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글로벌 패션 중심으로 점프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14.12.01 ∙ 조회수 8,258
Copy Link
“런던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패션의 중심이 되고 있다.” (런던 이브닝스탠더드)

“「버버리」의 상쾌한 컬러는 물론 「에르뎀(Erdem)」의 로맨스부터 「톰포드」의 데카당스까지 런던은 항상 기대하지 못한 것을 제공한다. 그리고 런웨이뿐 아니라 스트리트 스타일도 런웨이만큼이나 흥미롭다.”(미국 하퍼스바자)

최근 국제적인 바이어들이 런던으로 대거 몰리는 추세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런던의 디자이너를 보는 시각은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프레스 효과 대비 수주는 부진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런던은 가장 엣지 있는 디자인과 콘셉트를 보여 줄 뿐 아니라 이제는 비즈니스에서도 성공적인 도시로 바뀌었다.

런던패션위크(London fashion Week, 이하 LFW)에는 매번 5000여명의 바이어와 저널리스트가 몰리고 시즌당 1억파운드(약 1800억원) 이상의 수주가 이루어지는 본격적인 비즈니스의 장이 되고 있다.

엣지 디자인 · 콘셉트 + 상업성 · 비즈니스도 OK

「버버리프로섬」 「아냐힌드마치(Anya Hindmarch)」 「멀버리」 「프링글오브스코틀랜드」 「비비안웨스트우드」 「폴스미스」 「마거릿하월(Margaret Howell)」 같은 헤리티지 브랜드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보이는 중견 디자이너 외에도 런던에서는 눈부신 재능을 보여주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토퍼케인」 「에르뎀」 「마리카트란주」 「시몬로샤」 등 런던 영 디자이너들의 특징은 실루엣, 소재, 디테일, 프린트 등에서 장인정신과 테크닉, 정교함이 돋보이는 아주 특별한 하나하나의 옷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이지스포츠웨어가 많은 뉴욕은 물론 글로벌 대형 럭셔리 브랜드가 보여 주는 초특급 상업적인 컬렉션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이러한 점이 새로운 매력을 찾는 바이어들의 데스티네이션으로 런던이 떠오르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런던은 글로벌 패션위크에서 더 이상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런던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협을 받는 것은 밀라노다. 런던이 다이내믹하게 떠오르면서 이젠 밀라노를 생략하고 런던에서 바로 파리로 가거나 아니면 밀라노에 체재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패션 펀드들… 런던 디자이너에게 눈독

이러한 배경에서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인 프랑카 소차니(Franca Sozzani)는 LFW가 너무 마케팅 중심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LFW는 글로벌 패션산업에서 그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면서 영국의 디자이너 파워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00년대 럭셔리 산업의 트렌드 중 하나는 왕년에 유명했던 브랜드를 리론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첨단의 영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LVMH와 케링(Kering)그룹이 보여 주는 것처럼 작은 브랜드에 저렴하게 투자하고 그룹의 멘토링을 통해 「알렉산더매퀸」이나 「스텔라매카트니」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5명의 영 디자이너가 럭셔리 그룹에 인수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모멘텀을 갖추기 시작했다.

런던, 글로벌 패션 중심으로 점프 1666-Image



LVMH 케링그룹 등 럭셔리 기업, 영 디자이너 인수

특히 런던은 영 디자이너를 찾는 최적의 장소로 부상했다. LVMH와 케링의 투자를 받은 5명의 디자이너 중 3명(크리스토퍼 케인, J. W. 앤더슨, 니콜라스 커크우드)이 런던 베이스의 디자이너인 것은 물론 LVMH의 영 디자이너 펀드를 위한 후보자 30명 중 8명이 런던의 디자이너였다. 물론 수상자도 런던 베이스의 토머스 테이트였다.

또한 아트 인스피레이션의 건축적인 옷을 제공하는 「록산다(Roksanda)」 역시 투자를 유치했다.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개발하고 글로벌로 확장할 토대를 만들기 위해 투자가(아이샤 바티 파스리차)의 펀딩으로 런던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루머에 따르면 이미 「마리카트란주」와 「시몬로샤」 등은 매각 딜에 대한 오퍼를 받았으며 또 다른 런던 디자이너가 매각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영국의 창의산업은 영국 경제에 700억파운드(약 126조원)를 공헌하는 영국 산업 성장의 주요 부문으로 2012년 현재 영국 고용의 6%를 차지한다(런던시 자료). 특히 런던은 유럽 최대의 테크놀로지 스타트업(starts-ups)과 창립자들이 베이스를 두는 곳으로 유명하며, 런던시 측은 이러한 문화 창립자를 지원함으로써 런던을 세계적인 창의산업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한다.

「록산다」 「마리카트란주」 「시몬로샤」도 협상 중?

유럽 금융의 중심에서 한 걸음 나아가 혁신과 테크놀로지의 베이스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런던시는 ‘문화와 창의산업’을 프로모션한다. 영국의 퍼스트레이디 사만다 캐머런(Samantha Cameron)은 브리티시패션카운슬(British Fashion Coucil, 영국패션협회, 이하 BFC)의 앰배서더로서 LFW 때 수상관저에서 영국 내외의 주요 패션 인사들을 초청한 리셉션을 개최하면서 영국의 신진 디자이너 옷을 입고 영국 패션을 홍보한다.

또한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런던시장은 TV에서 패션이 영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창의산업인지를 강조하는 인터뷰를 하면서 패션을 매개체로 궁극적으로는 런던을 홍보한다. 세계 최고의 럭셔리 온라인 사이트를 론칭해 럭셔리 유통과 소비의 패턴을 바꾼 네타포르테의 창립자 나탈리 마스네(Natalie Messenet) 역시 BFC의 체어맨으로서 리셉션을 통해 국제적인 저널리스트들에게 런던의 테크놀로지와 혁신의 위상을 강조한다.

이렇게 정부, 지방정부, 산업체 등이 협력해 영국 패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영국 내 패션산업이 영화나 음악, 광고산업보다 규모가 큰 가장 성공적인 창의산업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와 런던시 측은) 영국 경제에 260억파운드(약 46조8000억원)를 가져다주는 패션산업에서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런던, 글로벌 패션 중심으로 점프 3150-Image



런던, 뉴욕 제치고 글로벌 패션테크놀로지 중심으로

런던은 현재 패션텍(fashiontech: 패션과 관계되는 테크놀로지와 디지털 스타트업)에서 뉴욕을 제치고 글로벌 중심지가 됐다. BFC가 디지털을 강조하는 데는 역시 이러한 패션텍의 스타트업을 런던에 유치하고자 하는 배경이 있다. 런던은 이미 네타포르테, 아소스(asos), WGSN 등 2000년대에 디지털과 패션을 엮은 기업을 만들어 냈으며 2010년대 들어서는 파페치(farfetch), 스레드(thread), 리스트(lyst), EDTD 등이 가장 성공적인 패션텍으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영국에서는 현대미술에 획을 그은 전시회, 센세이션(Sensation)이 개최됐다. 영국의 미술품 수집가인 찰스 사치가 가장 진보적인 콘셉트의 영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사들인 것으로 전시회로 열었고 이를 계기로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이 세계적인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로 부상하게 됐다. 여기에 전시된 아티스트는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게 됐으며 2000년대 글로벌 아트를 움직이는 파워가 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차세대 글로벌 패션계를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이름이 YBD(Young British Designer)다. 여기에는 「크리스토퍼케인」 「에르뎀」 「니콜라스커크우드」 「피터필로토(Peter Pilotto)」 「마리카트란주」 「시몬로샤」 「JW앤더슨」 「조너선선더스」 「록산다」 「토머스테이트」 「제이.제이에스리」 「크리스토퍼섀넌(Christopher Shannon)」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아트는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패션엔 영 브리티시 디자이너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런던에 몰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패션, 아트스쿨을 들 수 있다.

특히 왕립예술대학(RCA, Royal College of Art), 센트럴세인트마틴스(CSM, Central Saint Martins)는 국제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교육기관으로 알렉산더 매퀸, 스텔라 매카트니, 존 갈리아노, 피비 필로, 크리스토퍼 베일리 등의 디자이너를 배출했다. 이런 명성으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몰리고, 그들이 졸업 후 런던에 머물면서 커리어를 키워 나가 런던의 파워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BFC나 영국 정부는 국적에 상관없이 런던에 베이스를 두는 디자이너를 영국 디자이너로 간주하고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석사 이상 과정을 마친 외국인 학생에게 1년간의 비자를 주는 것도 이처럼 이들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고려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RCA, CSM 등 창의성 길러 주는 학교 = 英 패션 경쟁력

최근 영국의 신예 디자이너로 주목받는 시몬 로샤(Simone Rocha, 존 로샤의 2세)는 인터뷰를 통해 일할 때 창의성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자신의 옷을 입기를 바라면서 디자인하지만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는 그의 말처럼, 영국의 패션산업에서 창의성은 그 무엇보다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런던을 유니크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창의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결국 LFW가 국제적인 패션 프레스들이 꼭 들러야만 하는 장소가 되면서 이제는 국제적인 바이어들이 몰리게 됐다. 창의력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는 것이 영국 패션의 특징이자 파워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최고의 장소가 런던이라고 한다. 세계 어디든 런던만큼 영 디자이너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은 야심 찬 젊은 디자이너들이 유럽과 캐나다, 아시아에서 런던으로 몰리게 된다. 최근에는 한국인과 중국인 디자이너들도 BFC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런던, 글로벌 패션 중심으로 점프 5156-Image



BFC, “디자이너를 기업가로 만들자” 전폭지원

영국의 비즈니스, 혁신, 기술부 장관인 빈스 케이블(Vince Cable)은 패션산업의 국가경제기여도(260억파운드; 약 46조8000억원)를 인식하고 이제는 디자이너를 기업가로 만드는 것을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강조하는 것이 균형이다. 창의성과 비즈니스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가 과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영 디자이너가 가내수공업 규모로 운영하는 사업이 성공적인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국은 BFC를 주축으로 정부, 런던시, 리테일러, 미디어와 연계해 디자이너에게 펀딩은 물론 멘토링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JW앤더슨」은 지난 2008년 조너선 앤더슨이 론칭한 여성복과 남성복 레이블로 BFC의 스폰서십(NewGen, LFW에서의 전시와 캣워크를 펀딩함)을 통해 성장했다.

그러다가 2013년 LVMH가 인수하면서 인프라 스트럭처를 갖추고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LVMH가 투자하자마자 「JW앤더슨」은 상품 레인지를 3배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었고 바이어는 2배로 증가하면서 점차 국제적인 패션 하우스로 성장했다. 이렇게 제2, 제3의 「JW앤더슨」을 배출하는 것이 영국 패션계와 LFW 그리고 런던시의 목표로, 첨단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럭셔리로 옮겨 가는 것을 영국 패션의 미래로 그리고 있다.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