓, 하비니콜스, 콜레트, 오프닝세리모니NY, 일본의 이세탄과 바이오톱 등에서 팔리고 있다.

2009년에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잡화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잡화 디자이너로서의 위치를 다진 힐리에는 영국 패션산업계에서 유명한 파워 커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로 런던 새빌가의 테일러 「노튼앤선스(Norton & Sons)」를 인수해서 부활시키고 「이투츠(E. Tautz)」의 신사복 브랜드를 론칭한 패트릭 그랜트(Patrick Grant)의 파트너다.

루엘라, 잉글리시 스타일과 스트리트 감성 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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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여성복 디자인 디렉터인 루엘라 바틀리는 영국 패션에 대한 공로로 영국 여왕에게서 훈장까지 받은 2000년대 영국의 주요 디자이너 중 한 명이었다. 2009년 불경기가 한창일 때 주요 투자자인 크리스티나 옹이 투자를 포기하면서 문을 닫을 때까지는.

당시 「루엘라」 컬렉션의 프론트에는 미국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와 스타일 아이콘인 알렉사 청 등의 셀러브리티들로 붐비는 등 10년간 영국의 쿨 스트리트 스타일을 대표했다. 바틀리는 「루엘라」 브랜드가 부도로 문을 닫은 후 영국의 해변인 콘월(Cornwall)에서 지난 4년간 칩거했다.

이 기간을 두고 본인은 ‘광야의 시절’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때 바틀리는 원래의 뿌리인 저술 활동을 통해 ‘루엘라의 잉글리시 스타일을 위한 가이드(Luella’s Guide to English Style)’를 출판했다. 그는 사업 실패를 극복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2013년 다시 글로벌 패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저널리스트서 디자이너로, 성공 실패 후 귀환

1974년 영국 출생인 바틀리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entral St. Martins) 출신으로 디자이너가 아닌 저널리스트로 출발했다. 런던의 석간인 이브닝 스탠더드(Evening Standard)와 영국 보그, 페이스(The Face), 데이즈드앤컨퓨즈드(Dazed & Confused)를 거쳐 결국 1999년 자신의 브랜드인 「루엘라」를 론칭했고, 곧 런던의 쿨함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루엘라의 미학은 누구보다도 영국적이다. 트위드나 승마 같은 아주 전통적인 영국의 컨트리 스타일에 펑크의 인플루언스가 섞이며 또한 프레피함과 소녀적인 요소도 동시에 갖는다. 하지만 이 모두를 팝뮤직으로 재구성해서 하이로(high low: 고급스러운 것과 저렴하거나 유치한 요소를 동시에)의 믹스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바틀리는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의 디자이너 레인지를 제공하는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을 시작한 인물이다. 「H&M」이 디자이너 콜래보레이션을 시작하기도 전인 2001년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인 「뉴룩」과 콜래보레이션했고 2006년에는 미국의 「타겟(Target)」과 콜래보레이션한 최초의 디자이너가 됐다.

새로운 ‘마크걸’, 강인함 독립성 귀여움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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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제이콥스」의 디퓨전(세컨드) 라인인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는 지난 2000년 론칭해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알렉산더왕」이나 「3.1필립림」 등의 스포티한 스타일을 제공하는 디자이너들이 나타난 데다 컨템포러리 패션의 인기로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다소 신선함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3월 마크제이콥스인터내셔널은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잡화 부문 바이스 프레지던트이던 리즈 프레이저(Liz Fraser)를 프레지던트로 승진시키고 브랜드의 리뉴얼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힐리에와 바틀리 듀오는 ‘모든 것을 바꾸라’는 특명을 받았다.

브랜드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바틀리는 작가답게 캐릭터로 접근했다. ‘새로운 캐릭터의 마크 걸’을 탄생시킨 것이다. 귀여운 것이 아니라 독립심 있고 다소 공격적이며 직접 BMX 자전거를 타는 강인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대치했다.

파워 콤비,「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재탄생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힐리에와 바틀리는 새로운 스타일리스트를 들여온 것은 물론 스케이트 무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스케이트웨어 브랜드인 「팰리스(Palace)」의 디자이너 퍼거스 퍼셀에게 그래픽을 의뢰하는 등 매우 정통적으로 접근했다. 결국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로고 티셔츠들은 패션 에디터들이 선호하는 쿨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힐리에와 바틀리 콤비의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데뷔 컬렉션은 지난해 2월 뉴욕패션위크에서 선보였다. 막중한 임무를 맡은 데다 친구까지 끌어들인 힐리에와 4년 만에 디자이너로 돌아온 바틀리,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디자이너가 제공하는 컬렉션을 프론트에서 지켜보는 마크 제이콥스 모두 긴장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파워레인저와 BMX 라이더에서 인스피레이션을 받아 강하고 독립적인 걸 파워를 선보임으로써 바틀리는 패션계가 기대한 특유의 쿨함을 제공했다. 보도에 의하면 마크 제이콥스와 CEO 로버트 더피(Robert Duffy)가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진다.

**패션비즈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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