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디자이너 패션 카피·도용 실태 어디까지?
온라인 쇼핑 활성화에 힘입어 국내 패션 시장은 최근 2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 패션 브랜드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과 관심 이면에 패션업계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디자인 카피, 도용, 위조품 등 문제도 함께 커져가고 있다.
과거에 해외 명품 브랜드의 상품에 한정됐던 패션 위조품이 국내 브랜드 패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 및 신생 브랜드들의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오픈마켓에서는 국내외에서 마구잡이식으로 디자인을 도용하거나 위조한 가품이 아무런 제재없이 유통되고 있는 것.
국내 주요 오픈마켓과 타오바오, 아마존 등 글로벌 온라인 채널에서도 국내의 인기 캐주얼, 스트리트 브랜드의 상품 브랜드를 그대로 베낀 가품이 다수 노출되고 실제 판매까지 이뤄지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 'mmlg' 등은 교묘하게 로고의 일부만을 사용하거나, 철자를 바꾼 가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됐다. 또 '디스이스네버댓(이하 디네댓)' '미스치프' 'LMC' 'OiOi' '아크메드라비' 등 브랜드는 가품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국내외 오픈마켓 등 이커머스 가품 유통 문제 심각
이들 브랜드들은 대다수가 임직원 수가 적고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등 관련법에 의거해 합당한 지적재산권 권리 보호에 나설 여력조차 마땅치 않은 상태다. 특히 다양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중에서도 제3자 판매자 입점이 자유로운 오픈마켓 이커머스 업체들에서 가품 유통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오픈마켓 업체들은 자신들이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지위에 있어서 실제 판매 상품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태도 때문에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한 브랜드와 가품 구입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권리는 보호되지 않고 있다. 또 이런 가품은 중고 플랫폼을 통해 2차 3차 소비자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는 평소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를 알림 키워드로 설정해 놓고, 해당 브랜드 상품이 뜨면 종종 구매를 해왔다. 미스치프의 상의 아이템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정가에 10% 수준으로 책정된 가겨에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 사진을 자세히 살폈다. 사진을 통해 본 상품의 박음질 등 퀄리티가 평소 자신이 소장한 것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비교를 해본 결과 전체적인 디자인은 똑같지만 로고의 위치 등도 미세하게 달랐다고 한다.
미투(짝퉁) 브랜드 유통업자 등장, 피해 단계 확산
또 평소 눈 여겨 보던 '오호스' 아이템을 구매하려던 차에 판매자가 실제 판매 상품 사진을 올리지 않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상품 이미지를 보내 실제 판매 상품의 사진 속 정품택을 요청하자 정품택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알리익스프레스 등에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 검색해 보니 해당 제품이 정품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고 한다.
한 피해자 A씨는 "50만원, 500만원대의 고가 상품도 아닌 도메스틱 브랜드에도 가품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이들 브랜드의 특징은 도메스틱 브랜드이지만 디자이너 브랜드 특성상 가격대가 저렴하진 않다. 때문에 지갑이 얇은 중고교생들은 인기 브랜드의 가품 구매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 같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최근 상표권을 도용 당한 브랜드 측이 가품 유통을 방치한 오픈마켓 플랫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는 오픈마켓을 상대로 책임을 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2022년 12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명품 구두 브랜드 '크리스찬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의 가품을 방치한 아마존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것과 대비된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달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제조사, 유통사 등 50여개 기업이 모여 사단법인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창립 총회를 진행했다. 중소·신진 패션 브랜드들의 디자인 카피·도용 등의 문제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피해 예방을 위해 활동에 나서는 등 국내 브랜드 패션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영환경을 개선해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취지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브랜드 위조 상품의 생산과 유통을 예방하는 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패션비즈=정효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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