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박스 리테일시대
종말인가?
월마트는 작년 6월 ‘월마트 익스프레스’를 개점한 데 이어 아칸소, 노스캐롤라이나 등지에도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카테고리 킬러 전자상품 리테일러 베스트 바이(Best Buy)는 대형 점포 50여개를 폐점하는 대신 소형 점포 100개 ‘베스트바이 모바일’을 개점할 것이라고 발표해 소규모 유통 시대를 확인했다.
빅 박스 리테일러를 슈퍼센터, 메가스토어라고도 한다. 점포의 외형이 커다란 박스와 같다는 의미에서 ‘빅 박스’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월마트, 타겟 등의 할인점이나 가구 전문점 이케아,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스테이플스(문구류), 「갭」(의류) 등이 있다.
빅박스 1/10 크기인 ‘스몰박스’ 뜬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빅 박스이고 어느 정도가 스몰 박스일까? 연매출 470조원(2011년 기준) 규모의 1위 할인점 월마트에 있어서 빅 박스 ‘자이언트 슈퍼센터’의 경우 평균 크기가 1만7180㎡(약 5150평) 정도다. 이에 비해 작년부터 개점하기 시작한 스몰 박스 리테일러인 ‘월마트 익스프레스’는 1400㎡(약 420평)로 매우 작다.
월마트 익스프레스는 자이언트 슈퍼센터에 비하면 1/10 크기 정도다. 한편 할인점 2위 연매출 77조원(2011년 기준)의 타겟은 일반 타겟이 1만2540㎡(약 3800평) 정도인데 비해 올 초 개점한 소규모 ‘시티 타겟’은 5570~9290㎡(1700~2800평) 규모다. 지난 50여년 동안 빅 박스 리테일러 중 특히 할인점은 고속 성장으로 미국 전역에서 활황을 이뤘다. 월마트의 경우 미국 전역에 4400여개의 점포를, 타겟은 1700여개의 점포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인 대자본 할인점 때문에 로컬의 중소상인 점포들, 즉 맘 앤드 팝(mom & pop) 스토어가 파산했다. 중소 상인 오너들이 건강보험에도 가입해주지 않는 월마트 직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할인점은 미국 전역의 대부분 중소도시까지 침투해 사세를 확장해 왔다.
월마트•베스트바이 등 대형 할인점 매출 추락
그러나 최근 대형 할인점의 르네상스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 경기불황 속에 생겨난 소비자들의 ‘알뜰한’ 소비행동과 온라인 쇼핑 채널확산, 그 외 인구통계학적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소규모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형 리테일러들은 성장세가 꺾였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변화로 나온 것이 경제적인 형태인 소형 점포의 확산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리테일러의 지각변동’이라고 일컬으며 소비자들의 알뜰한 소비, 온라인 상점의 대두로 대형 리테일러들의 성장세가 꺾이고 새로운 리테일러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한다. 우선 대표 할인점 월마트와 카테고리 킬러인 전자제품 리테일러 베스트바이는 실적이 부진하다.
월마트는 지난 1분기 실적까지 8분기 연속으로 점포 판매율이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베스트바이는 5분기 연속으로 점포 판매율이 떨어졌다. 베스트바이는 3월 말로 끝난 연간실적 보고에서 작년 한 해 동안 26억달러(약 3조원)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경기불황 → 알뜰 소비행동 → 온라인 상점 대두
이를 반영하듯 2009년 7월(공식적으로 불황이 종결된 시점)부터 최근까지 월마트의 주가는 26%, 베스트바이의 주가는 28% 떨어졌다. 다른 S&P500 인덱스 회사들의 주가가 32% 증가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한편 타겟의 점포 판매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가는 48%가 올라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 리테일러는 1962년 처음 생겨났다. 1962년은 리테일러 역사상 중요한 해로 월마트, K마트, 타겟의 첫 점포가 문을 열었다. 그때 이후 박리다매라는 할인점의 특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했으며 특히 90년대 풍요의 시대에 대형 리테일러는 전성기를 맞았다. 미국 인구들은 부의 확산과 함께 근교지역에 집을 사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풍요롭게 소비하는 시대를 지나왔다.
그러나 2008년 이래 불황은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에 큰 변화를 줬다. 소비자들은 ‘알뜰한 소비’를 하게 됐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아마존, 이베이 등 온라인 상점이 대형 리테일러의 경쟁자로 부상했고 달러 트리, 달러 스토어 등 초저가의 소규모 할인점 부상 등 변화가 생겨났다.
전국 월마트 4400개 타겟 1700여개 ‘혁신’을!
또한 대형 소비인구였던 베이비부머들의 자녀들은 예전에 비해 소규모 가족형태를 이루게 되면서 대량구매에서 탈피한 소비가 나타났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은 대형 리테일러들이 소형 포맷으로 방향을 틀게 하는 원인이 됐다. 전국 4400여개의 월마트, 1700여개의 타겟은 웬만한 중소도시까지 파고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할인점은 예전에 비해 둔화된 성장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제 소규모 리테일러로 혁신하는 것이다. 절감한 비용은 온라인에 투자하려는 전략이다. 타겟은 ‘시티 타겟’의 경우 2마일(약 3.2㎞) 반경 내 5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개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시 소비자들이 높은 기름값에 차를 몰고 월마트나 타겟으로 오지 않는다는 소비행동에 착안, 도시 내 소형점포에 들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월마트와 타겟이 없는 지역에서는 달러 스토어 등이 소규모, 저가 가격정책으로 고속성장 하고 있다.
중소도시서는 달러스토어 등 소형점포 고속성장
또 다른 대형 리테일러인 베스트바이의 경우 전자제품이라는 특성상 할인점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가파른 쇠락의 이유가 아마존, 이베이 등 온라인 상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베스트바이가 전자제품을 선보이는 쇼케이스의 역할만 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작년 베스트바이 실적이 마이너스 26억달러(약 3조원)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베스트바이는 대형 점포 50개를 폐점하고 ‘베스트바이 모바일(핸드폰 위주의 상품구색을 갖춘 소형점포)’ 100개를 개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을 이루고 그 비용을 온라인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 소형화 경향은 대세인 듯 보인다.
월마트 익스프레스, 시티 타겟, 베스트바이 모바일 이외에도 SPA 의류업체 갭 그룹도 대형 점포 대신 소형 점포를 선호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갭」 「갭 키즈」를 분리해 2개의 대형 매장을 열었지만 최근에는 두 브랜드를 합쳐 한 개의 점포로 개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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