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몬 등 패션시장 ‘고프코어룩’ 열풍~
테니스 · 골프 다음은 다시 아웃도어
패러슈트 팬츠, 클로그슈즈, 기능성 재킷, 티셔츠… 2014년 이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아웃도어 호황기가 다시 왔다. 이번엔 아이템뿐 아니라 ‘고프코어’라는 패션 메가 트렌드와 함께다.
“사장님, ‘헬리아드’ 15나 10 블랙 컬러 있어요?” “혹시 XT-6 240사이즈 있어요?” 아웃도어 브랜드 로드숍 매장에서 간절한 목소리로 특정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것도 20대 젊은 소비층이 대부분이다. 온라인에서 찾다 찾다 안 되면 오프라인 입고일을 기다렸다가 도봉산점이나 북한산성점 등 등산로 깊숙이 위치한 매장까지 일부러 찾아간다. 못 찾으면 리세일 플랫폼으로 직행한다. 발매가보다 30 ~ 50% 비싼 게 기본이지만, 가질 수만 있다면 그만이다.
2014년 이후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아웃도어 호황기가 도래했다. 그것도 ‘고프코어’라는 패션 메가 트렌드를 업고.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등산’ 자체가 인기 레저로 각광받으며 기능성 웨어, 등산화, 용품 등 판매 호조로 아웃도어 시장 전체가 꾸준한 신장세를 이어왔지만, 패션 트렌드로 주목을 받으면서는 또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살로몬’ ‘스노우피크어패럴’이 대표 인기 브랜드로 20대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지난해 매출이 각각 전년대비 40.3%, 30%, 32.5%, 171% 신장했다. 수입 브랜드인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의 경우 인기 있는 특정 아이템의 수량만 충분했다면 매출 신장률이 두 배는 더 뛰었을 것이다.
등산 아닌 ‘패션 메가 트렌드’로 재조명
올해 1분기 아웃도어 시장 매출은 20% 이상 뛰었는데, 그중에서도 아크테릭스 155%, 노스페이스 56%, 코오롱스포츠 54% 신장률을 기록했다. 코오롱스포츠는 특유의 모던하고 미래적인 디자인과 컬러, 50년 넘은 히스토리 등으로 최근 3040세대에게는 고프코어를 넘어선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프코어 룩으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멋’도 있지만 정통성이나 기능성 같은 아웃도어의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동안 아웃도어 시장 트렌드를 이끌던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보다 정통 아웃도어나 수입 브랜드들의 매출 신장률이 높은 이유와도 통한다.
고프코어 룩 자체가 캠핑이나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착장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그 감성과 기술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스노우피크어패럴 같이 캠핑 용품 브랜드에서 파생한 ‘찐(진짜)’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작년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 새롭게 론칭하거나 대기 중인 신생 브랜드들이 줄줄이 9개나 된다.
고프코어 트렌드 속 올해 신규 9개 출격
작년 하반기에는 독립문(대표 김형숙)이 ‘오프로드’를, 올해 상반기에는 케이투코리아(대표 정영훈)가 ‘노르디스크’를, 두진양행(대표 이욱희)이 ‘록히드마틴’을 각각 론칭했다. 올 하반기 더네이쳐홀딩스(대표 박영준)의 ‘브롬톤런던’, 하이라이트브랜즈(대표 이준권)의 ‘시에라디자인’, 트라이본즈(대표 이성연)의 ‘밥캣’, 아머스포츠코리아(대표 크라소파스칼장쟈크)의 ‘살로몬’, 나자인(대표 이규용)의 ‘만다리나덕’이 론칭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크리스에프앤씨(대표 김한흠)도 ‘하이드로겐’을 3세대 아웃도어로 선보인다.
레저 용품(노르디스크, 브롬톤런던, 시에라디자인), 중장비(밥캣), 방산용품(록히드마틴) 등 모두 기술력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테크놀로지와 감성을 의류로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프로드, 살로몬, 만나리나덕, 하이드로겐은 기존 슈즈와 가방 등 잡화 부문과 스포츠 부문에서 3세대 아웃도어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거나 전환한다.
3세대 아웃도어 시장에서 활약 중인 한 아웃도어 브랜드 총괄은 “실질적으로 현재 아웃도어 시장에서 ‘고프코어’ 트렌드로 이득을 보는 브랜드는 극히 일부다. 메이저 브랜드 중에서는 노스페이스, 수입 아웃도어 존에서는 살로몬 슈즈와 아크테릭스 아우터 · 백팩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라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제는 등산과 테크놀로지에 집중하던 브랜드들도 좀 더 젊은 층의 스타일링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고프코어로 수익 내는 아웃도어는 일부에 불과
또 “작년 분위기만 봐도 기능성과 정체성이 확실한 정통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들의 매출은 성장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분야가 아닌 라이선스로 라이프스타일 부문에 집중하던 브랜드들의 매출은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그렇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확고할 때 ‘진짜인 어떤 것’을 나에게 주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신규 3세대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모 브랜드가 특징적인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아크테릭스, 살로몬,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의 특정 상품 인기 요인이 바로 이것이다.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어려운 트렌드이다 보니 어떤 스타나 셀럽이 입은 스타일이 눈에 띄면 그와 똑같은 상품을 갖고 싶은 마음이 다른 트렌드 대비 높은 편이다. 스타일링 초보들이 아크테릭스의 가방과 재킷, 살로몬의 신발,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등 활용하기 쉬우면서도 느낌 내기 쉬운 잡화와 아우터에 집착하는 이유다.
무신사 ‘고프코어’ 검색량, 전년대비 939%
대표적으로 살로몬을 살펴보면, W컨셉코리아(대표 이은철)의 패션 플랫폼 ‘W컨셉’에서 지난 3월 한 달간 살로몬 검색량은 지난해 동기대비 340% 증가한 22만건에 달했다.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에서는 살로몬이 2277% 성장세를 보이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에서는 살로몬의 1분기 중고품 거래량이 전년 동기대비 141%나 치솟았다. 아크테릭스 재킷과 아우터 거래량도 69% 늘었다.
젊은 세대가 주로 활용하는 패션 플랫폼에서 고프코어에 대한 추이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무신사(대표 한문일)에서 지난 1년간 ‘고프코어’를 키워드로 삼아 판매한 아이템을 살펴보면 주요 몇 개 브랜드로 추려지는데 그중에서 품절을 기록한 브랜드는 살로몬, 노스페이스, 트래블 등 일부다.
에이블리, 1020 여성 ‘바람막이’ 23만건 검색
아무래도 1030세대 젊은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패션 플랫폼인 만큼 고프코어 검색량도 상당하다. 2023년 3월 한 달 동안 무신사스토어에서 ‘고프코어’ 검색량이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939%나 증가했다는 점만 봐도 이 트렌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20세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에이블리(대표 강석훈)에서도 소비자 변화가 극명하게 보인다. 에이블리에서는 지난해 고프코어 관련 상품이 인기였음에도 ‘고프코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검색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는데 올해 들어 키워드 검색 수가 급증해 지난 3월에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 고프코어가 진입했다. 해당 월 고프코어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대비 191배나 증가했고, 4월 검색량은 122배 늘었다.
에이블리에서도 역시 바람막이(아우터) 검색량이 23만건으로 가장 많이 찾는 상품으로 꼽혔다. 1020세대 여성 소비층이 잘 찾지 않던 트래킹화, 등산재킷, 등산바지 등의 검색량도 모두 높아졌다.
10~20년 뒤 ‘레트로’는 고프코어가 될 것
코로나19 엔데믹이 다가오면 편안하기만 한 스타일의 인기는 종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큰 시각에서 보면 결국 애슬레저 룩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스타일링이 어렵다는 점에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웃도어 전문가들은 의외로 짧은 유행이 아닌 10~20년 뒤 패션시장까지 바라보고 키를 잡고 있다.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한 사업본부장은 “새 브랜드를 선보이는 만큼 당장 10년 뒤 브랜드의 상황까지 생각하며 방향성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출생률이 줄었기 때문에 10년 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 시장의 향뱡은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의 파급력도 있고 현재의 1020세대가 향후 10~20년 뒤 레트로로 느낄 수 있는 키워드는 ‘아웃도어’에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새 사업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놈코어부터 애슬레저나 등산, 코트 패션의 메가 트렌드가 쭉 이어오면서 가장 강조된 것은 입었을 때 ‘인스타그램’ 등에 올릴 만큼 멋스러우면서도 편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와이드팬츠, 레깅스, 등산용 팬츠, 조거 셋업, 테니스 스커트 등은 보기에 아름다우면서도 잘 관리된 몸을 조이지 않고 활동하기 편한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편안함’ 스포츠 · 아웃도어 잠재력 높아
핵심은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상품, 이런 상품을 구현할 수 있는 기능성에 패션시장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실루엣이 ‘슬림’으로 돌아서도 몸을 답답하게 조이고 묶는 옷보다는 소재, 패턴, 봉제 등 기술력으로 슬림 실루엣을 완성해주는 쪽이 훨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캐주얼, 아웃도어 시장이 큰 낙폭을 기록하는 동안 스포츠 시장만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2020년 제외). 아웃도어 역시 2011~2014년 버블을 경험하고 2019년까지 하락선을 긋다 다시 빠르게 상승 흐름을 잡았다.
한 아웃도어 관계자는 “냉감 티셔츠의 쾌적함을 경험한 소비자는 한여름에 면 100% 티를 입지 못한다. 지구 환경적으로나 트렌드적으로나 스포츠와 아웃도어 브랜드에는 더없이 활짝 열린 기회가 다가왔다. 많은 경쟁자가 등장하는 만큼 빠르게 등락이 결정되겠지만, 기회를 잡는 것은 고스란히 브랜드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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