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생존 해법은?
키워드는 데이터 & 디지털 워크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0.07.10 ∙ 조회수 1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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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Untact, 非對面)’.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연 가장 큰 문화 키워드로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활용 기술과 디지털 워크 환경이 필수 요소로 대두됐다.
패션 업계는 그동안 ‘사람의 손길과 감성’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후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었으나, 이제는 더 미루기 힘들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산업군에 비대면 근무가 확산되고 비대면 업무처리를 위한 인프라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패션 업계만 이를 외면하기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반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권장에 따른 재택 근무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음을 경험해 본 것은 생산성 향상이나 조직문화 개선, 인재 확보와 기업 혁신 등 긍정적인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도대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난감해 방향성을 잡지 못하던 기업에 아주 좋은 참고 사례도 등장했다. 바로 F&F(대표 김창수)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논의되던 2017년부터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 기업 대비 빠르게 준비를 시작한 이 회사는 코로나19로 패션 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B>F&F ‘플리스’ 히트 뒤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팀’
아웃도어와 캐주얼 시장이 침체된 속에서도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과 ‘MLB’가 눈부신 매출 신장세를 기록한 것이 시장 위기 속에서도 그 빛을 발한 것이다. 작년 이 회사의 연 매출액은 9103억원, 영업이익은 1507억원에 달했다. 디스커버리와 MLB는 지난 상반기에도 매출 신장 흐름을 이어갔다.
그 비결은 바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업무 태세를 이어갈 수 있는 디지털 업무 환경을 조성한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패션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하면 막연하게 생산과 물류 시스템 변화나 온라인몰에서의 서비스 혁신에 고착되기 쉬운데 F&F는 실질적인 업무에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경험 혁신이 필수적이다. 업무가 직관적으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언제든 연계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기업은 팀 단위 성과를 중시하다 보니 이런 기본적인 협업도 불가능했다. F&F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부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팀을 구성했다.
김창수 대표 “도출된 데이터 해석은 사람의 몫”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팀의 기본 업무는 F&F 브랜드들의 상품과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조사하고 날씨, 소비자 타깃, 연령, 검색 키워드까지 전방위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기획과 마케팅과 IT지원 팀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주요 업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지난해 가을 선보인 디스커버리의 ‘플리스’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팀이 플리스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핵심 키워드를 잡아내고, 이것을 상품 기획팀과 마케팅 팀에 전달했다. 기획 팀은 더 따뜻한 플리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안감을 보강했고, 마케팅 팀은 여성 소비층을 공략한 키워드로 검색어 마케팅을 진행해 핵심 판매 시기에 매출을 끌어올렸다.
심지어 이 상품은 일반 캐주얼 브랜드들이 선보인 플리스보다 소재 등 원가가 높아 훨씬 높은 가격대에 출시했음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미 플리스라는 아이템이 유행하고 있던 상황에서 디스커버리가 플리스로만 500억원 매출을 올린 게 단순 브랜드 파워가 아니었다는 것.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또 다음 시즌 상품 기획과 마케팅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한다.
‘팀즈’ 등 디지털 워크 환경 조성에도 적극
물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을 다룰 수 있는 IT 기술의 수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다. 김창수 F&F 사장은 “라이프스타일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트렌드 흐름을 빠르게 아는 것은 오너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을 ‘리얼 웨이에 맞는 옷’으로 해석해 상품으로 풀어내는 것은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라며 “정보는 매우 많다. 그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 브랜드에 맞게 풀어내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디지털 워크 환경 조성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미 빅데이터에 기반한 상품기획과 함께 빠르고 수평적인 조직 소통을 위한 인트라넷 사용 등 최적화된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고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솔루션 ‘팀즈’를 도입해 일하는 방식에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 솔루션을 활용해 재택 및 유연 근무는 물론 글로벌 지사들과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까지 더욱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워크는 언제 · 어디서나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조직문화를 혁신해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공간의 제한이나 일하는 시간상의 문제 등으로 아까운 인재를 놓칠 일도 없애 준다.
크리마, 1400개 업체 4조원 규모 데이터 다룬다
F&F는 타 기업 대비 3년은 앞선 준비와 실천으로 이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일 뿐이고 앞으로 더욱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대단하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 구축을 통해 상품 적중도와 마케팅 흥행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같은 비상시 위기관리 능력도 탄탄하게 다질 계획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비자 데이터를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자사몰 내 유입되는 소비자들의 데이터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온라인 커머스 관리 편의성을 제공하는 솔루션 전문업체 크리마(대표 김윤호 민준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스타일난다, 난닝구, 코오롱몰, 탑텐몰, 휠라, 폴더, 배럴, 안다르, 위즈위드, 블랭크코퍼레이션 등 다양한 패션 기업이 사용하는 ‘크리마’ 솔루션 제공업체다.
크리마의 대표 서비스는 리뷰 올인원 솔루션 ‘크리마 리뷰’, 사이즈 추천 솔루션 ‘크리마 핏’,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크리마 타겟’ 등이다. 소비자가 여러 번 클릭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리뷰를 남길 수 있게 해 온라인 리뷰를 통해 유입되는 소비자 수를 늘리고 최적화된 사이즈 추천과 기존 데이터를 통한 맞춤 아이템 추천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반품률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김윤호 대표 ‘언택트 시대, 데이터가 사업 연료!’
2014년 론칭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온라인 소호몰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국내 대형 브랜드의 자사몰 중 크리마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가 됐다. 론칭 5년 차인 작년에는 거래액만 4조원을 달성했다.
단순히 소비자는 편안하게 쇼핑몰을 이용하고, 브랜드는 온라인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도 수많은 데이터가 수집된다. 무려 1400개가 넘는 쇼핑몰에서 일어나는 연 4조원대 거래 데이터다. 크리마는 이 데이터를 통해 더욱 섬세하게 사이즈를 추천하기 위한 머신 러닝 고도화나 리뷰를 자세히 분석해 관리 기능을 효율화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면서 고객사에 더욱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 분석도 시도하고 있다.
김윤호 크리마 공동대표는 “대형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도 다수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오프라인 신규 상권 진출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해당 상권 소비층이 선호하는 아이템 등을 추려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고객사들의 옴니채널 강화에 맞는 오프라인 리뷰 수집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크리마, 온 · 오프 데이터 연계 서비스 개발 중
김 대표는 또 “크리마 솔루션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이용자가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확신을 갖고 상품을 구입하게 하는 것에 있다. 이용자가 가입할 때 쓴 정보, 쇼핑몰을 구경하며 남기는 흔적, 리뷰와 장바구니까지 모든 데이터로 소비자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언택트 시대에는 소비자의 데이터가 모든 사업의 연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마는 올 하반기 해외 시장도 노리고 있다. 글로벌 빅 쇼핑몰 서비스 제공사와 손잡고 크리마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크리마 내부에는 일찌감치 디지털 워크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다. 미국에 있는 민준기 공동대표는 물론 연구개발자들도 지방과 해외에 거주하며 다양한 업무 툴과 시스템을 통해 회의하며 소통하고 있다.
앞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활용 시스템과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를 갖춘 대표 두 기업의 활약을 통해 언택트 문화가 점차 자리잡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기업별로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는 얼마든지 있다. 대형 물류센터와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패션 브랜드들은 가장 쉽고 많이 얻을 수 있는 소비자 데이터에 집중해 내놓을 수 있는 성과도 적지 않다. 가까운 것부터 하나씩 이루다 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막연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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