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가고 ‘하이퍼럭스’ 뜬다!?

이영지 객원기자 (yj270513@gmail.com)|15.03.01 ∙ 조회수 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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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Luxury)’는 지고 ‘하이퍼럭스(Hyperluxe)’가 떴다! 매스마켓으로부터 차별화되기를 원하는 상류층 고객들이 초특권층을 위한 럭셔리의 최고 정수로 불리는 ‘하이퍼럭스’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퍼스널라이즈 되고 드러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가격이나 소재, 디자인 등에 제약 없이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럭셔리 산업계의 한 조사에 의하면 「루이뷔통」이 지난 한해 약진하면서 ‘초특권층(high exclusivity)’ 마켓 영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새로 출시된 핸드백 ‘카푸친(Capucines)’은 특히 모노그램 등 드러나는 로고 없이 최고급 소재의 가죽으로 제작, 소비자가가 5000유로(약 752만원)에 달한다.

알마(Alma)나 앗지(Artsy) 같은 모델들도 특이소재로 만들어진 경우 판매가 6000유로(약 870만원)대에 이르며 특히 악어가죽, 스와로브스키 소재로 제작되거나 공작새 깃털로 장식되는 등 1만5000~3만유로(약 2175~4350만원)의 초고가백도 출시됐다.

「루이뷔통」 등 대중적인 럭셔리는 이제 안녕~

「루이뷔통」은 이미 2013년 10월 「프로엔자슐러」의 액세서리 디렉터 출신 다렌 스파지아니를 영입하면서 액세서리 라인의 최고급화(hyperluxe)를 시작으로 브랜드 리뉴얼의 수순을 밟아왔다. 「루이뷔통」의 CFO 장자크 기오니는 “브랜드 최고급화, 즉 ‘하이퍼럭스’라는 것이 이삼주 만에 ‘뚝딱’ 하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최고급 소재의 가죽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인데 부족한 자원으로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그는 또 다른 챌린지의 하나로 초고가로 책정된 가격을 꼽았다.

한편 마크 제이콥스의 마지막이 된 「루이뷔통」 2014년 S/S시즌 광고 캠페인은 하이퍼럭스 라인 출시를 위해 그의 뮤즈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을 비롯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카트린느 드뉘브, 슈퍼모델 지젤 번천, 중국의 스타 판빙빙 등 초특급 셀러브리티들을 대거 캐스팅해 초호화판으로 제작,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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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새 깃털, 악어가죽, 스와로브스키 등 초고가백

이런 브랜드의 최고급화 전략이 미래에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루이뷔통」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펜디」는 핸드백을 고객의 취향대로 장인들이 맞춤 제작하기 시작했고, 「마놀로블라닉」도 미국의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와 합작해 구두를 고객의 치수대로 맞춤 제작한다.

그런가 하면 「디오르」는 맨해튼 57가에 있는 자사 매장을 맞춤 전용의 남성 트래디셔널 슈트, 테일러(양복)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최근 LVMH의 최대 라이벌 케링(Kering) 그룹의 CFO 장마크 듀플레는 한 회의장에서 “「구치」는 이제 최고급 브랜드로 거듭났다”라고 선언했다.

“럭셔리 제품이 더 이상 상류층만의 특권이 아니게 되면서 럭셔리는 상대적인 콘셉트가 됐다. 누구나 접근이 용이하고 중간 정도인 것이다”라고 브랜드 컨설턴트 장노엘 카페르는 말했다. “하이퍼럭스라는 콘셉트는 제품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만이 아닌, 서비스 그리고 가격에서도 같은 급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팬디」 「마놀로블라닉」 등 주문 제작 뉴 트렌드로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누구인가 하는 것인데 그들은 특별한 계층의 특정 상품을 원하는 고급 취향의 계층이다. 그렇다고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박힌 시계를 찬 사람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수수하거나 로고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등….”

하이퍼럭스라는 카테고리에 진입한다는 것은 단지 매우 아름답고 정교한 상품을 제작하거나 과도한 가격 정책 등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제품을 개인의 미적 취향에 맞춰 주문 제작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주문 제작은 대중과 차별화되길 원하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취향을 누리고자 하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라고 한다.

“하이퍼럭스 고객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와 정교한 작품성(craftsmanship), 그리고 예술적(art)인 가치다.” ‘더 럭셔리 소사이어티(The Luxury Society)’의 에디터 소피 도란은 밝혔다.

「샤넬」, 4년 동안 3배로 불어나… 매출 급신장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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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코닉 브랜드들이 이 세그먼트에 진입하기를 원할까? 먼저 그들의 고객층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패션에서는 하이퍼럭스의 전형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즉 하이엔드 패션이 다시 활황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럭셔리업계에 마지막 남은 독립적인 패밀리 기업-알랭과 제라르 베르트하이머 형제의 오너 기업-으로 베일에 싸인 ‘하이퍼럭스’의 대명사 격인 「샤넬」은 이례적으로 지난 2012년에 경영실적을 깜짝 발표해 패션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시 ‘샤넬 인터내셔널 BP’는 연간 매출 46억700만유로(약 6조68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했던 「루이뷔통」의 아성을 넘보는 기염을 토하며 패션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영업이익은 10억6700만유로(약 1조5470억원)로 17% 신장했다.

순이익률 25% 신장한 「샤넬」 「에르메스」 앞서

순이익률 또한 25% 가까이 신장했다. 이는 13%의 LVMH 그룹보다 훨씬 앞서고 「에르메스」 보다도 4% 앞서는 것으로 놀랄 만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08~2012년 사이 회사 가치(주식평가액)는 3배나 증가한 상태로 같은 기간 주주 배당액은 536달러(약 56만2800원)에서 1836달러(약 192만7800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2013년 매출 또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2012년 이후 「샤넬」 의 공식적인 매출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013년에도 8.5% 신장해 매출 50억유로에 영업이익은 11억5000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회계년도 매출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이탈리아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 「아르마니」도 지난 2010~2011년 동안 매출이 50% 급증하는 등 계속되는 성장세를 보였고, 존 갈리아노 사퇴 후 갈피를 못 잡던 「디오르」도 2012년 새로이 아티스틱 디렉터 라프 시몬스(Raf Simons)를 영입한 후 매출이 24% 급신장했다. 또한 몇 년 동안 침체를 면치 못하던 영국의 고급 남성복 테일러 시장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최근 매출이 11% 신장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럭셔리 그룹 1위인 LVMH 그룹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사실 럭셔리 그룹들은 경제 침체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도 수치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오리지널리티와 작품성, 예술적 가치 중요

「까르띠에」 「끌로에」 「랑셀」 「몽블랑」 「피아제」 「재거르쿨튀르」 「알라이아」 「반클리프아펠」 등 유수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럭셔리 2위 그룹 리치몬트는 특히 하이주얼리 마켓의 강한 성장세에 힘입어 2013년 동안 주가가 21.3% 신장,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가죽상품이 메인인 타 럭셔리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향후 긍정적인 미래를 약속했다.

「에르메스」도 주가가 11.4% 올랐고 「스와치」는 24.7%, 「버버리」는 18.3% 올랐다. 한편 LVMH 그룹의 라이벌인 럭셔리 그룹 6위의 케링 그룹도 보유 브랜드 「구치」가 브랜드 리뉴얼 과정으로 주춤하는 와중에 「보테가베네타」와 「생로랑」이 선전한 덕분에 그룹의 주가가 8% 올랐고 이탈리아 주식시장에 신규 진입한 「페라가모」와 「부르넬로쿠치넬리」는 각 67.8%와 90.5%로 오르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LVMH 그룹은 오히려 주가가 6% 가까이 빠지는 등 2013년 이후 유럽의 럭셔리 마켓에서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여 투자자들이 발걸음을 돌려 왔다. 애널리스트들에 의하면 그 배경에는 물론 빠질 수 없는 저 유명한 「루이뷔통」이 있다.

존 갈리아노 떠난 「디오르」 새 디렉터 후 반전

LVMH 그룹의 주요 브랜드 「루이뷔통」이 이미 너무나 커져 버린 외형과 지나치게 대중화된 이미지로 이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75억유로(약 10조8750억원, 2013년 기준)라는 엄청난 매출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한동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LVMH 그룹의 스타 브랜드 「루이뷔통」은 ‘하이퍼럭스’ 라인으로의 브랜드 리뉴얼을 위해 2013년 액세서리 디렉터를 영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온 아티스틱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와 결별, 이후 라이벌 케링 그룹이 보유한 「발렌시아가」를 성공적으로 이끈 스타 디자이너 니콜라스 게스키에르를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영입했다.

이렇듯 변화하는 대세에 맞추기 위해 잰걸음을 보인다. 하지만 리뉴얼 초기에 보여 준 매출 증가세는 미미하고 느리기만 하다. 이렇게 「루이뷔통」은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최고 퀄리티의 ‘하이퍼럭스’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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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루이뷔통」, 브랜드 파워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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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점차 등을 돌려 온 부유층 고객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또 모노그램 백이 전체 매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루이뷔통」 입장에서 초고가 하이퍼럭스 정책으로 잃게 될 중간층 고객들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HSBC은행의 애널리스트 앙투안 벨지가 2014년 초 “주식시장에서 LVMH 그룹의 위상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고성장하는 「샤넬」이나 리치몬트 같은 하이퍼럭스 그룹, 또는 작으면서 알찬 럭셔리 그룹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전하며 「루이뷔통」이 적어도 한동안 고전할 것으로 평가하는 등 주위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듯 최근 발표된 2014년 ‘LVMH’그룹의 매출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300억유로라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5%를 넘는 신장률을 기록, 그간 진행돼 온 홍콩의 시위, 급격한 환율 변동, 중국의 반 부패 정책 등 여러 부정적 여건을 감안했을 때 훌륭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위스 럭셔리 리치몬트, 하이주얼리 급성장

특히 지난해에 출시된 「루이뷔통」 신제품들의 판매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며 그동안 단행된 가격 인상이 1/4분기 매출과 이익률 개선으로 연결됐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2013년 한해 부진을 겪은 「루이뷔통」은 이번 리뉴얼의 성공으로 아르노 회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뛰어난 혜안과 과감한 결단력, 강력한 리더십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오늘날 전 세계는 빈부의 양극화를 겪고 있다. UBS은행에 의하면 부유층과 빈민층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억만장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3000만달러(약 316억원) 이상을 소유한 부자도 2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기에 속하는 부유층들은 굳이 로고가 드러나거나 너무 대중에게 알려진 제품으로 신분을 과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신중하고 확실한 구매를 선호한다.

이러한 맥락으로 LVMH 그룹은 하이엔드에 더 포커스하는 모양새다. 이미 2013년 런던의 디자이너 브랜드 「JW앤더슨」을 매입하며 대주주가 됐고 또 2014년 3월에는 영국의 슈즈 디자이너 브랜드 「니콜라스커크우드」를 인수, 향후 이탈리안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코드빈첸초」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최고급 캐시미어 브랜드 「로로피아나」도 지난 2013년 7월 20억유로에 인수하는 등 그룹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퍼럭스 라인으로 뒷북 치는 「루이뷔통」?

지속되는 경기침체에도 럭셔리 그룹들은 2012~2013년 최고의 매출(약12% 성장)을 올린 가운데 2014년 성장률은 잠시 주춤했지만 유럽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올해는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그런 가운데 브랜드들은 최고급화 전략으로 성장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의 이머징 마켓에서 오프라인 강화와 더불어 e-커머스를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차별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부정적이라고 인식해 외면해 온 e-커머스를(럭셔리 전체 매출의 5.3% 차지, 2013년 기준) 앞으로는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 향후 매출 신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미국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세계 13개국에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최근 럭셔리 그룹의 이목이 e-커머스에 집중되고 있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올해에도 마켓 셰어와 지속적인 성장 강화를 위해 럭셔리 그룹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이머징 마켓에서 가파르게 진행되는 중산층과 초상류층의 증가로 향후 ‘하이퍼럭스’로 전력을 재정비한 럭셔리 그룹들이 선진시장에서 이머징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패션비즈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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