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러시아 패션 마켓 잡아라!
minjae|14.11.24 ∙ 조회수 9,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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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페인 패션기업들이 러시아 관광객과 러시아 시장에 보내는 러브콜이 뜨겁다. 스페인 패션산업을 이끄는 인디텍스 그룹은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의 관계로 유럽 내 수출입이 경직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지난 8월 말 그룹이 소유한 브랜드 중 하나인 「풀앤베어」의 러시아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했다.
이것은 그룹의 또 다른 브랜드 「레프티스(Lefties)」의 매장이 러시아 내에 3개나 동시 오픈한 시점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다. 「레프티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속한 이베리아 반도를 제외하고는 아직 글로벌 마켓에 진출한 적이 없다.
때문에 첫 글로벌 진출 마켓으로 러시아를 선택하며 매장을 3개나 동시 오픈한 것은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이런 움직임에 힘입어 인디텍스 그룹은 현재 러시아에서 그룹 브랜드 매장 약 412개를 운영하고 있다.
「망고」 중국 시장 규모 줄이고 러시아는 늘려
스페인 브랜드 중 빼놓을 수 없는 「망고」 역시 러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망고」는 최근 중국의 매장을 163개에서 96개로 대폭 줄이고 브라질, 몬테네그로, 모나코공국, 슬로베니아, 불가리 등 5개국에서는 아예 철수를 선택한 반면 러시아 시장에서는 오히려 지난해 40개 매장을 더 늘렸다.
그룹명과 동일한 브랜드 「코르테피엘」을 비롯해 영캐주얼 브랜드 「스프링필드」 란제리 브랜드 「우먼시크릿」 등을 소유한 스페인 유명 패션그룹 코르테피엘그룹의 러시아 공략은 더욱 공격적이다. 이 기업은 지난 2013년 러시아의 로컬 회사 멜론패션그룹을 통해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던 기존 방침을 전면 수정,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매장을 모두 직영 매장으로 바꾸고 2016년까지 200개 매장을 더 열 예정이다.
스페인의 디자이너 브랜드 「이사벨데페드로(Isabel de Pedro)」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중소 패션 브랜드 「알바콘데(Alba Conde)」 역시 러시아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960년대 말부터 패션계에 뛰어들어 꾸준히 브랜드를 성장시켜 온 스페인 빌바오 태생의 디자이너 이사벨 데 페드로는 중상류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공략하는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코르테피엘그룹, 프랜차이즈서 직진출로
이 브랜드의 지난해 성적은 700만유로(약 92억원)이며 이 중 95%를 해외 마켓 판매로 달성했고 그중에서도 러시아 시장의 매출 기여도가 제일 높다. 브랜드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이러한 강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시장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유통경로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그로써 브랜드를 더욱 성장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올해 매출목표를 2013년도 대비 15% 성장으로 잡고 있다. 「알바콘데」는 이미 멀티숍 유통 등을 통해 러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올해 안에 2개의 브랜드 프랜차이즈 매장 오픈을 목표로 러시아 시장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러시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은 러시아 시장에서뿐만이 아니라 스페인 내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러시아 부호들이 스페인에 많이 유입되고 또 러시아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스페인 시장에서 러시아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려는 노력 또한 치열하다.
「이사벨데페드로」 「알바콘데」 등 중소 패션도
스페인 산업에너지관광부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스페인 내 러시아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해 2013년(1~11월까지 집계)에는 153만여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스페인을 찾았다. 이는 2012년 같은 기간 집계된 관광객 수보다 무려 31.3%나 높은 수치이며 작년 한 해 동안 관광객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가 러시아다.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스페인 관광부는 조만간 스페인을 찾는 러시아 관광객의 비중이 전체 관광객 중 4위 이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 관광객 수가 늘어난 만큼 이들이 스페인에서 소비하는 금액도 2013년(1~11월까지 집계) 동안 20억유로(약 2조6483억원) 이상으로 2012년도 같은 기간 대비 27% 상승했다.
특히나 쇼핑을 목적으로 스페인에 오는 러시아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들의 쇼핑품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56%가 바로 의류 등 패션에 쏠려 있다. 따라서 이들이 즐겨 찾는 쇼핑 장소 역시 패션 브랜드들이 주로 모여 있는 바르셀로나 중심부의 그라시아 거리, 마드리드의 럭셔리 쇼핑지구인 살라망카 지구, 스페인 최고의 고급 휴양지 마르베야의 바누스 항구 등이다.
주요 쇼핑 상권 러 관광객 잡기 경쟁도 뜨거워
그러나 러시아 시장 공략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올해 초부터 계속돼 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외교관계 긴장과 그로 인한 유럽-러시아 간의 갈등으로 러시아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스페인 무역투자기구(ICEX)에서 발표한 올 5월까지 의류 등 스페인 패션제품의 러시아 수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0.5% 상승으로 가까스로 하락을 면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3년 동안 같은 기간 각각 33%(2011년), 19.3%(2012년), 18.3%(2013년)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 온 스페인 패션 수출에 충격을 주는 수치다. 특히 작년에는 러시아를 상대로 4억유로(약 5297억원) 이상의 패션제품 수출 성과를 올리며 2012년 대비 10.2% 성장세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국제외교관계로 인한 수출 악재로 성장세 둔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수출 악재에도 스페인 패션회사들은 러시아 시장에 계획한 브랜드, 매장 론칭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보았을 때 투자계획 역시 변함없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단기적인 수출 악재를 어떻게 극복하고 러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또 어떤 브랜드가 러시아 시장을 선점하고 웃게 될지 스페인 패션 브랜드들의 러시아 시장 잡기 싸움의 귀추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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