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갓성비’로 3조 시대 연다…이마트 올리브영 대항마?!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4.01.10 ∙ 조회수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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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옛말이다. 500 ~ 5000원까지 딱 6가지 가격대로 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이소가 전문기업과의 컬래버로 전문성과 품질을 갖춘 ‘갓성비’ 유통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마트보다 물건 정렬 잘 돼 있어요” “5000원짜리 플리스 사러 왔어요” “매달 사용하는 여성용품 비용 부담 컸는데, 여기서 훨씬 저렴하게 판매해서 정말 좋아요” “화장품 사러 왔어요. 기초랑 색조, 포인트 아이템까지 전부 구매해도 다른 데서 한 개 사는 값이에요” “새로 시작한 취미 재료비가 만만치 않았는데, 여기 와보니까 매우 저렴하고 웬만한 물품이 다 있더라고요”
불황이라서, 고물가 시대라서 잘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천원경영’으로 시작한 아성다이소(대표 김기호)의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가 대형 유통사 못지않은 협업 맛집으로 등극하며 지난해 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국 1500개 매장이 가진 채널 접근성을 무기 삼아 다양한 분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전 연령층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유통으로 성장하고 있다.
쿠팡 최저가와 당일 배송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집 근처 대형 다이소에 한 번 방문해 봤다면 그 방대한 상품량과 저렴한 가격대에 놀랄 것이다.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딱 6개 가격으로 쓸 만한 아이템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에 맞는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품질까지 확실한 물건들로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쇼핑센터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는 뷰티 & 코스메틱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최근에는 잘파세대(Z + 알파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 쇼핑 공간으로 손꼽히고 있고, 여성들에게는 비싼 여성용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2조 달성 4년 만에 3조, 비결은 ‘가성비’
특히 최근에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문구점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쇼핑 스폿으로 자리 잡으면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조원을 달성한 다이소는 4년 만인 2019년 2조원 돌파에 성공했고, 다시 4년 만인 지난해 3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생활용품, 문구, 취미용품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최근 다이소의 성장세를 이끈 것은 단연 뷰티 & 코스메틱과 패션 부문이다. 지난해 1~8월 다이소 매출을 살펴보면 기초와 색조화장품이 전년 동기대비 160% 증가했다.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및 생산 업체와 협업해 품질은 믿을 만하면서 1000~5000원대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으로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가장 핫했던 것은 VT코스메틱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선보인 ‘VT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이다. SNS를 통해 해당 아이템이 입고 된 매장과 남아 있는 매장 정보가 끊임없이 교환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상품이 올리브영에서 50㎖ 기준 3만원대에 판매되는 인기 상품이기 때문이었다.
500 ~ 5000원 균일가, 전문기업 협업 품질 UP
다이소에서는 12㎖에 3000원으로 제안했고, 2주 만에 초도 수량을 완판했다. VT코스메틱 측은 “전 성분 동일하고, 함량 순도 정품과 같다. 다만 배합이 조금 다르고 다이소 소비층의 니즈에 맞는 소포장 패키지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VT코스메틱 측은 “다이소에서는 100, 300 상품만을 판매했다. 리들샷 앰플은 700까지 출시했는데, 다이소에서는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상품의 품질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버전으로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품질에 반해 정가의 700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꽤 됐다. 가격대가 저렴하기는 하지만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유통에서 좋은 가격에 상품을 경험해 보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피부에 사용하는 물건인 만큼 저렴하면 피부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국내 대표 화장품 전문 제조사의 상품으로 입점시켰다. 성분을 따지는 소비자들의 눈에 먼저 띌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소포장 전략, 3만원 본품을 3000원에 ‘경험’
브랜드도 네이처리퍼블릭의 ‘식물원’, 동국제약의 ‘마데카21’, 에이블시앤시의 ‘어퓨’, 투쿨포스쿨의 ‘태그’, 클리오 ‘트윙클팝’, 조성아뷰티 ‘초초스랩’, 이넬화장품의 ‘입큰’ 등으로 알 만한 브랜드들이 입점돼 있다. 여성 기초 및 색조 화장품은 물론 남성용 화장품까지 총 22개 브랜드의 250개가 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10대 잘파세대에게 다이소는 올리브영 못지않은 코스메틱 맛집이다. 저렴한 가격대에 믿을 만한 품질의 상품을 소량씩 구매할 수 있어 트렌디한 화장을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딱 맞는 뷰티 유통으로 인기다. 다만 다이소 측은 올리브영과의 경쟁 구도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이소의 판매 전략은 박리다매다. 고객들이 필요하고 사고 싶어 할 만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영업이익이 성장하고, 기업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다. 화장품 전문 매장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상품이라면 다양한 브랜드들의 입점을 강화하고 트렌드도 반영하면서 균일가로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 유통사 경쟁 NO ‘박리다매’ 전략일 뿐
최근 코스메틱보다 주력하고 있는 카테고리가 의류다. 근래 대형 다이소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라면 입구 가까이에 작은 ‘유니클로’, 작은 ‘탑텐’ 같은 공간이 꾸려져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기존에는 양말, 티셔츠, 셔츠 등 소모품 개념의 기본 의류나 소품을 판매했는데 2022년 7월부터는 스포츠웨어와 라이프스타일 홈웨어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다이소 패션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80% 늘었다.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남성 메시 드로어즈, 남성용 냉감 러닝, 이지쿨 메시 U넥 반팔 티셔츠 등으로 가격은 3000원이다. 품질도 꽤 괜찮아서 작년에 이용해 본 소비자들이 올해도 구매하러 들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테니스나 골프를 접하는 대중이 늘면서 다이소의 스포츠 용품 코너도 업그레이드됐다. 다양한 브랜드의 라이선스 생산으로 입점시킨 용품과 소품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골프의 경우 골프채, 의류, 신발을 제외한 대부분의 용품을 다이소에서 저렴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다. 테니스는 라켓부터 스트링, 가방, 액세서리까지 판매 중이다.
패션 180%, 뷰티 160% 성장… 브랜드 확장
11월 들어 급격하게 날씨가 추워지면서 매장에는 5000원짜리 플리스와 발열내의가 입고됐다. 작년 여름 냉감의류 ‘이지쿨’로 시즌에 맞는 기능성 의류를 추가한 데 이어 겨울에 필요한 발열ㆍ보온 기능성 의류로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시키기 위함이다. 기존 겨울 의류는 이지웜 보온내의와 패딩조끼 & 밴딩팬츠, 홈웨어(파자마류)만 있었다.
이지웜 라인에 추가한 발열 내의는 여성용과 남성용 모두 U넥 상의와 레깅스로 구성했다. 이 모든 상품이 각각 5000원이다. 국내에서 저렴한 가격대와 퀄리티 좋은 의류로 주목받던 SPA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초저가’ 수준의 가격이다.
물론 전문 패션 기업과 브랜드가 선보이는 상품과 품질 면에서 동일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4개월 정도 사용할 가성비 의류로는 이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대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1월 기준 다이소 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0% 늘었고, 11월에만 3배 이상 증가했다.
‘초저가’ 플리스 & 발열내의, 얇아진 지갑 공략
다이소 측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매월 3%대로 오르고 있다. 그중 특히 의류 물가지수는 작년 10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8%나 올랐다. 원부자재 값과 인건비가 모두 오르면서 최근 대부분의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다이소는 균일가 매장으로, 여름이나 겨울 시즌에 꼭 필요한 상품을 초저가로 제안한다. 고물가 시대에 누구나 부담 없이 가성비 높은 상품을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초저가로 꼭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는 사례는 올해 ‘생리대’에서 빛을 발했다. 성인 여성도 매월 비용 면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생리대 브랜드들이 다이소와 협업을 통해 저가 소포장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소피, 라엘, 좋은느낌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생리대가 기존 유통가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대로 매장 한쪽을 채우고 있다.
유기농 생리대 ‘라엘’을 전개하는 라엘코리아 담당자는 “라엘이 다이소에 입점한 후 동일한 상품인지,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품질을 낮춘 상품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문의가 정말 많이 들어온다”라며 “상품 자체는 다른 것이 없다. 생산지도, 재료도, 기능도 모두 동일하다. 다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상품을 제안한다는 다이소의 이미지에 맞춰 용량(개수)을 줄여서 소포장 상품으로 납품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필요에 집중, ‘갓성비’ 전략 탁월
라엘코리아 측은 “고객들이 라엘의 베스트셀러 상품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이소 입점 목적”이라고 말했다. 좋은 접근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 연령대가 찾는 다이소 전 점에 순차적으로 입점하고 있다. 라엘은 소비자 접점을 확장하고, 다이소는 상품 카테고리를 풍성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관계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소비자는 “일반 마트에서 최소 8000원은 줘야 구매할 수 있는 오버나이트 상품을 다이소에서는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물론 안에 든 개수는 적지만 한번 구매한 것을 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요긴하게 사용 중”이라며 “다이소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물티슈, 휴지, 세제처럼 일상에 꼭 필요하고 자주 쓰는 것은 다이소에서 전부 산다. 마트보다 저렴하고 품질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이소가 2조원 매출을 달성한 후 단 4년 만에 3조원 규모를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고물가 현상으로 일상에서 늘 사용하던 생필품의 가격대가 일제히 오르면서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가성비 상품을 다양하게 찾게 된 것이다. 물론 전문 업체와의 협력으로 여러 가지 생필품을 가격보다 좋은 퀄리티로 선보이는 다이소의 MD 기능도 상당히 탁월하다.
외국인 결제 금액 150% 증가 ‘K-뷰티 성지’
여기에 또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다이소에서 지난해 1~9월 해외 카드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대비 125% 늘었고, 결제 금액은 150%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이소는 ‘K-뷰티 성지’ ‘예쁘고 저렴한 라이프스타일 상품점’이다. 실제로 작년 8층에서 12층으로 리뉴얼한 다이소 명동점은 외국인 소비자들의 유입이 상당하다.
명동 메인 푸드거리에서 손바닥만한 전 한 장에 1만원씩 판매하는 바가지 상인들 사이에서 지친 관광객들에게 다이소는 천국이다. 여행지에서 사용할 기본 위생 용품, 화장품, 속옷 등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친구나 가족들에게 줄 여행 선물도 다이소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예쁜 그릇, 텀블러, 문구류 등이 특히 인기다. 외국인 대응 텍스리펀드 서비스도 운용 중이다.
다이소의 인기 요인에 대해 다이소 담당자는 “과거에는 상품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점을 전문 업체와의 협업으로 극복했다. 상품력을 확보한 후에 다이소가 할 일은 마케팅이나 이벤트 없이 패키지는 최소화해 상품 자체만 저렴한 가격대로 제안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국 1500개점 접근성 강점, 협력사와 ‘윈윈’
또 원활한 협력의 비결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 전략으로 마진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협업을 제안할 때도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1500개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들이 공략하고 싶었지만 들어가기 어려웠던 상권은 직접 입점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한다”라며 “또 대형점의 경우 층별, 섹션별로 진열하는 다이소만의 MD가 브랜드들에도 효과적인 마케팅이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다이소는 창업주 박정부 회장이 기업 전체 방향성과 경영 전반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김기호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 회사는 생필품, 문구, 패션, 뷰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물가 시대 품질까지 보장하는 인기 유통으로 다이소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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