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그녀, 우장희 안녕 ...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우영미의 그림자로 조용히 일하며 살아온 그녀, 디자이너 우장희(솔리드 전무)가 짧은 생을 마치고 우리 곁을 떠났다. 67년생, 떠나기엔 너무 젊은 나이다. 디자이너 우영미의 8살 아래 막내 동생이자 지난 88년 설립된 솔리드의 공동 창립자로서 짧았던 반생을 솔리드와 함께 해온 그녀다.
88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솔리드에 입사한 그녀는 이후 2012년까지 우영미의 곁을 쌍둥이처럼 지켰다. 2002년 우영미가 파리에 진출한 그 해 이후 2012년 가을 유방암이 심해져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컬렉션을 쉬지 않았다. 그녀가 떠난 자리는 아프고 처연하다.
디자이너이면서 늘 조용히 그림자로 남아 단 한번도 자신의 이름을 시끄럽게 주장하지않았던 그녀. 하지만 그녀는 늘 우영미와 듀오로 활동하면서 묵묵히, 그러나 치열하고 강인하게 일해왔다. 우장희는 우영미와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DNA로 완성을 향해 작업해온 디자이너다. 크리에이티브하고 선이 굵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우장희씨는, 디테일에 강하고 완벽주의자인 우영미와 함께 빈틈없는 호흡을 맞춰왔다. 두 자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완성도 높은 컬렉션은 전 세계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이 듀오는 언제나 '글로벌'이라는 큰 꿈과 목표를 갖고 ‘본질’과 ‘진정성’을 추구해왔고 그에 대해 두 자매는 늘 같은 생각을 해왔다. 조급해하거나 단계를 건너뛰지 않고 차근차근 달려가는 것이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가장 강인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우영미」와 「솔리드옴므」라는 브랜드는 지금도 덩치만 키운 커머셜 브랜드들과는 차별화된 영속성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홍콩을 비롯 전 세계 주요 백화점과 리딩 편집숍에서 코리안 브랜드를 대표하며 판매되는 「우영미」, 명실상부한 국내 남성 캐릭터 대표 브랜드인 「솔리드옴므」, 그 성공을 말할 때 늘 우영미와 함께 해온 그녀 우장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우영미」와 「솔리드옴므」라는 본질 안에 우장희가 녹아있다. 그녀의 짧았던 생이 이제 그 안에 영원히 살아 숨쉴까. 아름다웠던 그녀, 우장희 안녕.
아래는 솔리드에서 보내온 이메일 전문이다.
<아래>
솔리드(대표 우영미)의 공동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우영미씨와 함께 천재적인 디자이너 듀오로 활동해온 우장희씨가 지난 7월 20일(월)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 이 슬픈 소식을 패션계의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서면으로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故 우장희 전무의 유언에 따라 직계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고 경건하게 장례 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몇 일이 지난 지금도 회사의 전 임직원들은 故 우장희 전무를 잃은 슬픔에 말할 수 없는 비통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장례 후 故 우장희 전무의 부고를 전해 드리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 패션 업계에 남긴 그녀의 아름다운 발자취를 패션계에 계신 여러분들이 잊지 않고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과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늦게나마 그리고 멀리서나마 꼭 빌어주시길 부탁드리기 위함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솔리드의 모든 임직원들은 우영미 사장님과 함께 고인의 발자취를 따라 더욱 신실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정진할 예정입니다. 공동 창업자이자 친동생을 잃으신 우영미 사장님께서 큰 슬픔을 이겨내실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위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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